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계란값… 소비자만 봉됐다

[머니S리포트 - 계란 대란 1년, 여전한 ‘금(金)란’ 전쟁 ②-1] "한 번 오른 가격 내리지 않는다"… 고가 고착화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편집자주|지난해 11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본격화된 ‘계란값 대란’의 여진이 여전하다. 한 알에 100원대였던 계란값이 300~400원대까지 치솟았고 한때 구하기도 어려워 나라 전체가 들썩였다. ‘국민 음식’ 가격의 폭등을 방치하고 늑장 대응했다는 이유로 정부는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고 당국자들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가며 수입란을 들여왔지만 아직도 ‘금(金)란’ 전쟁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계란을 매점매석해 이득을 챙기려는 행위도 곳곳에서 들린다. 유통현장에선 최근들어 계란 가격이 다소 안정됐다고 해도 이전으로 되돌아가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싼값의 계란을 만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생산량 회복으로 계란값이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생산량 회복으로 계란값이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1) “계란값,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1-2) 계란값은 왜 천차만별일까
(2-1) 브레이크 없는 계란값… 소비자만 봉됐다
(2-2) 그 겨울, 추억의 간식들이 사라진 이유
(3) “계란, 헐값시대는 끝났다”


생산량 회복으로 계란값이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가격 안정에 나선 정부의 움직임은 분주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계란값 상승의 시작점과 주원인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목됐지만 가격 오름세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유통 과정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높은 가격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어서다.



생산자와 중간유통 상인 간 공정거래 관행이 ‘문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월10일 오후 물가 관련 민생현장을 점검하고자 경기도 여주시 해밀광역계란유통센터를 방문, 수입란의 세척·난각·포장 현장을 점검하며 관계자로부터 계란 수급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월10일 오후 물가 관련 민생현장을 점검하고자 경기도 여주시 해밀광역계란유통센터를 방문, 수입란의 세척·난각·포장 현장을 점검하며 관계자로부터 계란 수급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현재 계란 시장은 도매시장 발전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계란 생산자들은 소매처와 직거래를 하거나 중간유통 상인을 통한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동안 국내 계란 시장에선 생산자와 중간유통 상인 간의 공정거래 관행이 문제점으로 제기돼왔다.

이동기 대한양계협회 경영정책2국 국장은 “계란 생산자 입장에선 중간유통 과정이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며 “‘선출하 후정산’의 관행이 자리잡아 대부분의 농가가 불이익을 당하는 거래방식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출하 후정산’이란 계란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출하한 후에 결정된 가격으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월말 정산 방식인 ‘후장기거래’라고도 불린다. 후에 정산하기 때문에 정산 과정에서 계란 등락 폭에 따라 할인율이 적용돼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계란값이 책정되기도 한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이런 관행을 타개하기 위해 계란 가격을 하향 안정화하는 차원에서 도매시장을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도매시장이 없어 생산자와 유통자가 1대 1로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연내 공판장(도매시장) 2곳을 시범 운영한 후 점차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도매업자들은 현실을 잘 모른다고 지적한다.

강종성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회장은 “계란은 일반 품목과 다르게 수급 현황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도매상인들의 역할이 필수”라며 “계란은 수급 원칙에 따라 생산자가 을이 될 때도, 유통자가 을이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도매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도매상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 대한양계협회와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는 최근 ‘계란산업발전협의체’를 설립, 각종 현안에 공동 대응하는 동시에 산란계농가와 유통 상인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계란 1500억원어치 수입… 양계업계 “병아리 수입이 더 필요”



하남면 한 양계장에서 병아리들이 물을 먹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하남면 한 양계장에서 병아리들이 물을 먹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국민의힘·충남 홍성군예산군)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들어 9월 말까지 1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계란 3억8538만개를 수입, 시중에 유통했다. 판매 수익은 476억원으로 1023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수입란은 운송료·작업비를 포함, 한 판당(30개 기준) 수입원가가 평균 1만2000원대에 달했다. 이들 수입란은 공매를 통해 3000~4000원대에 판매, 결과적으로 한 판당 8000~9000원대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 사례·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해 살처분대책을 시행했으며 이에 따른 계란 공급 감소와 코로나 지속으로 인한 수요증가로 가격 급등이 우려돼 부족량 수준 정도를 수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정부가 계란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하지만 불필요한 포장비와 운송비에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며 “계란 대신 병아리를 수입하는 게 오히려 맞지 않았냐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제과업계도 견디지 못한 계란값 상승 파장… 궁극적으론 소비자만 골탕



생산량 회복으로 계란값이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생산량 회복으로 계란값이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현재 계란 가격은 혹독한 조정장을 겪고 있다. 계란값 급등은 계란(egg)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에그플레이션’(egg+flation)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제과업계도 견딜 수 없었다. 주재료인 계란값이 꾸준히 오른데다 우유 가격까지 인상되면서 원가 압박이 더욱 커진 것이다.

롯데제과는 9월1일부터 카스타드 등 모두 11개 제품의 가격 인상과 함께 중량 축소를 시행했다. 인상 폭은 중량당 가격 기준으로 평균 12.2% 수준이다. 카스타드는 6개들이 한 상자가 권장소비자가 기준으로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랐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최근 유지·전란액·설탕·포장재 등 각종 식품 원부자재 가격이 뛰면서 원가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량 회복으로 계란값이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년간 소비자 물가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생산량 회복으로 계란값이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년간 소비자 물가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해태제과도 올들어 과자 5개 제품 가격을 10.8% 인상했다. 파리바게뜨(5.6%, 95개 품목)와 뚜레쥬르(9%, 90여개 품목) 등 제과업체는 물론 롯데리아(1.5%, 햄버거 등 25종)와 맥도날드(2.8%, 햄버거 등 30개 품목) 등도 관련 제품 인상에 동참했다.

SPC 관계자는 “제품의 주재료인 계란이나 우유 등의 가격 인상을 견뎌내면서 다각도로 원가절감 방안을 찾고 있다”며 “단순히 이들 주재료뿐 아니라 임대료나 인건비 등의 상승도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카스테라뿐 아니라 대다수 빵 종류 제품에 계란이 사용되고 있다”며 “주재료의 가격 인상이 궁극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라고 푸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계란은 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우면서 영양가가 높은 식품”이라며 “이미 인상된 공산품들의 가격이 다시 내릴 가능성이 낮은 만큼 소비자들의 고통이 갈수록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기업들이 원재료값 하락시엔 가격 인하 없이 이득을 취하다가 원재료값이 상승하기 무섭게 곧바로 가격을 올려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 같은 기업들의 가격 정책은 소비자와의 상생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한영선
한영선 youngsun@mt.co.kr

안녕하세요.머니S 유통 담당 한영선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451.71상승 13.5215:30 02/07
  • 코스닥 : 772.79상승 11.4615:30 02/07
  • 원달러 : 1255.30상승 2.515:30 02/07
  • 두바이유 : 78.36하락 1.4115:30 02/07
  • 금 : 1879.50상승 2.915:30 02/07
  • [머니S포토]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주역들
  • [머니S포토]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난방비' 급등, 여·야 격돌
  • [머니S포토] 프리미엄 경계를 넘는다…초대형 픽업트럭 '시에라' 상륙
  • [머니S포토] 與 지도부·당대표 후보 총 집결…전당대회 비전발표
  • [머니S포토]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주역들

칼럼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