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징수시 해외서도 한국 선사에 벌금 부과

[머니S리포트-해운업계 운명의 9월②] “경쟁력잃어 중국 등 외국기업에 시장 빼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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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해운업계가 폭풍전야 상황에 놓였다. 해운사들의 운임담합 사건 제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빠르면 9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돼서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납부해야 할 위기에 처한 해운사들의 반발에도 공정위는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가 해운사들의 입장을 반영해 서둘러 해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다. 과연 해운업계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까.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해운법 개정안을 둘러싼 해운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방이 거세다. 해운업계는 해운법 개정안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해운사들의 경쟁력 상실을 넘어 한국 해운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한다. 정치권에서도 해운업계에 힘을 보태면서 해운사 과징금 부과 처분을 앞둔 공정위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공정위는 특정 산업군을 보호하기 위해 담합을 허용하면 화주·소비자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행위는 ‘관례’… 업계 고사 시킬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이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은 현재 해당 위원회에 상정, 법안심사를 앞두고 있다. 해운법 개정안의 골자는 공정거래법이 아닌 해운법으로 선사들의 담합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개정안이 상정된 배경엔 해운법과 공정거래법의 충돌이 있다. 공정위는 국내·외 선사 23곳이 한국-동남아시아 노선에서 가격(운임) 담합을 벌였다고 봤다. 해운업계는 공정거래법 19조에 따라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 8000억원 부과’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해운업계는 공동행위는 불법이 아니라고 호소한다. 해운법에 근거해서다. 해운법 29조 1항은 정기선에 대해선 선사 간 운임·선박 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해운업계는 그러면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는 해운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공동행위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오래된 관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1979년 UNCTAD(무역개발회의)의 해운동맹 규약협약에 가입했다. 이 협약은 국제적으로 해운동맹을 인정하되 가입·탈퇴의 자유를 보장한다. 1980년엔 공정위 전신인 경제기획원이 해운기업의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경쟁제한행위등록증’을 발급하기도 했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치킨게임을 벌이면 운임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고 다수의 선박·노선을 보유한 대형선사만 살아남아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크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글로벌 국가들은 해운업계 운임 담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공동행위를 불법으로 본다면 글로벌 경쟁력 악화가 가장 우려된다는 게 해운업계 지적이다. 
공정위 과징금 징수시 해외서도 한국 선사에 벌금 부과
해외 선사들은 국내 선사들과 해운동맹을 맺지 않음은 물론 인천항·부산항 입항을 기피할 수 있다. 피해는 화주와 소비자들에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 잣대를 국내·외 선사 동맹에 들이대면 한국 선사들이 해외항만 입항시 역으로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국내 라면 회사가 가격담합을 했다면 국내서 벌금을 물리면 된다”며 “해운은 국제적인 거래를 하는 산업으로 상대 국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공정위가 국내·외 선사들에 과징금을 물리면 해외 정부도 한국 선사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중항로의 경우 양국 간 협의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50대 50으로 유지하고 있다. 공정위의 간섭이 심해지면 중국 측이 협력을 거부하고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가 언제든 공동행위 규제를 미주노선 등 다른 항로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게 해운업계 중론이다.

해운법 개정안엔 선사들이 해수부에 신고하는 공동행위 정보를 공정위와 공유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공정위가 해수부를 통해 제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앞으로 적절한 관리감독을 하기 위해서라도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업계는 국익 관점에서 해운법 개정에 다가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선복량(*)이 8585만9000DWT(재화중량톤수)였던 한국은 이듬해 7994만4000DWT로 떨어졌다. 한진해운 파산 여파다. 2018년 7951만7000DWT로 떨어졌던 선복량은 정부의 해운재건 정책과 해운사들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2019년 8535만5000DWT에 이어 2020년 8855만5000DWT로 점차 늘어났다. 

원양선사인 HMM과 SM상선은 항만 적체로 오른 운임 덕에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HMM은 5년 연속, SM상선은 3년 연속 각각 적자를 냈다. 중소 역내 선사들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동남아 노선의 경우 선복 과잉으로 운임이 하락하며 수년 동안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민영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외국 선사에 유리한 환경으로 넘어가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최소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공동행위를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사들이 담합을 해도 화주와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며 “최근 선박 발주가 호황인데 2~3년 후엔 공급과잉으로 운임이 떨어지게 된다. 이제 숨통이 조금 트인 해운사들을 막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산업군 지키려 법 개정? 공정위 ‘발끈’


공정위와 국내 해운업계가 해상 운임 담합 관련 과징금에 이어 해운법 개정안을 두고 맞붙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공정위와 국내 해운업계가 해상 운임 담합 관련 과징금에 이어 해운법 개정안을 두고 맞붙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공정위는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사 간 담합을 허용하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공동행위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안되면 화주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선사들이 호황기에 운임을 올려 이익을 얻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공정위는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해운의 공동행위를 허용하지만 일정한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경쟁 당국에서 조치를 할 수 있고 EU 등 운임 담합 자체가 허용이 안 되는 곳도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해운업계 관계자는 “EU는 MSC, 머스크, CMA CGM, 하팍로이드 등 글로벌 5위권 내 선사를 소유한 국가”라며 “대형 선사들이 중소 선사와 운임 담합을 하는 것보다 각자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해 EU는 담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운법 개정안 반대 의견을 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더불어민주당·서울 도봉을) 의원실 관계자는 “해운법 개정안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들어있지도 않다”며 “국회가 특정기업의 담합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법까지 고쳐준다는 비난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공정위가 국감 시즌에 전원회의를 열고 담합 사건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사들은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해운법이 먼저 개정된다면 법원은 개정 해운법으로 적용해 해운사에 유리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정학부 교수는 “국회에서 해운법 개정안 통과돼도 소급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해운법이 우선 적용 되도록 손을 대려 할 것인데 공정거래법과 상충돼 통과된다면 공정거래법이 무력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해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른 부처도 관할 산업에 유리한 예외 조항 넣으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선복량 : 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 무게로, 선박이 가지고 있는 운송서비스 능력을 의미한다. 일반화물선의 경우 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최대 중량(DWT)으로, 컨테이너선의 경우 최대 컨테이너 적재량을 20피트 컨테이너단위(TEU)로 각각 표시한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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