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징어게임’을 못 만드는 이유

'하우스 오브 카드' 성공도 예측… "미디어 트렌드에 대한 진지한 연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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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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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리뷰] 지구촌이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열광했다. 지난 9월 17일 첫 선을 보인 후 전 세계 1억1100만 가구가 한국 창작자들이 만든 이 드라마를 시청한 가운데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는 유례없는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보여준 성과와 별개로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데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비를 지원받는 대신 콘텐츠에 대한 IP(지식재산권)는 넷플릭스에 넘긴다는 계약에 따라, 오징어게임 흥행으로 국내 제작사에 돌아오는 추가 인센티브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 가운데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이 같은 계약 내용을 사전에 알고도 국내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와 손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오징어게임 흥행에도 제작사 인센티브 ‘0원’… IP 독식에 따른 우려도



우리가 ‘오징어게임’을 못 만드는 이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총 94개국에서 ‘오늘의 톱10’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공개한 비영어권 시리즈 가운데서도 단연 톱이다.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 테드 서랜도스는 ‘오징어게임’을 두고 자사가 지금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최고가 될 것이라고 흥분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넷플릭스에서 결제된 금액은 역대 최고치인 7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8% 늘었다. 같은 기간 유료 결제자 수 역시 63% 증가한 514만명으로 집계되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증가세를 유지만 해도 올 한해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벌어들일 금액은 최소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오징어게임의 흥행 규모를 감안할 경우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각) 넷플릭스가 작성한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9억달러(약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작비인 2140만 달러(약 253억)의 39배에 이르는 수치다.

하지만 일각에선 넷플릭스가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인 IP를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러한 불만은 넷플릭스와 제작사 간 계약에서 비롯됐다. 소위 '오리지널 콘텐츠' 타이틀을 달고 공개되는 작품들의 경우 모두 넷플릭스가 IP(지식재산권)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넷플릭스의 경우 작품이 제작되기 전 제작사로부터 IP를 구매하는 ‘프리바이’(Pre-buy)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제작비부터 해외에서의 마케팅·더빙 작업 일체를 넷플릭스가 책임지지만 제작자는 흥행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다.



수백억원 벌기도, 잃기도… "투자자에 IP 넘기냐는 창작자의 선택"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럼에도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생태계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고 말한다. 오히려 작품의 기획 내용 만을 보고 제작비와 해외 마케팅 비용 일체를 부담하는 넷플릭스의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 방식으로 많은 작품들이 뒤늦게 빛을 봤다는 평가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작은 제작사들은 수백억의 제작비를 당장 조달할 만한 역량이 안 된다. 이에 많은 창작자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계약을 맺기도 하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본만 보고 거액의 투자를 단행하는 넷플릭스와 계약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오징어게임’의 대본이 10년 전 투자자들로부터 거절당했다는 황동혁 감독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일화다.

이 관계자는 IP를 대가로 계약할 지 여부는 오롯이 창작자한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겨울연가의 제작사 팬 엔터테인먼트가 방송사인 KBS에 IP를 넘기지 않은 덕에 수백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라면서도 "그렇다고 IP를 가지고 있는 모든 제작사가 대박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빚을 내서라고 IP를 확보할지, 몇백억원을 받고 IP를 투자자에 넘길지는 창작자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안전 노선만 추구하는 레거시 미디어… "트렌드 읽으려는 노력 필요"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리드 헤이스팅스와 테드 서랜도스 /사진=로이터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 리드 헤이스팅스와 테드 서랜도스 /사진=로이터
'오징어게임'과 같은 콘텐츠가 국내에서 만들어지려면 콘텐츠 제작 환경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많은 창작자들이 최소 예산으로 최대 수익을 내자는 목표 아래 검증된 장르와 공식 만을 따르는 제작 환경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웹드라마 PD는 "레거시 미디어는 안전 노선 만을 추구해왔다"라며 "이를테면 인기를 끈 여자 주인공의 성격을 자가복제해 또 다른 작품을 생산해 내는 등 흥행을 위해 보수적인 판단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드라마와 영화가 늘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려면 전문적인 미디어 트렌드 분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가입자의 시청 습관과 취향을 분석하는 알고리즘 기술을 가지고 어떤 콘텐츠를 구매하고, 또 제작할 지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오늘날 넷플릭스를 있게 한 대표 오리지널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를 파일럿 없이 구매한 것도 데이터에 근거해서였다. 

이 PD는 "국내에선 아직까지도 일부 작가나 감독 등의 '감각'에 의해 작품이 기획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글로벌 미디어 트렌드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와 분석을 진행하고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 판단을 내려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과도한 클리셰(Cliche)로 국내 시청자로부터 외면받는 국내 미디어들이 다시 주목받기 위해선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소현
강소현 kang420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강소현 기자입니다. 이메일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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