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 시동은커녕 다시 주춤…한미훈련 놓고 정부 '고심'

北 '훈련 취소' 요구…통신선 복구 후속조치엔 '무반응' 통일부 '연기론' 이어 국정원도 "유연한 대응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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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다 총비서(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다 총비서(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지난주 통신연락선 복구 이후 다시 탄력을 받을 것 같았던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시도가 주춤한 듯한 모양새다.

정부는 남북한 당국 간 통신선 복구를 계기로 그동안 보류했던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물자 반출을 승인하고, 남북 간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는 등 일련의 후속조치를 취해왔지만, 북한으로부터 '한미연합훈련 취소'라는 뜻밖(?)의 '청구서'가 날아들면서다.

한미훈련은 양국 동맹관계를 근간으로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것인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도 맞물려 있어 우리 정부 홀로 취소나 연기를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 내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 "한미훈련을 연기해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의 확실한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어 그에 따른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남북한 1년1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복구한 건 지난달 27일이다. 통일부는 이틀 뒤 남북 간 영상회의 체계 구축을 위한 협의를 북한에 공식 제안했고, 같은 달 30일엔 우리 측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 신청 2건을 승인했다. 그러나 아직 이들 사안에 대한 북한 측의 반응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달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통신선을 이용해 하루 2차례씩 연락을 주고받고 있지만 "북한으로부터 영상회의 체계 구축과 관련한 언급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재난·재해, 감염병 정보 등 남북 주민의 일상생활이나 삶에 직결되는 부분에 대해 정보교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도 말했지만, 이 또한 북한과의 당국 간 협의를 통해 논의해야 할 사안이기에 당장은 그 실현을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일각에서 북한의 '한미훈련 취소' 요구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달 1일자 담화에서 남북 통신선이 복원된 현 시점을 "중요한 반전의 시기"로 표현하면서도 "섣부른 억측과 근거 없는 해석은 도리어 실망만 가져올 수 있다"며 그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이어 김 부부장은 올 후반기 한미훈련이 이달 중순 실시될 예정인 데 대해 "기분 나쁜 소리" "적대적 전쟁연습"이란 반응을 보이면서 "(훈련이 진행되면)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 수뇌(정상)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 앞길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이 비록 종전 담화와 달리 '험악한'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한미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은 기대하지 말라'는 입장만큼은 분명히 전달코자 했다는 게 이번 담화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이달 한미훈련과 관련해 '유연한 대응'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훈련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한미훈련의 축소 혹은 연기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정원은 이번 남북 통신선 복구에 앞서 정상 간 친서 교환 등 물밑 조율에 나섰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북관계의 주무부처인 통일부 또한 일짜감치 '한미훈련 연기'를 주장했던 상황.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연합훈련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고, 다른 당국자 또한 이날 기자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한미훈련이)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선 안 된다. 통일부는 '유연하고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했고, 앞으로도 같은 방향으로 노력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연하고 지혜로운 대처'가 곧 '훈련 연기'를 뜻한다는 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 부부장이 앞서 담화에서 "우리(북한)는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규모·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고 밝힌 사실에 비춰볼 때 훈련 연기만으로 북한이 '만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지적도 나온다.

연례 한미훈련은 이미 지난 2019년 이후 대규모 야외실기동훈련(FTX)이 사라진 채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으로만 진행되고 있고, 특히 최근 2차례 훈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때문에 그 규모가 대폭 축소된 채 진행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처럼 축소된 한미훈련에 대해서도 "전쟁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며 날선 반응을 보여 왔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국방부는 "한미훈련의 시기·규모·방식 등은 양국이 협의 중이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하며 나름 상황관리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 미 국방부 역시 미국 국방부 또한 한미훈련에 대해 "한국과의 상호 협의 하에 결정될 것"이란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현 시점에서 한미훈련을 연기 또는 취소할 경우 이른바 '김여정 하명' 논란이나 '북한 눈치 보기'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훈련 실시 쪽에 무게를 두면서도 "최종 판단은 결국 대통령의 몫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한미훈련 실시 여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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