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결혼·이혼·탈북민 특공까지… 불법청약 천태만상

[머니S리포트] 청약통장 불법거래, 못막나 안막나 ① - 청약통장 불법매매, 반년 새 적발 건수 3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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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보유한 청약통장. 이를 불법으로 악용해 부당하게 돈을 가로채는 범행이 당국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청약통장 불법매매 적발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에서 하반기 반년 새 3배 증가했다. 위장결혼과 이혼은 기본이요, 북한이탈주민의 기관추천 특별공급 전형까지 악용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지속되는 신고와 수사에도 이 같은 범행이 활개를 치는 건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란 지적도 수년째 반복되는 얘기다.
11월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찾은 관람객이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서울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11월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찾은 관람객이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서울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위장결혼·이혼·탈북민 특공까지… 불법청약 천태만상
(2) 시세차익만 ‘수억원’ 벌어도 벌금 고작 ‘300만원’

# 서울 구로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집 근처 골목의 한 전봇대에서 ‘청약저축·예금 삽니다’라는 전단지를 발견했다. 오래전 청약통장에 가입해 매달 저축액을 예금해왔지만 사용 계획이 없던 A씨는 ‘한번 팔아볼까’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된 브로커 B씨는 통장을 사고자 하는 C씨와 연결해주고 소개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받아 챙겼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뛰어든 이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한 줄기 희망이라고 여기며 청약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졌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가파르게 올라 상위 20% 아파트값이 ‘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돌파했다. 청약 요건도 점점 까다로워져 당첨 문턱이 높아졌고 경쟁률도 치열해 소위 ‘로또 청약’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예금·청약부금) 총 가입자 수는 국민의 절반을 넘는 2831만2587명이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꼴로 갖고 있는 청약통장.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란 명분 하에 만들어진 청약제도가 누군가에겐 불법으로 이용돼 부당이득을 챙기는 수단이 되고 있다.



청약통장 불법매매 ‘반년 새 3배’ 적발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부정청약 등 주택공급질서 교란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2020년 하반기 분양단지를 대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한 결과 총 302건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299건을 수사 의뢰했다. 적발 유형을 보면 ▲청약통장·청약자격 매매 등 부정청약 185건 ▲위장전입 57건 ▲불법공급 57건 ▲부적격청약 3건 등으로 부정청약의 건수가 가장 많았다.

국토부는 청약 브로커가 분양단지별로 한 번에 수십 건을 청약하고 청약신청 시 청약자의 연락처를 대리 계약자의 연락처로 기재하는 등 조직적인 부정청약 정황을 포착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에도 2020년 상반기 분양단지 중 228건의 교란행위를 적발해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이 중 청약통장 매매(35건) 또는 청약자격 양도(21건)는 총 56건이었다. 반년 새 건수가 3배 이상 껑충 뛴 셈이다.

청약통장 매매를 조직적으로 알선하는 브로커들의 범행 대상은 북한이탈주민 등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이들로 다양하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현금 등 대가를 주고 청약통장, 금융인증서를 넘겨받은 후 아파트 88가구를 부정한 방법으로 분양받은 혐의(주택법 위반 및 업무방해 등)로 브로커 D씨를 구속하는 등 일당 5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브로커에게 통장을 넘긴 99명도 주택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브로커들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접근해 가점에 따라 300만부터 1억원까지 금액을 주고 청약통장을 사들였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북한이탈주민 기관추천 특별공급 전형을 악용해 분양권 4건을 따내기도 했다. 무주택자이면서 자녀 4명을 둔 30대 여성 브로커 E씨는 위장 이혼과 결혼을 반복하며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을 받기까지 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민사경)도 지난 4월 거래가 금지된 청약통장을 모집해 투자자들에게 불법 알선한 청약통장 브로커(주범) 2명을 체포·구속했다. 주범인 F씨 등은 2019년 6월 서울시 민사경에 청약통장 13건을 불법 알선하다 적발된 후 도피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 곳곳의 전봇대에 ‘청약저축·예금 삽니다’라고 적힌 전단지를 붙여 통장을 모집했다. 통장을 사려는 자들과 연결시켜 주며 청약통장 양수자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건당 수백만원의 비용을 챙겼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꼴로 갖고 있는 청약통장.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란 명분 하에 만들어진 청약제도가 누군가에겐 불법으로 이용돼 부당이득을 챙기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국민 두 명 중 한 명꼴로 갖고 있는 청약통장.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란 명분 하에 만들어진 청약제도가 누군가에겐 불법으로 이용돼 부당이득을 챙기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범죄 수법 어떻게 가능할까


불법 청약거래는 크게 청약통장 자체를 거래하는 경우와 청약에 당첨된 후 분양권을 거래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뉜다. 분양권을 거래하는 경우 보통은 손바뀜이 여러 번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이 계속 붙는다는 게 민사경의 설명이다.

지난 4월 청약통장 불법 알선으로 적발된 후 도피하던 브로커 2명을 체포·구속한 민사경의 최기연 수사관은 “광고 전단지를 보고 직접 전화해 ‘팔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후 현장에서 만나 피의자를 검거했다”며 “임의동행해 스마트폰을 디지털포렌식하고 대상자를 특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5월부터 수사하고 있는 사건은 분양 당첨자 G씨가 분양권을 팔기로 했다가 변심해 다른 이에게 팔았고 이에 당초 분양권을 매입키로 한 20대 여성 H씨 사례”라며 “전매제한 기간엔 사거나 파는 행위 모두 불법이지만 이후엔 파는 행위만 불법”이라고 말했다. 민사경은 이 사건의 경우 혐의가 모두 입증됨에 따라 수사를 마무리한 후 12월 초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 수사관은 “청약통장이나 전매 등과 같은 불법 거래는 결국 돈 때문”이라며 “실제 거주할 목적으로 분양권을 사들였으나 판매자가 변심해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강수지
강수지 joy822@mt.co.kr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시장경제부 증권팀 강수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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