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살아있니?" 메신저 껐더니 난리난 친구들… 불안했다

디지털 거리두기 5일 체험해보니… 길 못찾아 헤매고 친구들과 연락 끊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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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5일 동안 디지털 거리두기 체험을 했다.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은 현실에서 디지털을 멀리하는 것은 고통에 가까웠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자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5일 동안 디지털 거리두기 체험을 했다.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은 현실에서 디지털을 멀리하는 것은 고통에 가까웠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검색 좀 해주세요."

"여기 어디에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디지털기기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디지털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 2018년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이 만19∼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8%가 '우리 사회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일이나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주로 하는 활동도 '스마트폰 사용‘이 71.9%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잇는 것도 'TV 보기'(59.1%), '컴퓨터 하기'(47.4%)였다.


디지털 중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처방으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가 등장했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기기의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며 중독을 치료하는 것이다. 얼마 전 국립국어원은 '디지털 디톡스'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디지털 거리두기'를 선정했다.

기자는 디지털을 멀리하는 것이 정신건강상태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신건강 자가진단을 실시한 뒤 5일 동안 디지털 거리두기를 체험했다.


디지털 거리두기 전반기, "뭐해요?" "그림 그려요"



디지털 사용 대신 종이에 글을 적거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진은 메모장에 글을 적고 있는 모습.  /사진=김동욱 기자
디지털 사용 대신 종이에 글을 적거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진은 메모장에 글을 적고 있는 모습. /사진=김동욱 기자
기자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닷새 동안 디지털과 단절한 채 생활했다. 직업상 일하는 시간에는 디지털을 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출근 전, 근무 중 쉬는 시간, 퇴근 후로 시간을 정해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휴대전화는 물론 TV, 컴퓨터, 태블릿과 같은 디지털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체험 기록을 남기기 위해 휴대전화의 카메라 기능만 사용했다. 

체험 1일차. 디지털의 빈자리를 채우려면 디지털을 대체할 도구가 필요했다. 기자는 메모장에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회사 동료들이 "뭐해요?"라고 물으면 "일기 써요", "그림 그려요"라고 대답했지만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 모습이 스스로도 익숙하지 않아 웃음이 났다.

2일차. 스마트폰 부재가 초래하는 최대 불편은 역시 이동중 검색 불가였다. 덕분에 하루에 길을 2번이나 잃었고 답답함에 휴대전화를 켜고 길찾기를 시도했다. 심지어는 중요한 약속에 연락이 안돼 상대방이 답답해하며 전화를 걸어왔고 결국 이날은 휴대전화를 2시간30분가량 사용하면서 체험 기간 중 가장 많은 스크린 타임을 기록했다.


디지털 거리두기 후반기 "고구마 10000개 먹은 것 같아요"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지 않아 식당에서는 QR체크 대신 출입 명부를 작성할 수 밖에 없었다. 사진은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명부를 작성하는 모습. /사진=서지은 기자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지 않아 식당에서는 QR체크 대신 출입 명부를 작성할 수 밖에 없었다. 사진은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명부를 작성하는 모습. /사진=서지은 기자
체험 기간 식당에 들어갈 때 QR코드 체크인 대신 출입명부를 직접 작성했다. 스마트폰으로 시간도 볼 수 없어 동료나 직원들에게 수시로 시간을 물어봐야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사무실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3일차. 식당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모르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검색할 수 없는 점이 답답했다. 동료가 "검색해봐"라고 했지만 텅 빈 손을 보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의 대화가 이어졌지만 주제가 낯설어 말을 섞지 못하고 음식만 기다렸다.

퇴근 후 동영상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혼자 영화관을 갔다. 이때도 휴대전화를 볼 수 없어 길을 헤매 20분 늦게 도착했다.

좋은 점도 있었다. 그동안 유심히 보지 않았던 주변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과의 대면 대화에서 더 풍부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4일차. 메신저가 100개 넘게 도착했는데 지인들이 연락이 없는 나를 찾기 시작했다. "잘 있는 거지?" 나의 안부를 묻는 문자를 확인하고 생존 확인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기자는 평소 온라인에서 사소한 일상도 공유하고 지인들과 자주 연락해 생존 신고를 끊임없이 해왔다. 따라서 SNS에서 '로그아웃'한다는 건 '실종'과 다름없었다.

5일차인 마지막 날. 디지털 거리두기에 완전히 적응했는지 휴대전화 스크린 타임 50분을 기록했다. 체험기간 스크린 타임 중 가장 최저시간을 이용했다. 회사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안 지루해?", 어떻게 버텼어?"라며 말을 건넸다. 견디기 힘든 5일을 보냈다.



디지털 거리뒀더니..."불안해졌어요"


기자는 지난 9일과 14일 디지털 거리두기로 인한 정신건강상태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한 구청 산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자가진단을 실시했다. 사진 왼쪽은 체험 전 오른쪽 체험 후 상태. /사진=서울시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홈페이지 캡처
기자는 지난 9일과 14일 디지털 거리두기로 인한 정신건강상태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한 구청 산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자가진단을 실시했다. 사진 왼쪽은 체험 전 오른쪽 체험 후 상태. /사진=서울시중구정신건강복지센터 홈페이지 캡처


디지털에 중독됐던 사람이 갑자기 디지털과 거리두기를 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기자는 디지털 거리두기 전과 후의 정신건강상태를 체크해보기 위해 서울시 한 구청 산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자가진단을 받아봤다. 체험 첫날인 9일과 체험을 끝낸 14일 두번에 걸쳐 실시했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내 마음 검진하기'는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다양한 문항들을 통해 간단하게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진단 결과에서 눈에 띈 것은 불안감 정도다. 지난 8일 진단한 결과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적지 않게 나타났으나 불안감은 '양호'했다. 반면 14일 진단 결과 스트레스와 우울감 정도는 변화가 없었지만 불안감이 '약간 높은 편'으로 달라졌다.

휴대전화 사용시간이 체험 전 5일(8월2~6일) 평균 9시간, 체험기간 5일(9~13일) 평균 50분으로 확연하게 줄어들었지만 정신건강 상태는 오히려 조금 악화됐다. 길 찾기, 정보 습득과 같은 편리한 기능들을 이용할 수 없는 불편함이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중요한 정보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진 건 아닐까?


디지털 거리두기, '나'를 잃지 않는다면 의미있다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디지털을 사용할 때 스스로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디지털을 사용할 때 스스로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소통이 자리잡은 사회에서 디지털까지 거리를 두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사람들과 만남이 어려운 가운데 메신저에 답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했다. 하지만 디지털 사용 주체가 나 자신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디지털에 끌려다니지 않고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디지털 거리두기와 관련해 "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루틴이 있는데 굳이 멀리하면서까지 일상을 깰 필요는 없다"며 "미디어 사용에서 나 자신이 주체가 돼 미디어 포트폴리오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에 주도권을 빼앗기면 정신 자체를 방해받을 수 있다"며 "자신의 의지로 디지털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다인
최다인 checw0224@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최다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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