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주도권 잡아라”… 자립 나서는 韓 기업들

[머니S리포트-글로벌 덮친 공급망 대란] ③ 부품 내재화·합종연횡으로 활로찾기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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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벗어나 일상으로의 회복을 기대하던 세계 경제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소재의 공급 불균형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대로라면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의 경제 역시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진다. 전 세계를 덮친 공급 대란 상황을 살펴봤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사진=삼성전자
◆기사 게재 순서
① 갈수록 커지는 ‘공급망 쇼크’… 병목현상 장기화 우려
② 공급망 차질에 먹구름 낀 ‘세계 경제’… 韓 영향은
③ “공급망 주도권 잡아라”… 자립 나서는 韓 기업들

글로벌 주요국들이 국가 간 갈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연재해와 같은 리스크에 대비해 생산 기지와 부품 조달 등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전략 산업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관련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인수·합병(M&A), 지분투자를 통해 저비용·고효율 중심에서 벗어난 공급망을 모색하고 있다.



美 “반도체산업 강화에 57조”… 中 “반도체 자급률 70%”


“공급망 주도권 잡아라”… 자립 나서는 韓 기업들
미국은 자국 중심의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굴기를 저지하고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부족과 중국 전력난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은 미국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 강화에 500억달러(약 57조원)를 쏟아붓는다. 미국은 첨단 및 범용 반도체 제품의 제조기반이 아시아에 쏠려 있다고 판단, 자국 내 첨단 제조시설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설비투자엔 최대 40%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시 최대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의 연방 보조금도 지급한다.

파격적 지원은 전기차 산업에서도 이어진다. 투자금만 1740억달러(약 194조원)다. 전기차 배터리 주요 소재·부품의 75%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할 경우 완성차업체는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소싱 현지화에 속도를 높이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배터리사들도 잇달아 미국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있다.

중국 역시 첨단 제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1조위안(약 170조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업계의 취약점이었던 집적회로 설계·중점 장비 및 고순도 반도체 재료 개발에 연구가 집중돼 있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성 별로 임대료 감면과 세금 환급 등 기업 유치 인센티브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추가 보조금도 주고 있다.

유럽연합(EU)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며 최대 500억유로(약 67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유럽 각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하는 금액의 20~4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 유인책·자원 외교 절실”


SK하이닉스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SK하이닉스
한국은 미·중과 밀접한 공급망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에 전초기지를 세우며 저비용·고효율을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발 공급망 쇼크가 덮치며 안정적이고 복원력이 강한 공급망 구축이 절실해졌다.

당장은 공급처 다변화가 대안책으로 꼽힌다. 이준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은 “당장 공급망을 분산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중국 생산 물량의 절반을 베트남으로 옮기거나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며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에서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어 미·중과의 관계를 고려하며 공급망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6개월이 아닌 1년치의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수입 다변화를 실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투자 계획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자급자족으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없어 핵심 산업의 경우 미국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준 본부장은 “반도체·배터리 공급망은 대만·중국에 몰려있는데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지 몰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미국으로 공급망을 옮기면 안정적인 물량 확보는 물론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며 미래 투자계획을 짜는 데도 유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성대 무역협회 신성장연구실 연구위원은 “미국으로 배터리 공급망을 옮겨도 미국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다거나 국내 생산시설이 대폭 줄어들 우려는 적다”며 “앞으로 미국 외에 인도·브라질·러시아 진출도 모색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국내로 유턴할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리쇼어링(생산기지의 본국 회귀) 지원 기준을 완화했으나 중기·중소기업 중심이어서 성과가 크지 않다”며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기업 규모로 차별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화학물질 취급시설 신속처리 패스트트랙 등 화학물질관리법 완화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국내에서 기업하기 유리한 환경을 우선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쇼크로 원자재값이 폭등했는데 정부 차원에서 자원 외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美 현지 생산·원자재 투자 승부수


LG에너지솔루션 대전 배터리 기술연구원들이 각형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대전 배터리 기술연구원들이 각형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국내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현대차는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자동차업체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내재화 필요성이 높아지면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반도체 설계 섹터를 신설했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 발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하는 최첨단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투자 계획을 세웠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낸드 솔루션, AI(인공지능)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를 10억달러(약 1조원)를 들여 설립한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미국 주요 완성차업체와 합종연횡을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스텔란티스와, SK온은 포드,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배터리3사는 원재료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캐나다 시그마리튬으로부터 연 10만톤 규모의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SK온은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업체인 스위스 글렌코어와 2025년까지 코발트 3만톤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기업들은 국내에도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만 171조원을 투자한다. 내년 하반기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캠퍼스 P3 라인이 완공된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이천·청주 반도체 생산 라인에 110조원을 투자해 현재 2배 수준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 10년 동안 국내 생산라인 증설, 배터리 관련 첨단 소재 기술 개발 등에 15조1000억원을 쏟을 방침이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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