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 다른 'ESG 경영'의 두 얼굴

[머니S리포트] K-ESG 착한기업-나쁜기업 ② - ‘모성 존중’ 한다면서 육아휴직 팀장에게 보복성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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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지표를 기준으로 투자제한 조치를 확대함에 따라 국가별·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평가모델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의 실정을 반영한 ‘K-ESG’를 개발해 오는 12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에는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기업의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됐지만 여전히 ESG에 역행하는 곳도 있다. ESG 취지와 달리 단지 기업 이미지를 바꾸려는 목적으로 ESG를 이용하는 사례도 지적된다.
다수 기업이 ESG 위원회를 만들고 ESG 경영보고서 등을 공개해 사회적 평판을 중요시하지만 ‘착한 기업’이 되기를 포기한 일부 기업은 ESG 시대의 어두운 면을 차지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다수 기업이 ESG 위원회를 만들고 ESG 경영보고서 등을 공개해 사회적 평판을 중요시하지만 ‘착한 기업’이 되기를 포기한 일부 기업은 ESG 시대의 어두운 면을 차지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ESG 리스크 높은 사업 해도 ‘착한 기업’ 될 수 있다
(2) 겉과 속 다른 'ESG 경영'의 두 얼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 활동의 필수 요소가 되고 K-ESG 도입마저 성큼 다가왔지만 여전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기업 역시 존재한다. 다수 기업이 ESG 위원회를 만들고 ESG 경영보고서 등을 공개해 사회적 평판을 중요시하지만 ‘착한 기업’이 되기를 포기한 일부 기업은 ESG 시대의 어두운 면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 43.2% “기업 이미지 제고 위해 ESG 도입”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3월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 준비실태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3.2%는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ESG 경영을 도입했다고 답했다. 이어 ▲국내·외 사업 수익에 직결되기 때문(20.8%) ▲ESG 규제 부담 때문(18.0%) ▲투자자 관리(15.3%) 순이었다. 

물론 기업들이 ESG 경영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기보다 이를 이용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데 목적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에 ESG 경영이 사회 기여보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됐다”며 “쉽게 말해 ESG 경영의 목표가 ‘주가 상승’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SG 워싱’(Washing·세탁)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ESG 워싱은 외적인 ESG 경영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ESG 경영을 표방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착한 경영의 실천과 괴리를 줄여가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ESG 경영연구소장은 “부정적인 사회 이슈가 반복되는 기업에 대해선 후속 조치를 확인하는 등 ESG 평가 방식이 점점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SG 워싱’ 남양유업… 변함없는 ‘갑질 행태’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남양유업 음료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효과 조작 사태와 매각 무산 논란, 가맹점주와의 갈등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홍성국 의원(더불어민주당·세종갑)은 “남양유업이 ESG의 교과서”라며 “반대로만 하면 된다”고 질타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지난해 공개한 ESG 평가 등급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총 7단계 가운데 아래서 3번째인 ‘B’ 등급을 받았다. 과거 대리점주에 대한 갑질 사건과 홍 회장 외조카인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온라인 댓글 조작 등에 이르기까지 ‘B’ 등급도 사실상 남양유업에는 높은 점수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육아휴직 갑질 사건마저 터졌다. 남양유업은 육아휴직 후 복귀한 여성 팀장의 보직을 박탈하는 보복성 인사를 단행했다. 홍 회장의 녹취록이 공개된 가운데 그는 다른 직원에게 해당 팀장을 괴롭혀 자발적인 퇴사를 할 수밖에 없도록 지시했다. 녹취록에는 “빡세게 일을 시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압박을 해서 못 견디게 해” “위법은 아니지만 한계 선상을 걸어라” 등의 지시가 담겼다. 남양유업은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모성존중 기업문화’ ‘인간 존중 기반 사회공헌활동’을 중요시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겉과 속 다른 'ESG 경영'의 두 얼굴



계열사가 속 썩이는 GS·SK


국내 10대 기업들도 ESG 경영에 떳떳하지 못하다. KCGS가 평가한 GS의 지난해 ESG 등급은 ‘B+’다. 미국 금융회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GS의 ESG 등급이 ‘BBB’라고 평가했다. 가장 중간에 해당하는 점수다.

GS그룹의 주요 상장 계열사인 GS리테일은 ‘202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파트너사에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한 거래를 실천하는 정도경영 확립에 힘쓰며 경영주와의 동반성장을 핵심가치로 삼는 진정성 있는 상생활동을 지속해 유통업계 최초로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GS리테일은 2015~2018년 납품업체로부터 350억원에 달하는 판매 장려금을 챙기는 ‘갑질’을 해왔고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3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기업형슈퍼마켓(SSM) 운영사(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가운데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었다. KCGS는 지난 7월 GS리테일의 사회부문 ESG 등급을 ‘B+’에서 ‘B’로 하향조정했다.

계열사의 잘못으로 그룹 이미지가 손상된 기업에는 ‘SK’도 있다. SK그룹은 국내에서 ESG 경영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심지어 최태원 회장은 ‘ESG 경영 전도사’라는 명예까지 얻었지만 일부 계열사는 ESG 등급이 오히려 하락했다. KCGS는 올해 SK 계열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SK네트웍스·SK텔레콤·SKC 네 곳의 ESG 등급을 하향조정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의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사회부문 등급이 한 단계(A+→ A) 내려갔다.

2019년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제소했다. ITC는 지난 2월 LG에너지솔루션에 승소 판결을 내려 배터리 분쟁이 마무리됐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합의금으로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총 2조원을 지급했다.

다만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ESG 등급(2020년 기준)은 ‘A+’로 국내 10대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MSCI도 SK에 ‘AA’를 부여했다. 7단계 중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은 계열사의 ESG도 챙겨야 할 의무가 있다”며 “계열사의 개별성과 차별성을 존중해야 하겠지만 ESG 경영철학과 비전, 목표 등은 그룹 차원에서 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유선
노유선 yoursu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십니까, 노유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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