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부 정책… “시장 유연성만 해쳤다”

[머니S리포트] 광주 아파트 사고로 후분양 재점화 (2) - ‘선분양 vs 후분양’ 기업 선택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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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난 1월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의 외벽 붕괴 사고 이후 ‘후분양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부실 공사를 막을 수 있고 입주자가 주택 품질을 직접 확인한 후 계약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후분양제가 사고를 예방할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분양 방식이 아니라 현장 관리·감독 강화에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사전청약을 비롯한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양분하는 정부 정책을 지적한다. 시장과 기업의 상황, 사업 조건에 따라 분양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두 제도를 공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아파트의 경우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했다면 계약자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민간 사업자가 후분양을 선택하는 데 있어 분양 성공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아파트의 경우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했다면 계약자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민간 사업자가 후분양을 선택하는 데 있어 분양 성공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후분양 해도 광주 아파트 무너졌을 것”
(2) 오락가락 정부 정책… “시장 유연성만 해쳤다”
(3) 박홍근 교수 “후분양은 부실시공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안”


지난 1월 11일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의 붕괴사고를 계기로 후분양이 재조명받고 있다. 정부는 선분양으로 인해 각종 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후분양을 적극 권장해 왔다. 하지만 집값 상승과 주거 불안 문제가 확산됨에 따라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정치권 논리에 밀려 2020년 들어 ‘사전청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물량을 대상으로 선분양보다 분양시기를 2~3년 더 앞당긴 사전청약을 시행했다. 현재는 민간아파트까지도 확대했다.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앞으로 공급하는 주택에 대해 공정률 90% 시점에서 후분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H공사는 그동안 60~80%의 공정이 완료됐을 때 후분양을 해왔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해 4월 보궐선거 당시 후분양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 대선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후분양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후분양→사전청약→후분양, 오락가락 정책


현 정부는 정권 초기 투기 수요 근절을 위해 후분양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선분양이 분양권 투기와 수급 불균형, 부실공사, 하자분쟁 등의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봤다. 2017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전 장관은 “공공주택의 경우 단계적으로 후분양을 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발언한 후 2018년 실제로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후분양을 적극 권장했다.

민간부문의 경우 공공택지 우선 공급, 후분양 사업비 대출 지원대상 확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후분양을 유도했다. 주택도시기금 후분양 사업비 대출 지원대상을 공정률 80% 이후에서 60% 이후로 확대했다. 대출한도는 민간임대주택자금(8000만~1억원) 이상으로 인상하되 지역별 사업비에 따라 대출한도를 차등화했다. 2020년 상반기엔 건설업 부실 벌점제를 도입, 벌점이 쌓이면 선분양을 금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해 하반기 선분양보다도 분양 시점이 1~2년 빠른 ‘사전청약’을 들고 나왔다. 정부는 5·6 수도권 공급 대책을 통해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에 본청약보다 1~2년 일찍 당첨자를 선정하는 사전청약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집값 상승으로 인해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이 확산된 데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이후 정부는 민간 주택 사업자의 사전청약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공공택지 공급 우선권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정책 변화가 정책 예측의 불확실성만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건설업체들의 사업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후분양 도입은 자금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건설업체엔 위기나 다름없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공사 자금을 빌려 자금을 마련하고 분양 이후 다시 금액을 메워야 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후분양은 공사비 부담이 큰 방식이기 때문에 보편적 제도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잦은 정책 변화는 시장의 유연성을 해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선분양·사전청약과 후분양은 ‘모 아니면 도’로 양분되는 개념이 아니고 공존할 수 있는 분양 방식”이라며 “정부 정책이 흑백논리”라고 지적했다.
오락가락 정부 정책… “시장 유연성만 해쳤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아파트의 경우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했다면 계약자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민간 사업자가 후분양을 선택하는 데 있어 분양 성공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논란의 후분양, 업계는 ‘반대’


후분양은 공공과 민간분양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란 의견도 있다. 임재만 교수는 “분양 방식은 시장 상황, 기업 여건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택된다”며 “집값이 상승하고 공급이 시급할 땐 선분양·사전청약을 선호하고 그 반대의 경우엔 후분양을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 논리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아파트의 경우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했다면 계약자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민간 사업자가 후분양을 선택하는 데 있어 분양 성공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강남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방광역시 등 주택 수요가 많아 분양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경우 후분양을 하더라도 수익성이 높지만 입지적 장점이 없으면 부담이 큰 사업방식이어서 일부 지방 수요자에겐 공급이 미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부실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아직 공급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재산상 피해가 없고 그 피해는 공급자 또는 시공사가 지게 되므로 후분양제 강화는 부실공사와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경영과 책임경영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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