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요" 목놓아 울던 그의 마음 돌린 '생명의전화' 상담원

40년 경력 박주선씨 "욕설도 끝까지 들어줘요"… 무보수로 일하는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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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새벽 전화기 앞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생명의전화' 상담원은 24시간 365일 낯선 이의 내일을 밝히고 있다. 사진은 생명의전화 상담원이 상담전화를 받는 모습. /사진=한국생명의전화 제공
늦은 새벽 전화기 앞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생명의전화' 상담원은 24시간 365일 낯선 이의 내일을 밝히고 있다. 사진은 생명의전화 상담원이 상담전화를 받는 모습. /사진=한국생명의전화 제공

“‘힘들다’를 ‘살고싶다’로 바꾸는 게 저희 일이죠.”


늦은 새벽 전화기 앞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생명의전화' 상담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24시간 365일 낯선 이의 내일을 밝힌다. 이들의 전화기는 특별하다. 전화 한 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앞둔 사람의 마음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화상담 기관인 한국생명의전화는 지난 1963년 호주에서 알렌 워커(Alan Walker) 목사가 설립한 국제기구다. 지난 1976년 우리나라 최초 전화상담 기관으로 출범했다.

한국생명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전국공통상담전화 건수가 104만885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60여건의 전화가 걸려오는 그 중심에는 상담원이 있다. 한국생명의전화 상담원은 보수를 받지 않는 자원봉사자다. 지원만으로는 봉사가 불가능하며 교육·실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습과정에서는 상담 관련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는다.

한국생명의전화에는 서울 기준 600명의 상담원이 등록돼 있다. 무보수로 상담일을 하는 이들의 직업군은 상담 관련 직종부터 일반 회사원까지 다양하다. 가정주부도 있다.      

상담원의 도움은 실제로도 빛을 발했다, 지난해 7월 한국생명의전화 상담을 받았다는 직장인 정모씨(남·37)는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회사에서도, 가족 내에서도 안 좋은 일이 있어 상담을 받았다”며 “이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다고 말했더니 상담원이 ‘지금 저랑 통화 중이지 않냐, 혼자가 아니다’고 답해준 게 너무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다친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수십명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상담원들의 역할이 크다. 이에 머니S는 한국생명의전화 상담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이 전화기 앞을 뜬 눈으로 지키는 시간은 어떤 것일까.


"감사해요"… 당신의 한마디에 안도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생명의전화에서 40년 이상 봉사를 이어 온 박주선 상담원(66·여)은 자신의 상담 일화를 머니S에 털어놨다. 사진은 생명의전화 상담실 내부. /사진=한국생명의전화 제공
한국생명의전화에서 40년 이상 봉사를 이어 온 박주선 상담원(66·여)은 자신의 상담 일화를 머니S에 털어놨다. 사진은 생명의전화 상담실 내부. /사진=한국생명의전화 제공
지난 1980년 25세에 한국생명의전화에서 상담을 시작한 박주선 상담원(여·66)은 40년 이상 봉사를 이어온 베테랑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상담원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1979년 급성 늑막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때 신문에서 ‘제1의 상담교실’이라는 작은 문구를 보고 관심이 생겼어요. 상담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기관에 찾아갔고 1980년 상담 공부를 거쳐 상담일을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박씨는 상담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이 됐던 것은 ‘내담자가 전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국의생명전화는 전화·사이버 상담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한번의 전화로 안부를 묻고 헤어지는 ‘일회성’을 갖는다. 통화가 끝나면 내담자의 생사를 알 길이 없어 그들의 희망찬 인사만이 상담원을 안심시킬 수 있다.

그는 “처음에는 ‘힘들다’고 목놓아 울다가 통화를 끊기 전에는 ‘살아갈 의미가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며 “통화가 기분 좋게 끝나면 상담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많지만 하나 소개하자면 어느 새벽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한 내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며 전화를 걸어왔어요. 이 내담자는 인생에서 주도적으로 무엇인가를 결정해본 적이 없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 상태였죠. 내담자는 통화 내내 '나는 불행하다'는 말을 반복했어요. 그래서 제가 내담자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그의 상황에 몰입해 상담해줬어요."

그랬더니 내담자는 “내 말을 끝까지 잘 들어줘서 고맙다”며 전화를 끊었다. 내담자의 사연을 듣고 마음이 복잡했다는 박씨는 “타인이 봤을 땐 모든 걸 가진 사람이지만 그래서 더 외로웠을 것”이라며 “극단적 선택을 앞둔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들으니까 이 사람이 나로 인해 내일을 더 살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성상담’ 요청과 ‘욕설’에도… “건강한 삶 살도록 돕고싶어요”


한국생명의전화 박주선 상담원은 자신을 당황하게 하는 상담 내용이나 폭언에도 내담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끝까지 경청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상담실 외부에 마련된 상담원 이름표. /사진=한국생명의전화 제공
한국생명의전화 박주선 상담원은 자신을 당황하게 하는 상담 내용이나 폭언에도 내담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끝까지 경청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상담실 외부에 마련된 상담원 이름표. /사진=한국생명의전화 제공
생명의전화에도 당황스러운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한 내담자는 통화음이 끊기기 무섭게 생물학적 성(性)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박씨는 “여기는 성상담을 하는 곳이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는 비록 성과 관련해서 아는 게 많지 않았지만 내담자가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아는 선에서 답변을 했다고.

하지만 이런 류의 전화보다 상담원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내담자들의 욕설과 폭언이다. 상담원을 향한 욕설과 폭언은 과거부터 논란이 됐지만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큰 문제로 남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박 상담원은 “언성을 높이거나 욕부터 내뱉는 사람들은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지막에는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담원들이 욕설과 폭언을 다른 조치없이 들어주는 이유는 화를 내는 것 역시 그만큼 그들의 삶이 힘들다는 걸 반증하기 때문이에요. 이 점을 이해하고 (내담자가) 진정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거죠." 

마지막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전할 말이 있냐고 물었다. 박씨는 "가족들에게 우리가 짐이 아닌 것처럼 여러분들도 우리에게 짐이 아니다. 망설이지 말고 편하게 전화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삶의 동행자로서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보살핌의 공동체 주역 ‘상담원’… “양질의 교육 위해 지원 확대해야”


한국생명의전화는 양질의 운영을 위해 정부나 사회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생명의전화 상담소 입구. /사진=한국생명의전화 제공
한국생명의전화는 양질의 운영을 위해 정부나 사회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생명의전화 상담소 입구. /사진=한국생명의전화 제공
한국생명의전화는 민간기관 특성상 정부의 지원을 받기 힘들어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상담원을 교육하고 양질의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사회의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생명의전화 측 입장이다.

조예진 한국생명의전화 팀장은 "상담원들은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상담에 투자한다”며 “(상담원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교통·교육비 등과 같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상원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은 “민간기관인 만큼 80% 정도가 후원으로 운영된다”며 “좋은 상담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운영비용이 많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하 원장은 “상담원은 한국생명의전화의 큰 축으로 ‘보살핌의 공동체’를 완성한 주역”이라며 “이들을 위해 정부나 사회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다인
최다인 checw0224@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최다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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