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공급망 쇼크’… 병목현상 장기화 우려

[머니S리포트-글로벌 덮친 공급망 대란①] 수요 예측 실패에 생산 차질… 중국 전력난 악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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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벗어나 일상으로의 회복을 기대하던 세계 경제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소재의 공급 불균형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대로라면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의 경제 역시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진다. 전 세계를 덮친 공급 대란 상황을 살펴봤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갈수록 커지는 ‘공급망 쇼크’… 병목현상 장기화 우려
② 공급망 차질에 먹구름 낀 ‘세계 경제’… 韓 영향은
③ “공급망 주도권 잡아라”… 자립 나서는 韓 기업들

글로벌 공급 대란이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에 경고음이 울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글로벌 생산시설의 록다운(봉쇄) 반복, 이로 인한 원자재·부품·소재의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공급 병목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전력난 등 추가적인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제 회복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등 공급 불균형 장기화


공급 부족이 가장 심각한 분야는 반도체다. 반도체는 다양한 산업에 두루 사용되는 핵심 부품으로 ‘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공급 불균형이 가속화되면서 반도체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할 제품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생산량을 줄이는 실정이고 최근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에 들어갈 반도체도 부족해 생산 차질의 범위가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반도체 공급 부족은 제품 구동에 필수적인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수요기업들의 예측 실패와 반도체를 제조하는 파운드리 기업의 생산능력 제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의 원인 및 영향’ 보고서에서 “주요 완성차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수요 급감하자 부품 발주를 줄였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수요가 회복되면서 재고 소진과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파운드리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 발주가 축소되자 비대면 트렌드로 수요가 증가하는 5G, 가전 관련 반도체 수주를 확대했고 결국 이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발주 회복에 대한 생산을 늘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업체 NXP의 제조 현장. / 사진=로이터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업체 NXP의 제조 현장. / 사진=로이터
자연재해도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시켰다. 지난 2월 일본 지진으로 인해 현지 반도체기업 르네사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같은 달 미국 텍사스 한파에 따른 전력공급 중단으로 삼성전자·인피니온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현지 공장이 줄줄이 멈춰 섰다가 6월에서야 정상화 됐다.

르네사스의 경우 3월에도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이바라키현 나카 공장에서 큰불이 발생, 생산이 중단됐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대만 TSMC 역시 지난 4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공업용수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애플 등 고객사들이 제품 조달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은 “공급 부족을 해소하려면 공장을 더 지어야 하는데 새로 짓더라도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내년 말이나 2023년이나 돼야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2년 상반기에도 공급망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제조사들의 생산이 안정을 찾더라도 위험요인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심화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측면에서 미국·중국, 대만·중국, 한국·일본 등의 갈등 고조로 관세와 수출통제 등을 통해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중국·유럽 등이 반도체 자립을 추구하는 가운데 원재료, 기술, 인력 등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려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전력난에 소재 수급 불안 가중


중국의 전력난도 공급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현재 중국은 극심한 전력부족으로 장쑤성을 비롯한 21개 지역에서 전력 공급 제한 조치를 내렸다. 이들 지역은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어 중국의 제조업 기지이자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다. 현지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이나 공장이 없더라도 중국으로부터 소재나 부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이 전력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수급 부족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가 높다.

대표적인 업종이 배터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등 이차전지 4대 핵심소재의 해외 수입 비중이 63.9%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4대 소재는 중국이 장악한 시장이란 점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양극재 57.8% ▲음극재 66.4% ▲전해질 71.7% ▲분리막 54.6% 등이다. 중국의 배터리 소재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한국 기업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중국의 전력난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호주와의 외교적 갈등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를 조사하자고 제안하자 중국은 크게 반발하며 자국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중국은 석탄 수입량의 과반을 호주산에 의존해왔다. 2019년 기준 중국의 에너지 소비 총량에서 석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7.1%에 이르며 전체 석탄 수입량의 60%는 호주에서 조달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 사진=로이터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 사진=로이터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호주산 석탄 없이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을 강타한 최악의 전력난이 글로벌 공급난을 심화시키고 세계 경제에도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도 전력난에 기름을 부었다. 시진핑 주석은 내년 2월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베이징의 푸른 하늘을 보여줘야 한다며 화석연료 발전에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중·장기 환경 로드맵 정책까지 더해지며 석탄 사용이 강력히 제한되고 있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해외산업실 부연구위원은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며 “석탄 사용을 강력히 제한하는 환경 정책이 전력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전력난이 얼마나 이어질 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조 부연구위원은 “현지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전력난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단기적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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