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가는 길에 "미안해" 속삭인 수사관들… "민주주의는 쉽게 오지 않는다"

시알헤이 알슈스키 전 벨라루스 프레스클럽 디렉터 단독 인터뷰… "수사관들도 독재정권에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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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는 지난달 전 벨라루스 프레스클럽 디렉터 시알헤이 알슈스키 기자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시알헤이 알슈스키 기자(왼쪽)와 지난해 8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연임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 /사진=시알헤이 알슈스키 페이스북(왼쪽)·로이터
머니S는 지난달 전 벨라루스 프레스클럽 디렉터 시알헤이 알슈스키 기자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시알헤이 알슈스키 기자(왼쪽)와 지난해 8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연임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 /사진=시알헤이 알슈스키 페이스북(왼쪽)·로이터
‘27년 독재’의 주인공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연임이 확정된 지난해 수도 민스크에서는 연일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당국은 시위 참가자와 반체제 성향의 언론인 다수를 구속했다. 시알헤이 알슈스키(남)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알슈스키는 지난해 12월22일 구속돼 폴란드 방송매체 벨세트TV·체코 라디오 매체 RFERL·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등이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던 인사다. 그는 만 8개월(240일) 동안 미결 구금된 이후 지난 8월19일 풀려나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거주 중이다.

머니S는 알슈스키 기자와 지난달 23·24일(서면), 26일(화상) 단독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루카센코, 법치주의 무너뜨려… 세무수사처, 없는 일 지어내 기소 강행”


지난해 12월 체포·구속된 시알헤이 알슈스키 기자는 만 240일 수감생활 후 풀려나 현재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거주 중이다. 사진은 폴란드로 이주한 직후 그의 모습(왼쪽)과 머니S와 인터뷰중인 그의 모습. /사진=시알헤이 알슈스키 기자 제공(왼쪽)·김태욱 기자
머니S는 지난달 전 벨라루스 프레스클럽 디렉터 시알헤이 알슈스키 기자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시알헤이 알슈스키 기자(왼쪽)와 지난해 8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연임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 /사진=시알헤이 알슈스키 페이스북(왼쪽)·로이터
알슈스키 기자는 자신이 지난해 12월 탈세 혐의로 체포·구속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12월 프레스클럽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지인으로부터 곧 체포될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사무실 내 모든 직원들에게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로 2시간 이후 세무수사처 수사관들이 사무실에 들이닥첬다. 그는 "나와 사무실에 함께 남겠다고 자처한 파요트라 수스키(Pyotr Slutsky·유명 벨라루스 언론인 율리야 슬루츠카야의 아들)와 함께 체포돼 (세무수사처로) 연행됐다"고 회상했다. 

세무수사처는 체포 직후 그에게 하루종일 불편한 나무의자에 앉아 기다리게 했다. 이후 수사관들은 그에게 탈세혐의가 포착됐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갔다. 그는 "세무수사처는 변호사 선임의 기회를 원천 차단했다"며 당시 벨라루스 내 법치주의가 무너졌음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취조 과정에서 법치는 실종됐다"고 주장한 그는 세무수사처 수사관들의 집요한 질문과 추궁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세무수사처가 탈세 혐의로 나를 체포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프레스클럽은 비영리단체"라며 비영리단체 관계자인 자신을 탈세혐의로 기소한 것이 오늘날 벨라루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프레스클럽은 벨라루스 내 언론인들을 위한 공간"이라며 "벨라루스 언론인들이 함께 모여 일하는 비공식 협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 프레스클럽은 루카센코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해산됐다"며 씁쓸해했다. 현재 프레스클럽 관계자들은 해외 활동을 타진하고 있다.

그는 세무수사처의 구속기소에 가장 큰 '모순'은 따로 있다고 전했다. 그는 “프레스클럽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라며 수사처가 지난 2017~2019년도 탈세 혐의로 본인을 기소했다며 웃었다. 이어 본인이 하지도 않은 일은 물론 터무니 없는 혐의들로 추궁 당하니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모순은 내가 겪은 모든 과정이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반민주세력의 대결이었음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만 240일 수감생활 이후 풀려난 그는 “나는 운이 좋은 사례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동료 비톨 아슈락(vitold ashurak)은 구속수감 중 생을 마감했다"며 "현재 벨라루스 내 구치소에는 내 동료·친구들이 아직도 수감된 상태"라고 전했다. 비톨 아슈락은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로 지난 5월 사망했다. 

아슈락은 지난해 8월 루카센코 대통령 연임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 벨라루스 법원(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이후 수감 중 사망했는데 벨라루스 당국은 그의 사망원인이 심장마비라고 밝혔으나 유족 측은 그가 생전에 심장병을 앓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27일 벨세트TV 보도에 따르면 사망 직후 그의 머리 곳곳에서 외상의 흔적이 발견됐다. 
영상은 반체제 인사로서 지난 5월 생을 마감한 비톨 아슈락의 장례식 장면. /영상=독일 매체 도이치벨레
머니S는 지난달 전 벨라루스 프레스클럽 디렉터 시알헤이 알슈스키 기자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시알헤이 알슈스키 기자(왼쪽)와 지난해 8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연임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 /사진=시알헤이 알슈스키 페이스북(왼쪽)·로이터


”구속 직전 수사관이 미안하다고 사과해”


알슈스키 기자는 자신의 수사·구속 과정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관들이 내게 사과했다”며 당시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전했다. 당시 수사관들은 그가 수사의 부당성을 강하게 따지자 화장실로 이동하는 길에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당신도 알잖아"라며 고개를 떨궜다. 

비슷한 장면은 구치소에서도 이어졌다. 구치소 관계자는 그에게 "미안해. 우리의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잖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라고 속삭였다. 그는 수감생활 도중 간헐적으로 구치소 관계자들로부터 비슷한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처럼 구치소 관계자들이나 (세무수사처) 수사관들도 현재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부당한지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그들은 두려움에 가득차 상부 명령에 복종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 결코 쉽게 오지 않아… 한국 대단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와 폴란드 방송매체 벨세트TV는 지난해 벨라루스 프레스클럽 관계자들 소식을 전하며 시알헤이 알슈스키 관련 소식을 전했다. /사진=휴먼라이츠워치 공식 홈페이지(왼쪽)·폴란드 매체 벨세트TV 공식 홈페이지 캡처
머니S는 지난달 전 벨라루스 프레스클럽 디렉터 시알헤이 알슈스키 기자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시알헤이 알슈스키 기자(왼쪽)와 지난해 8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연임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 /사진=시알헤이 알슈스키 페이스북(왼쪽)·로이터
마지막으로 그는 벨라루스의 미래를 진단했다. “내가 심적으로 다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는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을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며 “그것을 알기에 나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을 목도한 순간 내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결코 오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언젠가 벨라루스에도 분명 자유가 독재를 타도하는 날이 도래할 것이라 믿는다”며 한국을 언급했다. “한국은 대단히 특별한 국가”라는 그는 수감 도중 한국에 대한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수감생활 도중 한국의 역사와 발전사에 대한 책을 읽었어요. 한국의 지난 20세기 역사가 벨라루스(역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인 고유의 힘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능력이 한국을 오늘날 세계 IT선도국으로 이끌었다고 믿습니다."
 

김태욱
김태욱 taewook9703@mt.co.kr

김태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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