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이장희 교수 "한국은 대북 제재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

[머니S리포트] 글로벌 석학이 본 한국의 경제·산업 위상 변화(1-4) :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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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은 누군가에겐 기회였다. 환경문제와 변이 바이러스라는 인류 대재앙에 직면한 글로벌사회는 1년 반의 시간 동안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고 유례없이 빠른 기술의 발전과 대응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의 위상이 변화했다. 진단키트 개발과 선진적인 방역체계,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로 경제·산업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머니S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국내·외 각 분야의 석학들에게 한국의 상황 진단과 과제, 대안을 물었다. 한국과 동아시아 3국을 이루는 중국·일본과의 관계를 비롯해 북·미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한 정치학자, 미국·유럽의 국제경제 분야 경제학자와의 대담을 통해 ▲남·북 관계와 주변국 ▲경쟁력과 성장, 그리고 또 다른 기회를 분석했다.
◆기사 게재 순서
▶1부 - 남북 관계와 주변국
(1)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2)짐 데이토 하와이대 교수
(3)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경제학 교수)
(4)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2부 - 경쟁력과 성장, 그리고 또 다른 기회
(1)카일 페리어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
(2)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국제경제대학원(GIIDS) 교수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내 1세대 통일 연구자이자 법학자로 “한국 정부는 한·미 정부 간의 불평등한 제약적 요소를 찾아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내 1세대 통일 연구자이자 법학자로 “한국 정부는 한·미 정부 간의 불평등한 제약적 요소를 찾아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2018년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기회였다. 한국 정부가 그 기회를 놓친 것은 큰 실수다. 하지만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앞으로 한·미 ‘동맹’이 아닌 ‘관계’의 관점으로 보다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국방·통일 문제에서 지나친 미국 의존을 벗어나야 한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사진·71)는 독일의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1990년대 초반 독일 본(Bonn)대학과 하이델베르크 국제법·공법 막스프랑크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한 국내 1세대 통일 연구자이자 법학자다. 1977년 독일 유학시절부터 44년째 동·서독 분단과 통일을 연구하고 여기서 얻은 ‘통독의 교훈’을 어떻게 남·북한 현실에 적용할지 끊임없이 탐구한 이론가이자 실천가다.

1995년 ‘나는야 통일 1세대 : 어린이를 위한 통일이야기’를 출간했다가 1997년 서울지검 공안1부에 의해 이적 표현물로 규정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이 교수는 당시 저서를 이적 표현물이라고 보도한 조선일보와 한국논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승소했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교수는 3년 전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평화통일의 기회를 놓친다면 미래세대에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9월 2일 다시 만난 이 교수는 “불과 3년 전에 남북 철도 재개 기공식이 이 땅에서 열렸는데 남북 대화가 온데간데없이 싸늘해진 건 정부의 책임”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불만은 한국 정부가 미국 문제에 있어서 자주성이 없다는 한계를 깨달은 것이고 북·미 문제를 직접 딜하겠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남·북 관계 3년 동안 제자리 걸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힘은 촛불시민이 몰아준 국회 여당 180석이다. 야당은 물론 미국도 제압할 힘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역할에 아쉬움이 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NSC 의장은 대통령인데 외교부 중심으로 구성돼 통일 담당 비서관 한 명이 있고 대통령에게 직보가 안됐다.”

이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 대비 조 바이든의 보텀업 방식이 신중할 수는 있지만 시의성 면에선 속도감이 늦다”며 “버락 오바마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8년 추진된 남북 철도 연결사업은 국제 제재로 지연됐다. 남·북의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됐고 2020년 6월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으로 극단적인 상황에 치달았다. 트럼프의 연임 실패로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들어선 지금은 진전도 후퇴도 아닌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의 남·북한 상황을 어떻게 볼까.

“바이든의 최대 고민은 중국이고 다음은 아프가니스탄이다. 아시아 중에 북한이나 남·북 문제는 후순위다. 현상관리 정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제일 급한 것은 두 당사자인 남·북한이다. 정부는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지난 8월 31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국회 통과시켰는데 잘못됐다.”

이 교수는 정부가 한·미 동맹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반박했다. 그는 “한·미는 더 이상 동맹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이 맞지 않다”며 “동맹(얼라이언스)은 냉전시대 용어로 적이 있을 때 쓰고 북한과의 신뢰 회복에 장애요소다. 보다 대등한 표현은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보면 대남정책 핵심인 핵무기 개발에 대한 내용을 삭제해 진정성을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에 대해 요구할 것이 있으면 강하게 하고 북한에는 사과해야 한다”며 “현재 북한은 중요 기업 등이 제재 목록에 포함돼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미·중 동등하게 대해야 해


트럼프와 바이든은 근본적으로 다른 외교 스타일을 가졌고 이는 주요국의 외교 전략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이 교수는 “장사꾼인 트럼프는 이문만 남으면 진영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어제 한 약속도 버릴 수 있는 반면에 바이든은 민주당의 정통 원칙론자 정치가로 성장한 인물”이라고 비교했다. 그는 “현재 한국 정부의 문제는 대미 외교에 전략적인 데 비해 중국에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에도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국력에 대해 미국이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선진적인 방역시스템 구축 부문에서 이를 더욱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의 품격이 매우 높아졌다. 미국보다 더 민주화됐고 기술적인 면에선 훨씬 낫다. 미국 동포가 아프면 한국으로 원정 치료를 올 정도다. 선진국인 일본을 보면 통계의 부재는 물론 행정체제 역시 아직도 서명이나 도장을 찍는 문화고 한국처럼 사진 촬영본을 이용해 전자결재가 가능한 시스템이 안 된다.”

이 같은 기술의 힘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역사적으로 봐도 15세기 세계의 신기술 70개 가운데 30개 이상이 고려와 조선의 것이었다. 화약이나 배를 만드는 기술 등”이라며 “이런 맨파워를 가진 한국은 앞으로 외교에서 미·중·일에 국한되지 않고 인도·동남아·중동·남미·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와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그래픽=김영찬 기자


“주권 제약적 요소 하나씩 개선하자”


“아프간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앞으로 미국을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다. 미국은 국익에 도움이 안되면 난민이 생기든 말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한·미 정부 간의 불평등한 제약적 요소를 찾아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이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성과 가운에 하나로 올 5월 한·미정상회담을 꼽았다. 한국 정부는 이번 회담의 공동성명에서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미사일 지침 해제를 결정해 미사일 주권을 되찾았다. 이는 한국이 사정거리나 탄두 중량에 관계없이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안보 강화와 관련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주권 제약적인 요소가 여전히 많다”며 “방위비 분담금 협정, 유엔군사령부의 비무장지대 규정 등을 하나씩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필] 이장희 교수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법학석사 ▲독일 킬크리스티안알브레히트대 대학원 법학박사 ▲미국 예일대 로스쿨 객원교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사 ▲대한국제법학회 이사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자문위원 ▲세계국제법협회 한국본부 이사 ▲한국외국어대 법학연구소장 ▲대한국제법학회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치외교분과위원회 위원장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앰네스티 법률가위원회 위원장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대표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원장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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