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처벌' 경영계 반발 속 시행되는 ‘중대재해법’

[머니S리포트 - 카운트다운 돌입한 ‘중대재해처벌법’] ① 법 규정 모호성 논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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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체계 책임과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사업장 내 중대재해 등 인재(人災)를 막겠다는 목적이지만 일부 규정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계는 연일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는 기업이 답할 차례라고 말한다. 중대재해법은 억울한 인명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까.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사업주도 처벌”… 경영계 반발 속 시행 임박한 ‘중대재해법’

(2)“CEO 처벌 피하라”… 리스크 대비 나선 기업들
(3)햄버거 먹고 식중독, 누가 책임지나요?


안전·보건 관리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영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제정 당시부터 지적됐던 법률규정의 모호성이 해소되지 않아 이대로 제도가 시행될 경우 과잉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경영계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정부는 입법 취지를 강조하며 예정대로 법을 시행할 방침이다.


처벌 대상·수위 등 대폭 확대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사업장 내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산재사고 사망자 수는 2020년 기준 882명이며 임금 근로자 수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인 ‘사고사망만인율’은 0.46으로 일본(0.16)과 독일(0.15)의 3배 수준이다.

정부는 주요국 대비 사망사고 비율이 높은 데다 2020년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이후에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 등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중대재해법을 추가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고위 경영진에 안전의식을 고취시켜 산업현장 전반으로 안전문화를 확산한다는 취지에서다.

중대재해법에서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된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안법이 규정하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전치 6개월 이상 부상자가 2명 이상 나올 경우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한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대중교통수단의 결함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전치 2개월 이상의 부상자가 10명 이상 나오는 경우에 해당한다.

'사업주 처벌' 경영계 반발 속 시행되는 ‘중대재해법’
이 가운데 경영계가 주목하는 것은 중대산업재해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노력이 미흡한 상태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징역과 벌금을 동시에 부과할 수도 있다.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만약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형을 선고받은 지 5년 이내에 또다시 중대재해법을 위반하면 형을 2분의1까지 가중할 수 있다. 의무 위반이 고의·중대한 과실로 인정되면 5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까지 지게 된다.

이 같은 처벌 규정에 대해 경영계는 지나치게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산업재해 문제를 CEO 처벌로 해결하려는 것은 올바른 접근방식이 아니다”라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과잉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기업인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리고 산재예방 효과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명확한 표현에 혼란 가중


무엇보다 불명확한 법률규정이 문제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상시 근로자 수 500인 이상 사업 또는 사업장에 안전·보건 업무 관리 전담조직 설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구성원 자격이나 조직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다. 고용부가 배포한 해설서에도 ‘전담조직 구성원은 ‘2인 이상’이어야 하되 구체적인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조직의 인원, 자격 등 구성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업 또는 사업장 특성, 규모를 고려해 ‘합리적 인원’으로 구성된 조직을 둬야 한다’고 모호하게 해석한다.

고용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 관계자는 “기업이나 사업장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구성원 수 등을 규정할 수 없다”며 “기업이 중대재해 예방이란 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각 사업장의 규모나 특성을 고려해 필요한 전담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승태 경총 산업안전팀장은 “한마디로 ‘기업이 알아서 하라’고 떠넘긴 후 나중에 문제가 되면 자의적으로 위법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며 “대체 어떻게 법을 지켜야 처벌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인지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6월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장동규 기자
지난 2020년 6월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장동규 기자
실제 지난해 말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이상 국내 기업 31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47.1%는 ‘의무내용이 불명확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중대재해법의 모호성을 법 준수 이행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은 바 있다.

처벌의 대상이 되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서 ‘경영책임자 등’의 의미와 범위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법 2조9호는 ‘경영책임자 등’이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은 통상 회사의 대표이사지만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기준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한마디로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떠넘기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법률규정의 모호성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정부가 먼저 나서서 입법보완을 추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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