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리스크 높은 사업 해도 ‘착한 기업’ 될 수 있다

[머니S리포트] K-ESG 착한기업-나쁜기업 ① - K-ESG 키워드 ‘재생에너지·정규직·양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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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지표를 기준으로 투자제한 조치를 확대함에 따라 국가별·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평가모델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의 실정을 반영한 ‘K-ESG’를 개발해 오는 12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에는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기업의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됐지만 여전히 ESG에 역행하는 곳도 있다. ESG 취지와 달리 단지 기업 이미지를 바꾸려는 목적으로 ESG를 이용하는 사례도 지적된다.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주요국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주요국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ESG 리스크 높은 사업 해도 ‘착한 기업’ 될 수 있다
(2) 겉과 속 다른 'ESG 경영'의 두 얼굴

‘산업발전법’에 근거한 표준화 작업이자 한국 기업의 실정에 맞는 ESG 가이드라인 ‘K-ESG’가 12월 초 공개된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 가운데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것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며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평가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국제연합(UN)은 2006년 출범한 책임투자원칙(UNPRI)에 따라 ESG 이슈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했다. 한국 정부는 15년 만인 올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이자 한국전력 주요주주였던 APG는 지난해 한전이 대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투자금 6000만유로(800억원)를 회수했다. ESG는 개별 기업의 이슈를 넘어 자본시장과 국가 경제의 성패에 중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K-ESG 국내 기업에 ‘청신호’


해외 기관의 ESG 기준 가운데 대다수는 기업의 인종 다양성을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에 비해 낮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생산성본부가 공개한 K-ESG 주요 평가기준을 보면 ▲정보공시 부문(ESG 정보공개 방식·주기) ▲환경 부문(재생에너지 사용량·매출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사회 부문(정규직 비율·산업재해율) ▲지배구조 부문(여성 이사 수·내부 비위 현황) 등 총 61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문항수별로는 사회(22개) 지배구조(20개) 환경(14개) 정보(5개) 순으로 사회부문이 가장 중점적인 평가 대상이다.

ESG 기본 부문 3개와 별도로 정보공시 부문이 추가된 이유는 기존 평가기관들의 등급 산정방식이 일반투자자에게 공개된 정보로 한정돼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직접 작성·제공한 재무제표나 경영보고서 등은 자사에 유리한 정보로 이뤄져 있는데 기타 정보의 공개성이 취약한 경우 ESG 평가 자체에 감점 요소가 된다는 의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아산을)은 “기업이 스스로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정부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최소한의 검증으로 알려 객관화된 지표로 사용되도록 노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부터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의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2030년엔 모든 코스피 기업으로 확대된다. 강 의원이 제공한 코스피 시가총액 200대 기업의 K-ESG 파일럿테스트 중간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최고점수는 시가총액 23위 SK(66.64점)로 최저점수를 받은 A기업(12.10점)과 54.54점 차이가 났다. 부문별 최고점수 기업은 ▲정보공시 부문 : 삼성화재·LG전자·한국가스공사·한국전력 ▲환경 부문 : KT ▲사회 부문 : 대우건설 ▲지배구조 부문 : 신한지주 등으로 나타났다.

산업적 특성에 따라 취약한 부분과 강점을 가진 부분이 두드러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도 K-ESG의 특성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여성 임원이 비교적 많은 금융회사의 경우 타업종과 지배구조 부문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불공정할 수 있는 만큼 이런 점이 평가모형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ESG 경영연구소장은 “반도체 기업 등의 탄소배출이 내재화된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절대적인 수치 평가보다 과거 대비 변화, 매출과 생산량 대비 증감 추이, 유사 제품 비교 특성 등을 평가 요소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SG 리스크 높은 사업 해도 ‘착한 기업’ 될 수 있다



과거 대비 ‘노력’도 ESG 평가 요소


실제로 사회 부문 최고 기업으로 평가된 대우건설은 하도급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설 업종이다. 대우건설은 2018년 5~6개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 수십억을 8개월 이상 미지급해 ‘갑질’ 논란에 휩싸였지만 올해 협력업체 현금결제비율을 99.5%까지 높이고 결제기일을 20일로 줄였다.

겉으론 협력업체와의 상생으로 포장하면서 실제로는 ESG를 강요하는 관행 역시 개선돼야 하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강 의원은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과 동반성장이 아니라 오히려 ESG를 강요해 자사 실적에 반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문제로 시정해야 한다”며 “ESG 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자랑 많이 하는 기업이 아니라 노조 현황, 산업재해, 법규 준수, 과징금 발생 등의 지표를 반영해 현실과의 괴리를 최대한 줄이고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실제 지난 10월 1일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ESG 도입을 요구받은 경우가 12.0%에 달했고 평가가 미달돼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거래정지(47.2%), ESG를 요구하면서 지원은 없는 경우(52.8%) 등의 사례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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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RS 이후 10년 만의 재평가 기회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사회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ESG 채권의 국내 발행금액은 2018년 1조3000억원에서 2020년 39조3000억원으로 30배 이상 급증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도 지난해 글로벌 ESG 채권·부채 규모가 7321억달러(약 876조원)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내년까지 운용자산의 절반을 ESG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식과 채권 위탁운용회사를 선정할 때도 ESG 투자 현황을 중요 평가항목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 10주년을 맞는 해로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다시 한 번 한국 기업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K-IFRS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2011년 국내 모든 상장회사에 적용돼 지배·종속 관계에 있는 각 회사의 연결재무제표 공시가 의무화되고 투자부동산, 금융부채 등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항목에 대해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치 기준으로 평가 방식이 변경됐다.

K-IFRS 시행은 다수 계열사를 거느리는 국내 대기업그룹의 특성상 연결대상 회사의 재무 상태와 영업실적 등을 보다 정확히 반영해 투자자에게 올바른 재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취지다. 기업에는 새로운 규제로서 부담이 가중된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기업에 대한 재무제표 신뢰가 향상된 점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 소장은 “ESG 등급의 취지는 기업에 대한 평가가 아닌 경영지침 제공”이라고 전제하며 “사람으로 비유하면 공부도 인성도 체력도 다 좋은 지덕체를 갖춘 사람이 최고가 아니듯 다양한 장점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주주에 대한 정보공개의 신뢰를 높이는 상호발전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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