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너무 먼 급속충전기"…휠체어 타고 찾아가는 일 '고행'

서울시내 530개 설치…안 띄는 곳에 있거나 방치된 충전기 많아 위치 미리 알지 않으면 사용 어려워…"장애인 인식부재서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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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 급속충전소에서 휠체어 배터리를 충전하는 김종호씨(가명).© 뉴스1 금준혁 기자
전동휠체어 급속충전소에서 휠체어 배터리를 충전하는 김종호씨(가명).© 뉴스1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이기림 기자 = #지난 25년간 전동 휠체어를 사용한 김종호씨(가명·72)는 휠체어를 급속 충전할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지하철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를 찾아가려면 개찰구를 지나 리프트에 두번 탑승한 다음 승강장 끝까지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오른팔 대신 왼팔로 충전기를 꽂은 그는 충전이 되는 2시간 동안 유튜브를 시청한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중심 역할을 하는 전동 휠체어 급속충전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내에 있는 530개 급속충전기 중 찾기 어려운 곳에 있거나 관리가 안되는 게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스1 기자들이 강북구 5곳과 종로구 1곳에서 급속충전기를 찾았으나 위치 표시가 눈에 띄지 않아 정확한 장소를 알기 어려웠으며 심지어 정해진 위치에 있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작동을 하지 않거나 먼지가 쌓인 충전기도 있었다.

경찰서 앞 급속충전기는 외부에 있기 때문에 충전을 하려면 휠체어를 타고 실외에서 대기해야 한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는 충전이 끝날 때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휠체어에 앉아 기다려야 한다.

전동휠체어를 집에서 충전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 그러나 주행거리가 20㎞ 정도이며 과열될 경우 방전돼 배터리가 예상보다 빨리 소모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내 한 전동휠체어 급속충전기에 먼지가 쌓여있다.© 뉴스1 금준혁 기자
서울시내 한 전동휠체어 급속충전기에 먼지가 쌓여있다.© 뉴스1 금준혁 기자

14년간 전동휠체어를 사용한 배재현씨는 "장애인에게 급속충전기는 빨리 충전시키는 기계가 아니라 '급하게 충전하는 충전기'"라며 "과거보다 많아졌지만 눈에 안띄는 충전기가 많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충전기 위치를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사용이 어렵다"며 "지하철 승강기 옆에 있다고 표시를 해놓으면 그래도 이용하기 쉬울 텐데 그러지도 않아 아예 충전기를 들고 다니는 이용자도 많다"고 푸념했다.

급속충전기의 지역 편차도 심하다. 노원구에는 약 40개가 있지만 광진구에는 10개 이하가 있다. 서울시는 추후 충전기 150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관리도 문제다. 급속충전기는 자치구가 관리하는데 주기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며 고장 등 민원이 들어올 때만 살펴본다고 일선 구청 관계자는 털어놓는다.

그런데도 상급 단체인 서울시는 예산 지원 외에 자치구에 관리를 일임했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급속충전기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공문을 자치구에 보낸다"며 "새로 설치하는 충전기는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급속충전기 설치 및 관리가 장애인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한국에는 장애인의 어려움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며 "국가와 장애인과 시설간에 역할 분담이 안돼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급속충전기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한 것은 담당 공무원의 인식 수준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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