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재 초읽기… 해운사는 정말 담합을 했나

[머니S리포트 - 해운업계 운명의 9월①] 해운법 vs 공정법 충돌… “법부터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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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해운업계가 폭풍전야 상황에 놓였다. 해운사들의 운임담합 사건 제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빠르면 9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돼서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납부해야 할 위기에 처한 해운사들의 반발에도 공정위는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가 해운사들의 입장을 반영해 서둘러 해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다. 과연 해운업계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까.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운사 담합 제재 조치가 이르면 9월 나온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선박이 정박해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하경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운사 담합 제재 조치가 이르면 9월 나온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선박이 정박해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하경민 기자
해운업계의 이목이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한다. 공정위가 빠르면 9월 중 전원회의를 열고 국내·외 해운사들 담합 제재와 관련,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어서다. 예상되는 과징금 규모만 최대 8000억원 수준. 10년 넘는 장기 불황으로 생존마저 걱정하다 이제 겨우 적자의 늪을 벗어나고 있는 해운사들의 부담을 다시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남아 노선 담합 혐의 8000억원 제재 임박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9월 중 전원회의를 열어 국내·외 23개 해운사의 운임 담합 사건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결정 시기가 10월 이후일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현재 국회에서 해운법 개정이 추진 중인 만큼 법 개정에 앞서 공정위 결론이 나오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공정위는 23개 해운사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 간 동남아 노선의 운임을 담합, 모두 8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공정 행위가 인정되면 과징금 규모는 조사 기간 매출액에 최대 10%를 적용, 총 8000억원이 부과될 수 있다. 이번 조사 대상 23곳 중 국내 선사는 ▲HMM ▲SM ▲장금 ▲동영 ▲범주 ▲동진 ▲남성 ▲팬오션 ▲천경 ▲고려 ▲흥아라인 ▲흥아해운 등 12곳이며 이들이 물어야 할 과징금 규모만 최대 56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을 포함한 대다수 해운사들이 2019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해 온 점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규모다. 지난해부터 흑자로 돌아서거나 적자 규모를 줄인 해운사들도 있지만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글로벌 주요 항만 폐쇄로 운임비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며 나타난 일시적인 효과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만 놓고 봐도 올 상반기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상대로 발행한 전환사채(CB)의 파생상품 손실 등을 제외하면 당기순이익은 3000억원 수준”이라며 “경영정상화 작업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실적 호조 요인인 운임비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은 경영에 매우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해운법 29조는 외항화물운송사업자는 다른 외항화물운송사업자와 운임·선박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공정거래법 58조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지만 다른 법에 의한 정당한 행위는 법적용을 예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운업계는 해양수산부에 운임 협약 내용을 신고했고 화주와 사전 협의를 진행하는 등 적법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공정법 적용을 예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화주와의 협의가 부실했고 운임신고도 미흡했다며 담합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제재 초읽기… 해운사는 정말 담합을 했나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운사 담합 제재 조치가 이르면 9월 나온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선박이 정박해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하경민 기자


미비한 법체계가 사태 키워… “제재 아닌 계도 필요”


전문가들은 미미한 법체계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현행 해운법 29조에는 선주가 공동행위를 할 경우 화주와 ‘서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정영석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협의를 어떤 수준으로 해야 하는지,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엔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해운사는 ‘화주와 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정위는 ‘협의가 미흡했다’고 반박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운법은 해운사들의 공동 행위를 허용하고 공정거래법도 다른 법률에 따른 예외 조항을 두고는 있지만 문제 발생 시 어떤 법률을 적용해야 하는지 불명확한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정법과 해운법 사이에 관계가 구체적으로 설정돼 있지 않고 다소 엉성하다”며 “해운업계 입장에선 이를 명확하게 안내받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해운법 29조와 공정거래법 58조는 각각 1978년, 1980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운업계에 아무런 경고나 시정명령이 없다가 이제와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영석 교수는 “처음부터 정책적으로 조율을 하든지, 법적으로 미비한 부분을 조율해 공동행위를 제한했어야 함에도 수십 년간 묵인하다 이제와서 과거의 일을 문제삼아 15년치 과징금을 물리는 것은 문제”라며 “미비한 법을 따라간 것이 해운업계 만의 잘못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운업계 상황이 개선됐다면 정부는 그동안 투입한 공적자금의 조기상환을 유도하고 해운사가 자립할 기반을 열어 주는 게 맞다”며 “해운업을 살리겠다고 해놓고는 과징금 형태로 수천억원을 가져가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꼬집었다.

김인현 교수도 “해운업계가 공동행위 사안을 해수부에 신고한 이후 시정명령 등이 없다가 갑자기 공정법을 적용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 무리한 처사”라며 “해수부와 공정위가 법률관계를 제대로 계도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계도하는 차원에서 선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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