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의사지만 진료보다 신약 개발을 꿈 꿨습니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베인·MSD 경험 살려 한국의 길리어드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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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정신과 전문의 출신인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50)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를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지놈앤컴퍼니
서울대 의대 정신과 전문의 출신인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50)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를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지놈앤컴퍼니
“서울대 의대 91~92학번들이 유달리 의료현장이 아닌 다른 영역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다국적제약사 MSD 등에서 몸담은 것처럼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개발 기업 지놈앤컴퍼니를 만들었던 것도 예전엔 상상 못할 일이었죠”

서울대 의대 정신과 전문의 출신인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50)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미생물)를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몸속에서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을 일컫는다. 치매·비만·암 등에서 치료제 개발 시도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큰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5년 8억9400만달러에서 연평균 21.3%씩 성장해 2023년 15억98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분업 사태 영향… 미국 MBA 유학행



보통 의대를 졸업하면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배 대표는 진료보다 사업가 정신이 투철한 의대생이었다. 강박증·조현병 치료 귄위자인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교육 아래 레지던트 생활하며 임상 진료가 아닌 신약 개발을 꿈꿨다. 레지던트 2년차 때 불어닥친 의약분업 사태가 배 대표를 흔든 것이다.

“의약분업 사태 등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의학 공부만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동기들 사이에서 일었습니다. 진료보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일이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우리 학번대에 임상의가 아닌 보건복지부 공무원이나 의학 전문 기자, 변호사, 대표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동기들이 많아요”

배 대표는 정신과 의사 전문의 자격을 따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의학 공부를 더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듀크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은 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했다. 소비재 기업과 금융회사 등에 영업과 마케팅 전략을 컨설팅했다. 이 경험은 지놈앤컴퍼니 창업의 바탕이 됐다.

지놈앤컴퍼니의 첫 태동은 2015년 초 서울의 한 호프집에서부터 시작됐다. 배 대표는 대학동기인 박한수 연구소장으로부터 마이크로바이옴 사업계획서 작성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처음엔 베인에서 컨설턴트를 한 경험을 살려 친구를 돕자는 생각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주목을 받기 시작할 무렵이었어요. 역사가 길지 않다 보니 연구를 빠르게 시작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을 구상하면서 깊게 공부하다보니 문득 ‘이 사업을 같이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지놈 신약 부작용 적어… 승산 있다 판단”



배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최대 장점으로 독성 등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을 꼽았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단순히 우리 몸에 기생하는 세균이 아니다. 숙주와 공생하기 위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등 좋은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사람 몸에 살던 세균 기반이다 보니 독성 등 부작용이 기존 치료제보다 적은 편이다.

“기존 면역항암제의 경우 사람 몸에 없던 항체를 쓰기 때문에 암세포가 오히려 커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숙주와 공생하는 방향으로 적응한 세균이니 독성이 적어 의료진이 부담 없이 처방할 수 있어요.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가 나오면 환자들에게 사용하겠다는 의료진이 90%에 달했어요”

배 대표는 ▲면역항암 ▲뇌질환 ▲피부질환 ▲산과질환 등 영역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라이선싱 아웃(기술수출) 성과가 기대되는 신약후보물질은 면역항암제 ‘GENA-104’. 배 대표는 지난 3월 미국암학회에서 동물실험 연구결과를 최초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생산·공정개발계약도 체결했다.

배 대표의 전략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기업 사이오토 인수도 신약 개발 시너지 때문이었다. 지난 9월 인수한 위탁생산(CMO) 기업 리스트랩은 회사의 미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다.

“리스트랩 인수는 미국 시장 진출 뿐 아니라 임상 시약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신약 개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놈앤컴퍼니의 핵심 경쟁력을 자연스럽게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리스트랩의 연매출은 약 100억원으로 2024년까지 1000억원 달성이 목표입니다”

배 대표의 초강수는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CMO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마이크로바이옴 CMO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12% 부족했다. 2024년에는 최대 40%까지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 대표는 지놈앤컴퍼니가 한국의 길리어드가 되는 것을 꿈꾼다. 길리어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바이오 벤처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혁신 신약 개발에 성공해 창업 30년 만에 글로벌 제약사 9위로 도약했다.

“우리 회사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실력을 인정할 정도로 탄탄한 연구개발·비즈니스 전략 인력을 두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인력비율 가운데 석·박사 비율이 84%에 이르는 데다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 등에서 몸담은 재원들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없던 혁신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만들어 한국의 길리어드가 되겠습니다”


 

한아름
한아름 arhan@mt.co.kr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S 산업2팀 기자.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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