[사건의 재구성] '망상에 사로잡혀' 2m 앞 지인에 사냥하듯 석궁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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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1월 28일 오전11시 백승우씨(가명·50)는 집에 있던 기계식 사냥용 석궁과 화살 8개를 집어 들었다. 바지 주머니에는 산악에서 사용하는 흉기를 넣었다.

집 밖으로 나가는 백씨는 마치 사냥을 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집 앞 계단이었다.

백씨는 석궁에 화살을 꽂고 시위를 당겼다. 발사된 화살은 불과 2m 거리 앞에 있던 사람을 향했다. 약 20년 전 함께 노동일을 하면서 알게 된 박지훈씨(가명·78)였다.

계단에서 눈을 쓸던 박씨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 갑자기 뒤를 돌아보느라 움직인 까닭에 왼쪽 쇄골 부위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씨는 멈추지 않았다. 주머니에 든 흉기를 오른손으로 들고 박씨의 배꼽 위쪽을 찌르려 했다.

백씨의 행위는 미수에 그쳤다. 박씨는 목 부위 열상, 기흉, 상복부 열상 등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백씨는 대체 왜 이렇게 한 걸까. 사건 직전 백씨는 자신의 집 안방에서 박씨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백씨는 과거 박씨가 형사들과 짜고 자신에게 독극물을 먹이려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백씨는 그렇게 박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지인들을 살해하기 위해 산 석궁과 화살을 들고 밖으로 나간 것이다.

그러나 백씨의 생각은 사실이 아니었다. 백씨는 2009년 5월 국립병원에서 치료받은 것을 시작으로 장기간 조현병 치료를 받아왔다. 2010년 10월에는 정신장애 3급 장애인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백씨는 치료를 위해 2010년 사회복귀시설에 입소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극단선택을 시도하는 등 시설에 적응하지 못해 국립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평소 백씨를 돌본 건 여동생이었다. 그러나 백씨는 2020년 여름 자신의 형에게 강제 입원치료와 약물복용 등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 등으로 여동생과 다툰 9월 이후에는 자신이 직접 약을 챙겨 먹었지만 몇 가지 약을 빼먹는 바람에 망상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전 다른 망상에 사로잡혀 화살 쏘는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오권철)는 지난 5월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백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더불어 치료감호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영문도 모른 채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으니 엄한 형을 선고해야 마땅하다"면서도 "조현병을 앓은데다 장기관 치료를 받아왔으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백씨가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으며 교도소에서 많이 후회하고 있다고 진술했고 치료의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백씨는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도구 평가 결과 재범위험성이 중간 수준이었으며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평가 결과도 재범위험성이 중간 수준이었다. 종합적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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