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집주인 보증금 미반환 시 형사처분 필요해”

[머니S리포트] 세입자보다 돈 없는 집주인 ‘부동산 뇌관’ ③ - 세금 체납 집주인, 피해는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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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글로벌 부동산·주식 거품이 잦아들며 자산시장에 경고가 울렸다. 특히 연소득의 수십배에 달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과거의 ‘하우스푸어’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마저 커졌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무리하게 빚을 낸 갭투자자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가 속출했다. 실제 부동산 거래 현장에선 전세 실거래가가 하락한 단지도 생겨났다.
2016~2020년 집주인의 미납 세금으로 인해 총 335억원의 보증금이 미반환됐다. 피해 세입자는 900명에 달했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2016~2020년 집주인의 미납 세금으로 인해 총 335억원의 보증금이 미반환됐다. 피해 세입자는 900명에 달했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전세금 ‘호가’ 올려 버틴 집주인, 집값 하락 전조에 ‘벌벌’
(2) 실거래가 1억~2억씩 ‘뚝뚝’… 서울도 급매물 출현
(3) “악성 집주인 보증금 미반환 시 형사처분 필요해”

#. 보증금 3억5000만원인 서울 외곽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A씨는 최근 집주인이 국세를 체납해 전셋집이 압류됐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자영업을 하는 집주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줄다가 결국 폐업했고 종합소득세를 체납했다.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했다는 이유로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임대보증금이 최근 5년 동안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국세기본법’에 따라 국세는 보증금을 포함, 모든 채권보다 선순위가 된다. 무엇보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체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있음에도 잘 활용되지 않다 보니 일선 공인중개사들마저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임대차계약서에 체납 세금 고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서을)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제공받은 ‘공매 주택 임차보증금 미회수 현황’에 따르면 2016~2020년 집주인의 미납 세금으로 인해 총 335억원의 보증금이 미반환됐다. 피해 세입자는 900명에 달한다.

이 중 179명은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집주인의 체납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는 전셋값이 높은 수도권에서 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인천은 보증금 피해자가 428명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이들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총액은 215억원이다.

집주인이 국세를 체납했을 때 공매 처분 후 매각 대금에서 세금을 징수하고 남는 것이 없으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임대차계약 체결 전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미납국세 열람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임대차계약 체결 과정에 집주인의 미납 세금을 열람한 사례는 지난 5년 동안 822건에 불과했다.

지난 8월 법무부는 국토교통부와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개정해 집주인의 미납 국세·지방세를 표시해 확인하도록 했으나 이 역시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실제 임대차거래에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대부분이 협회 양식을 사용한다”며 “임대인의 체납 정보를 알리지 않았을 때 중개 사고가 일어나는 것 역시 중개인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에 고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악성 집주인 보증금 미반환 시 형사처분 필요해”



집값 하락 땐 ‘폭탄’


집주인의 세금 체납 문제는 집값과 전셋값 하락 시기에 더욱 피해가 확산될 전망이다. 통상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다른 투자에 사용하거나 빚을 상환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임대차계약 2년 만기 후 재계약 보증금을 인상해 새로운 현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료 5% 인상 제한이 실시됐고 전셋값이 하락하는 시기엔 차액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상황도 올 수 있다.

실제로 전세 시세가 하락하는데도 전세금을 막무가내식으로 올리려는 집주인 사례가 있다.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전세 거주 중인 B씨는 2년 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에 집주인이 캐피털 신용대출을 받고 국민건강보험을 체납해 집이 압류됐다.

재계약을 앞두고 B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료 상한선인 5%(1200만원) 인상을 요청했지만 집주인은 “자금 사정이 어려워 5000만원을 올려주면 빚을 갚아 압류를 해제하고 아니면 할 수 없이 직접 거주하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했다. 이 지역의 2019년 입주한 ‘인천 논현 푸르지오’는 10월 9일 61㎡(전용면적) 전세 실거래가가 한 달 전 대비 1억9050만원 내린 1억9950만원(17층)에 계약됐다.

집주인이 직접 거주할 경우 법적으로 재계약 거절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도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금이 추후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인 점을 고려해 재계약 유지를 원할 수 있다. 이때 집주인이 체납한 세금이 국세일 경우 집주인 의사와 상관없이 세무서에 직접 방문해 대납하고 압류를 해제하는 방법이 있다. 세입자가 전세금을 인상해도 집주인이 체납 세금을 납부할지 불분명한 경우다. 과세 당국 입장에선 체납 세금의 회수율을 높일 수도 있는 방법이다.

집주인의 세금 체납 문제가 커질 경우 결국 보증금 미반환 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 마곡지구의 한 부동산법인 대표 C씨는 “현행 법령이 채무불이행 정도로 그치기 때문에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적극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하려 하기보다 시세를 최대한 반영해 새 임차인을 구한 다음 반환하려는 태도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세입자가 미반환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법은 민사소송과 경매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게 든다. 손해배상금액도 작다 보니 고의로 보증금을 지체시키는 악성 집주인에게 강제성이 약하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C씨는 “임차인이 계약종료 2개월 전에 통지했음에도 종료일까지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경우 손해배상액을 보증금의 연 15%로 높게 부과하거나 형사처분을 해 보증금 돌려막기 관행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가격이 높으면 매매가가 낮아지기 어렵기 때문에 자본이 모자란 임대인의 경우 점차적으로 보증금 규모를 줄이고 임대료를 높이는 방안으로 대비해야 매매가격도 장기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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