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만으론 못산다… 주유소의 이유 있는 변신

[머니S리포트-기름기 빼는 정유업계 ③] 지난해 100곳 폐업… 2030년 2053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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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유업계가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본업인 기름 사업 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유를 벗어나 비정유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정유업계의 변화를 따라가 봤다.
서울 갈월동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 블루마켓을 이용해 중고거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오일뱅크
서울 갈월동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 블루마켓을 이용해 중고거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오일뱅크
◆기사 게재 순서
① 본캐보다 잘나가는 부캐… 윤활유의 반란
② 친환경 입는 정유사, ‘4사4색’ 미래 전략은
③ 기름만으론 못산다… 주유소의 이유 있는 변신

전국의 주유소들이 물류센터부터 중고거래 플랫폼, 태양광 발전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탄탄한 수익성을 담보하던 주유소 사업이 탈탄소 흐름에 따라 생존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휘발유·경유, 정유사 매출 40~50% 차지


기름만으론 못산다… 주유소의 이유 있는 변신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는 2010년 1만3004개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5년 동안의 추이를 보면 ▲2017년 1만1777개 ▲2018년 1만1547개 ▲2019년 1만1499개 ▲2019년 1만1399개다. 올들어 10월까지 주유소는 1만1178개로 집계됐다. 

정유사별로 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가장 크게 감소했다. SK에너지 주유소는 2017년 3565개에서 현재 2993개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는 2449개에서 2263개로 줄었다. 에쓰오일은 4개의 주유소가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유일하게 163개 증가했다. 

전기·수소차 수는 2030년 45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엔 국내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률이 85%로 전망되고 있다. 내연기관차량용 휘발유·경유 소비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정유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게 된다. 

지난해 각 사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에너지의 휘발유·경유 판매 매출은 전체의 49.9%를 차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52.3%를 나타냈다. 에쓰오일은 43.5%, GS칼텍스는 39.5%다. 업계에선 주유소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주유소들이 새로운 수익창출 통로를 구축하지 않을 경우 주유소 감소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송에너지 전환에 따라 주유소 1개소당 매출 손실이 2030년 약 3억6800만원, 2040년 12억65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 수준의 영업실적을 유지하려면 1만1000여개의 주유소 가운데 2030년까지 2053개, 2040년까지는 8529개가 퇴출 돼야 한다. 



조용한 새벽, 주유소로 몰리는 택배차들 


에쓰오일 장미주유소 내 이마트24가 입점해있다.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장미주유소 내 이마트24가 입점해있다. /사진=에쓰오일
정유사들은 주유소를 물류 배송의 거점 역할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폭증하고 새벽 배송 서비스 등 즉시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 실거주 지역에 물류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게 중요해졌다. 

통상 물류센터는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 도심 속에 있는 주유소를 활용하면 빠른 배송 서비스는 물론 회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정유사와 물류·이커머스사의 협력을 이끌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새벽엔 운영하지 않는 주유소의 공터에 물건을 쌓아놓고 도심지로 배송하는 형태”라며 “윈윈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CJ대한통운과 초소형 도심 물류 기지를 구축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오일뱅크는 쿠팡과 손잡고 수도권 20여개 주유소를 로켓 배송 물류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주유소는 중고거래 서비스 거점으로도 재탄생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중고거래 플랫폼 ‘블루마켓’을 출시하고 전국 352개 직영 주유소에서 중고물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오일뱅크가 내세운 경쟁력은 ‘안전’과 ‘접근성’이다. 폐쇄회로(CC)TV가 있는 주거지 인근 주유소에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걸었다. 주차 공간도 있어 대형 물품 거래도 편리하다. 회사는 유휴 공간 활용과 함께 중고거래 시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조원으로 2008년 대비 5배 증가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전환 시급


  
정유사들은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춰 주유소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슈퍼스테이션은 태양광발전소·전기차충전소·에너지저장장치(ESS)·소규모연료발전단지 등이 통합 설치된 공간이다. 슈퍼스테이션이 활성화되면 국내 전력망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K에너지는 태양광 사업에 먼저 발을 뻗었다. 회사는 17개 주유소와 서비스 센터 옥상과 유휴부지에 2.2메가와트(MW)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 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용도다. 

다만 현재 주유소 내에 전기·수소충전소, 태양광 설비는 설치가 가능한 반면 ESS·연료전지는 규제로 설치에 제약이 따른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석유자원을 넘어 수송용·가정용·건물용 수소, 전기를 공급하는 종합에너지 생산 사업자로 거듭나야 한다”며 “주유소를 분산형 에너지(에너지의 사용지역 인근에서 생산 및 소비되는 에너지)와 연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만큼 위험물안전관리법 등 규제 조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주유소의 온라인화에도 눈을 돌렸다. 회사는 주유와 타이어 교체, 세차 예약은 물론 대리운전 등 차량 관련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한 모바일 앱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석유제품 자체를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연구도 한창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 산소를 확보한 뒤 대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 등과 혼합해 친환경 연료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공정방식에 따라 휘발유·경유 등 대체연료로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삼성물산과 바이오 연료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에너지는 국내 최대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인 대경O&T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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