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몸집 키우려는 은행들… "금융권에서도 삼성전자 만들자"

[머니S리포트-K-금융, 글로벌 영토 확장… 미래성장 다진다①] 금융사 해외 개척, 현실은 ‘우물 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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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은행과 보험, 증권사들이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수익 다각화로 미래성장 동력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은행들은 해외거점을 늘리며 현지화 전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를 벗어나 새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개인투자자가 늘면서 증권사 역시 해외 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 금융의 글로벌화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왼쪽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KB부코핀은행,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신한베트남은행 본점, 베트남 우리은행 본점이 소재한 하노이 랜드마크 타워 전경./사진=각 사
(왼쪽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KB부코핀은행,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신한베트남은행 본점, 베트남 우리은행 본점이 소재한 하노이 랜드마크 타워 전경./사진=각 사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의 해외시장 개척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금융사들은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금융시장을 뛰어넘어 새 시장을 개척, 수익 다변화를 이뤄낸다는 복안이다. 국내 각 은행 수장들은 핵심 경영전략으로 ‘글로벌화’를 키워드로 앞세우는 동시에 그동안 주로 국내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던 역할에 머물던 은행을 이젠 ‘혁신의 주체’로 돌려세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다만 은행들은 20년 가까이 세계 무대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존 기업들 외에 글로벌로 향하는 새로운 산업군과의 시너지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진출 속도내는 은행들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총 자산은 2020년 말 기준 1650억1000만달러로 전년 말(1336억9000만달러) 대비 23.4%(313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 같은 자산 증가는 은행들이 해외점포의 성장을 위해 고삐를 바짝 죈 결과다. 같은 기간 은행의 해외점포는 7개가 폐쇄되고 9개가 신설돼 2020년 말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197개에 이른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4월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인수하고 같은 해 8월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어 그해 12월엔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설립, 미얀마-캄보디아-인도네시아를 잇는 동남아시아 금융벨트를 구축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12월 3곳에 이어 올들어서도 2곳을 각각 신규 개점하는 등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당초 목표인 5개 지점을 모두 개설하며 영업망을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현지에서 영업점 수, 당기순이익, 총 자산 부문 외국계 은행 1위에 올라섰다.

하나은행은 중국법인이 지난해 알리바바 등 현지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과 제휴해 약 6300억원 개인대출 자산을 이뤘고 인도네시아 법인은 모바일 메신저플랫폼인 라인(Line)과 손잡고 올 6월 디지털뱅킹 플랫폼 ‘라인뱅크 바이 하나뱅크’(Line Bank by Hana Bank)를 출범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서 현지고객과 기업을 대상으로 리테일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어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시장에선 글로벌IB와 지상사,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에서 영업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해외서 몸집 키우려는 은행들… "금융권에서도 삼성전자 만들자"


세계 순위서 하위권… 국제화 지표도 낮아


은행들의 해외 진출 노력에도 국내 은행의 총 자산과 순이익 중 해외거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6%대에 그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에도 KB·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는 금융 혁신이 이끈 결과가 아니었다. 저금리 장기화로 대출이 늘면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과 함께 주식 호황에 따른 수수료 이익 증가, 대손충당금 축소 등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다시 말해 금융 혁신에 따른 호실적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P글로벌이 발표한 올해 세계 100대 은행 순위를 살펴보면 ▲KB금융 63위 ▲신한금융이 64위 ▲ NH농협금융 72위 ▲하나금융 74위 ▲우리금융 83위 등으로 국내 5대 금융지주는 60~80위에 포진해있다. 지난해 한국의 GDP는 세계 10위에 올라섰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국내 은행들은 세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속한다. 
여기에 4대 은행의 초국적화지수는 ▲KB국민은행 16% ▲신한은행 15%대 ▲우리은행 15%대 ▲하나은행 12% 등 10%대를 맴돌고 있다. 초국적화지수가 50%를 넘나드는 HSBC 등 주요 글로벌 은행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초국적화지수는 기업의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업게의 삼성전자, 왜 어렵나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시 글로벌 은행에 비해 조달금리, 네트워킹 등 두 가지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국내 은행은 글로벌 은행보다 규모가 미미한 만큼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경쟁력이 열세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현지법인은 글로벌 은행보다 약 0.1~0.2%포인트 가산금리를 추가로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선 대형은행일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로 자본조달이 가능하다”며 “반면 국내 은행들은 이들 글로벌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조달금리 등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네트워크 구축에도 애로를 겪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장 진출에 애쓰지만 이미 일본 은행들이 선점해 있어 속도를 내기 어렵다. 일본 정부는 1960년대부터 동남아의 정부 관료 및 경재계 인사와 접촉해 공적개발원조를 실시하며 일찌감치 현지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특히 24년 전 태국에서 실패 사례는 여전히 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은행들은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현지시장에서 전면 철수해 다시 진출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태국은 IMF 당시 한국의 은행들이 현지애서 철수한 이력을 들며 (한국 금융기관을) 꺼려한다”며 “미얀마 사태와 코로나19로 선뜻 현지 철수를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의 본질은 기업에게 투자와 대출을 해줄 때 수익성을 따져보는 심사 기능이지만 1960년대 제조업 중심의 산업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따져가며 돈을 대주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자체적으로 금융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1980년대까지 금융회사들이 금융의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고 사실상 제조업에 비해 20년 뒤처진 상태에서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들이 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갖춘 상황에서 금융 역시 200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화를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전 세계 무대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추기엔 역부족이었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경제는 전통적으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은행의 해외 진출은 국가 경쟁력과도 연관이 깊다.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무려 40%에 달하고 무역의존도 역시 60%를 넘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은행들이 독과점 시장에 있다 보니 해외에서 사실상 경쟁력이 높지 않다”며 “일반적인 금융서비스로는 해외시장을 뚫기 어려운 점이 있어 현지의 니즈에 맞고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슬기
박슬기 seul6@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박슬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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