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철현의 월요묵상] 반칙 유혹을 뿌리칠 용기와 양심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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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고전문헌학자© 뉴스1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뉴스1

(서울=뉴스1)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 며칠 전부터 아침 산책길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구는 이제 태양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부지불식간에 풍성한 과실을 선사하는 가을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올라탄 지구라는 행성을 유지하는 거대한 원칙이 있다. 지구는 지난 45억 년 동안 태양 주위를 일 년에 한 바퀴씩 정성을 다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종교적으로 공전했다. 거대한 행성이 갑자기 등장해 지구와 부딪혀, 그 궤도에서 이탈시키지 않는 한, 지구는 그렇게 정해진 길을 갈 것이다. 지구는 공전뿐만 아니라, 하루에 한 번씩 스스로 회전한다. 태양, 태양계 행성들, 달과 밀고 당기는 정교한 중력을 유지하며, 그 정교한 균형의 경계에서 자전한다.

삼라만상을 지탱하는 중력과 같은 원칙은 지구 안에서 서식하고 있는 인간에게도 존재한다. 수메르문명은 그 법을 '메'(Me), 이집트문명은 '마아트'(Maat), 인도문명은 '르타'(?ta), 히브리 문명은 '토라'(Torah), 중국문명은 '도'(道)라고 불렀다. 나는 개인과 공동체가 지켜야 할 마땅한 원칙을 '도리'라고 부르고 싶다. 개인은 묵상과 숙고를 통해 자신이 해야 할 도리를 깨닫는다. 그 도리가 개인에게 '양심'이다. 양심은 언제나 옳다. 양심은 자신의 최선을 발휘하여 준수해야 할 모든 생명의 공통가치이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자신에게 자랑스럽고 타인에게 친절하다.

인간은 누구나 그런 양심의 거룩한 씨앗을 품고 태어난다. 대부분의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은, 그 씨앗을 발아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타인과 경쟁에서 승리해 수월성 교육에 몰입한다. 인간은 사회적이며 경제적인 이익을 독점하겠다는 이기적인 동물로 서서히 변한다. 미국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1892-1971)가 주장한 대로, 개인은 도덕적이나 사회는 비도덕적이다. 인류는 공동체를 이루어 살면서, 자신의 이익이 이웃의 이익과 상충하여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차선의 양심에 따라 생활할 수 있는 문서화된 '도리'가 필요했다. 인류는 이 도리의 일부를 문자로 기록하여 한 데 묶어 '법'이라고 불렀다.

개인의 양심이나 공동체가 정한 법은, 인간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다. 인생을 운동경기로 비유하자면, 그 경기에는 운동선수가 각자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 규칙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선수 모두가 자신의 최선을 발휘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장치다. 개인이 이 규칙을 무시하거나 의도적으로 어긴다면, 그 경기는 엉망이 될 것이다.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최선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경기 규칙을 숙지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만일 A라는 축구선수가 상대편에서 뛰는 유능한 B라는 선수를 지목하여 앙심을 품었다고 가정하자. A는 B라는 선수가 없어지면, 자신들이 속한 팀이 경기에 승리할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하여, 고약한 반칙을 행하기로 마음먹는다. A라는 선수는 경기 도중 아무런 경고도 없이 B선수 뒤로 다가가 위험한 백태클로 가격하여 심한 부상을 입힌다. 그(녀)는 그 즉시 퇴장이다. 해를 의도적으로 가하는 행위는 경기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반칙이며, 그 경기를 즐기려는 수많은 관객과 시청자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요즘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소식이 있다. 대선이 아직도 멀었는데, 우리 사회는 대선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휘몰아 들어갔다. 매일 매일 미디어를 통해 등장하는,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들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무자비한 폭로다. 그 폭로는 대부분 근거가 희박하거나 거짓이다. 그런 소식이 우리 사회 미디어의 1면을 장식하는 이유가 있다. 인간은 타인이 곤경에 빠진 것을 고약하게 관망하는 관음증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고대 바빌로니아 왕 함무라비(기원전1810년-1750년)는 민법, 상법 등을 포함한 다양한 법률 282개 조항을 새겨 바빌론 도시 한가운데 세워놓았다. 그는 이 법률조항들을 힘센 자들이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여겼다. 함무라비는 어떤 범죄를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가장 흉악한 범죄라고 판단했을까? 그는 제1조항에 무슨 내용을 담았을까? 그는 없는 일을 거짓으로 꾸며 고발하거나 고소하는 '무고죄'를 바빌로니아 제국을 무너뜨리는 중범죄라고 여겼다. 다음은 '함무라비 법전' 제1조항의 내용이다.

"만일 한 자유인이 다른 자유인을 끌어들여, 살인죄로 고소하였으나, 그의 잘못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를 고소한 자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

한 자유인이 다른 자유인을 음해할 목적으로, 그의 약점을 잡아 살인죄로 고소하였다. 그러나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가 오히려 죽임을 당할 것이다. 함무라비는 무고죄를 가장 악의적인 범죄로 여겼다. 무고죄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고, 상대방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자유롭게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누군가가 악의를 품고, 그를 무고하게 고소하는 행위는 반사회적인 동시에 반인륜적인 행위다. 우리 사회는 언제 이런 악질적인 무고행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선진사회는 단순히 정치적인 안정이나 경제적인 번영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진사회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양심을 발견하여 발휘하여, 타인의 양심을 존중하고 경청할 때, 우리를 조용히 찾아오는 손님이기 때문이다.

바빌로니아 제국의 왕 함무라비(기원전 1810-1750년)의 '함무라비 석비'© 뉴스1
바빌로니아 제국의 왕 함무라비(기원전 1810-1750년)의 '함무라비 석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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