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도 미공개정보 이용 처벌… 국회·지자체는 '사각지대'

[머니S리포트] LH 사태 4개월… 더 넓은 사각지대 해결 못한 채 봉합?(1) - 지방공사·하위직 공무원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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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올 3월 시민단체의 고발로 세상에 드러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불법 투기사태가 6월 7일 혁신 방안에 이어 7월 28일 정부의 ‘조직개편안’ 발표로 4개월 만에 기본적인 정리 단계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앞으로 LH뿐 아니라 상위기관인 국토교통부 공직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동산 취득 제한, 거래 신고 등의 의무를 지게 된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이나 성과급 환수 등의 처벌 조치는 LH 외 기타 공공기관은 물론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국회, 하위직 공무원 등이 규제 사각지대로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감정평가사의 미공개정보 이용 투기 시 법적 자격을 취소하는 법안마저 발의된 상황에서 공인중개사는 물론 분양업자, 컨설팅업자 등과 같은 시장 참여자들의 실질적인 사각지대 역시 존재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 물음표가 찍힌다.
국회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감정평가사의 미공개정보 이용을 규제하고 불법 투기를 처벌하는 내용의 감정평가법 개정안이 지난 6월29일 발의돼 8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사진=장동규 기자
국회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감정평가사의 미공개정보 이용을 규제하고 불법 투기를 처벌하는 내용의 감정평가법 개정안이 지난 6월29일 발의돼 8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사진=장동규 기자

국가 전문자격사인 감정평가사가 부동산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투기하고 부당이득을 얻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법적 자격을 취소하는 법안이 여당에서 추진된다. 올 초 시민단체의 고발로 드러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불법 투기사태가 발단이 돼 사실상 불똥이 튄 셈이다.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이하 감정평가법)에 따라 동산이나 부동산 등 재산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가액으로 표시하고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자격을 갖는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자격시험에 의해 법적 자격을 인정받고 변호사·법무사·회계사 등과 같이 전문성을 갖췄음을 고려할 때 이번 법안의 취지를 공감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 감정평가사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불법 투기를 했거나 부당이득을 얻는 사례가 적발되지 않았고 기타 국가 자격사나 공인중개사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아파트 매매거래 등기부를 71만여건 전수조사한 결과 공인중개사 등이 허위신고를 하고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을 안한 2420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실거래가를 의도적으로 높이려는 허위신고가 의심된 거래는 12건이었다.

지난해엔 감정평가사 자격증이 없으면서 감정평가법인을 경영하는 비자격사 대표가 감정평가서를 조작해 대출금액을 부풀리고 실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때는 오히려 재기 후에 사업을 다시 운영할 수 있는 규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감정평가사 처벌법 8월 국회 논의


국회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감정평가사의 미공개정보 이용을 규제하고 불법 투기를 처벌하는 내용의 감정평가법 개정안이 지난 6월29일 발의돼 8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정복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시흥갑)이 대표발의했고 천준호·진성준·오영환·신동근·박영순·김교흥·양기대·이수진·이규민·송재호·문진석 의원 등이 참여했다.

문 의원은 “건전한 부동산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시장 교란 행위자는 부동산 관련 자격의 취득이나 업의 영위를 제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평가는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는 업무로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가치평가가 필수적임에도 현행법률은 감정평가사의 자격 취득이나 업의 등록 등에 대해 범죄행위와 관련한 사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 미공개 개발정보를 누설하거나 이를 부동산 거래에 이용, 시세를 조작할 목적으로 허위 매매계약을 체결·신고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 같은 행위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나 ‘주택법’에 따른 금지행위 위반으로 감정평가사의 경우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즉시 자격이 취소된다. 비자격사라도 이런 행위로 실형을 받는 경우 3년 이내에 감정평가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포일 즉시 시행된다.

이번 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조응천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갑)이 대표발의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의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이 법안이 의결되지 않거나 수정 의결될 경우 이에 맞춰 조정될 수 있다.

감정평가사들은 사적 거래의 규제가 발생하는 불편함은 있겠지만 국가 자격사도 공무원에 준하는 높은 도덕성과 직업의식이 요구되는 만큼 공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고 형평성에도 어긋나지 않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는 “의뢰인뿐 아니라 소유자나 거래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사적 이득을 위해 공개하면 안되는 감정평가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비밀 누설 금지 위반으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법 투기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법적 자격을 취소하는 문제에 대해선 다른 국가 자격사와의 비교가 필요하고 형평성 논란도 있을 수 있다”며 “비자격사가 뒷돈을 받고 감정평가서를 조작하다가 적발돼 징역형을 받았지만 출소 후 아무런 제재 없이 다시 부동산업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회관 / 사진제공=협회
한국감정평가사협회회관 / 사진제공=협회



하위직 비리 우려 없나


이번 감정평가법 개정안의 배경이 된 LH 사태를 보면 공직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권한이 사적 이익을 위한 투기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데서 처벌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중앙정부와 산하 공공기관 공직자는 물론 정보 접근 권한이 있는 민간 감정평가사에 대해서도 규제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지만 지자체, 지방공사, 국회 등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라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

올 5월 11일부터 7월 2일까지 행정안전부가 특별감찰을 진행한 결과 내부 개발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대출을 받고 사업지 인근 농지를 취득한 지방 공무원 5명이 적발됐다. 이들이 취득한 부동산은 수십억원에 달했다. 이들 중엔 고위직도 있었지만 6~9급에 해당하는 주무관 직급도 있었다. 행안부는 이들 중 3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지자체와 지방공사 공직자의 부동산 거래 규제를 위해선 단순히 조사와 처벌에서 끝날 게 아니라 부동산 거래 제한이나 공무원 자격 취소, 재취업 제한 등 보다 강력한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지자체와 지방정부까지 공직자의 부동산 거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행안부가 관련 법안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 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산 거래시장의 교란 행위는 LH 임직원이나 감정평가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LH 사태가 발단이 됐을 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사회 전체의 기강 문제임을 고려해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엔 의문이 있다”고 우려했다. 임 교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등을 이용할 수 있고 부동산 백지신탁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제시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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