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 '논의는 없었지만 준비는 한다'?

통신선 복원에 통일부 '대북 물자반출 승인+한미훈련 연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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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 News1 DB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 News1 DB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남북한 당국 간 통신연락선 복원을 기점으로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대비하는 모습이 하나둘 감지되고 있다.

특히 통신선 복원과 관련해 북한과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지만, 이는 '앞으로도 논의하지 않겠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란 점에서 관련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 당국자로부터 최근 '한미연합훈련 연기론'이 제기된 것도 추후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넘어 정상회담까지 바라본 사전 포석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를 이유로 "(한미)연합훈련 연기가 바람직하다. 이 상황에선 무리하지 말고 연기를 검토해보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며 "훈련이 꼭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점에 다시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올 3월 전반기 한미훈련 때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이유로 "유연한 해법"(이인영 장관)을 거론하며 사실상 훈련 축소·연기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연기"란 표현이 직접적으로 등장했단 점에서 그 강도가 한층 더 세졌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이 당국자는 최근 이뤄진 남북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한미 공조를 통해 대북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적기"를 맞았다며 "미국도 이 기회를 살려야 비핵화 협상이나 한반도 평화 정착에 유익한 성과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작년 6월 우리 측 탈북민 단체들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를 비난하는 내용의 대북전단을 살포한 사실을 문제 삼아 남북 간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개성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가 이달 27일 남북 통신선을 복구했다.

통일부는 이후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전파 위험을 이유로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고 있음을 감안, 남북한 간의 영상회담 시스템 구축에 관한 협의를 북한 측에 공식 제안했다. 또 30일 오후엔 우리 민간단체가 신청한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을 2건 승인해주면서 북한에 나름 '당근'도 제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통신선 복원'과 '한미훈련 연기 요구', '대북 물자 반출 승인' 간엔 서로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적어도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고 싶다"는 방향성만은 일치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다. 코로나19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임기 막바지에 접어들었단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계류 중인 미군 헬기들. 2021.3.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계류 중인 미군 헬기들. 2021.3.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게다가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주장한 "한미훈련 연기"는 북한보다 미국을 상대로 설득해야 하는 사안이란 점에서 '통일부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월권행위를 했다'는 등의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의 해당 발언이 보도된 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미국 측 요청으로 전화 통화를 한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며칠 남지 않은 훈련을 연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북한이 연락선 복원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일부 보이긴 했지만, 미국과 대화하겠단 입장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며 "미국으로선 이미 훈련 규모가 축소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다시 유예하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례 한미훈련은 2018년 6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다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 이후 크게 축소됐다.

특히 한미 양국 군은 이전까진 전·후반기 2차례 걸쳐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을 하면서 전반기엔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FTX)을 병행했지만, 현재는 연 2회 CPX만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작년 전반기 훈련은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취소됐고, 작년 후반기와 올 전반기 훈련도 예년에 비해 규모가 축소된 채 실시됐다. 그러나 북한은 올 전반기 훈련도 "북침 연습"이라고 주장하며 맹비난했다.

또한 북한이 작년 6월 개성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뒤 아직 그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않은 점도 우리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교수는 "우리 정부도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지만, 북한 역시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는 "본격적인 대통령선거 국면을 앞두고 정부가 대북정책을 선거와 연계해 활용하려는 순간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마음이 급하면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위험성이 커진다. 북한도 그런 점을 셈법에 넣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남북한 분단 70년사에서 5년 만에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 호흡을 길게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고 현 정부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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