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에 산업계 엇갈린 희비… 업종별 영향은

[머니S리포트 – 고유가 시대, 한국 경제 어디로②]정유·조선업계엔 단기적 호재… 항공·해운·석유화학업계는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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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꺾일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한국은 원유 공급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유가 상승의 압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유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주요 산업계는 유가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손익계산서를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다. 유가에 발목 잡힌 한국 경제의 상황을 살펴봤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업종에 따라 피해 수준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20년 9월 현대삼호중공업이 싱가포르 EPS사에 인도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대형컨테이너선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업종에 따라 피해 수준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20년 9월 현대삼호중공업이 싱가포르 EPS사에 인도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대형컨테이너선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기사 게재 순서
(1) 국제유가 ‘150달러 시대’ 온다… 韓 경제 경고음
(2) 치솟는 유가에 산업계 엇갈린 희비… 업종별 영향은
(3) 국내 기름값, 내릴 땐 '느긋' 오를 땐 '빨리'?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린다. 정유·조선업계는 재고평가이익 증가 및 플랜트 수주 등에 기대감이 생기지만 항공·해운·석유화학업계는 연료비 및 기초 원료 가격 상승 부담으로 속내가 복잡하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93.86달러로 전장 대비 2.79센트(3.06%) 상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했다는 미국 인사의 논평이 공개된 영향이다.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은 높다. 에너지경제원구원은 최근 “유럽을 향한 러시아의 석유·가스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상승, 단기적으로 정유·조선업에 호재… 장기화되면 글쎄


한국은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흐름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정유와 조선업계는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 상승을 반기는 눈치다. 정유업계는 유가가 상승하면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해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5조31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는 최근까지 이어진 유가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7조233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해에도 국제유가 강세가 지속되면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계도 해양플랜트 수주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 석유업체들은 채산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해양플랜트 관련 투자를 확대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70달러 이상이면 수익성이 확보된다고 본다. 해양플랜트 시장이 활발했던 2010년대 초 국제유가는 120달러를 웃돌았고 유가가 20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2016년에는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었다.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정유·조선업계도 웃을 수만은 없다. 정유업계는 수요감소에 따른 정제마진 축소, 조선업계도 제조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금액이다. 유가 상승 장기화로 전반적인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가 부담을 느껴 제품을 구매하지 않게 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원유 매입가격 상승으로 정유사의 비용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조선업계는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우려한다. 해양플랜트 수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철광석은 지난해 11월 중순 톤당 90달러 미만에 거래됐으나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병력이 모인 후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최근 톤당 15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 상승은 선박 건조비용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항공·해운·석유화학 업계, 유가 상승에 ‘비상’


항공·해운·석유화학 업계는 고유가 기조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각 항공사 비행기들이 서 있는 모습. /사진=뉴스1
항공·해운·석유화학 업계는 고유가 기조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각 항공사 비행기들이 서 있는 모습. /사진=뉴스1
항공·해운·석유화학 업계는 고유가 기조가 반갑지 않다. 정유·조선업계와 달리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없다. 항공·해운 업계는 연료비 상승, 석유화학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을 걱정한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발발 후 화물 운송을 늘리며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유가 상승은 이마저도 어렵게 할 수 있다. 항공사는 전체 영업비용의 약 30%가량을 연료비로 사용하고 있어 유가 상승에 치명적이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3000만달러(약 359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한다.

해운업계 사정도 비슷하다. 해운사들은 컨테이너선 운용 비용 중 약 20%가량을 연료비에 사용하는 만큼 유가에 민감하다.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으로 해운 운임이 높게 형성되면서 고유가를 버틸 체력이 생겼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지난 18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5주 연속 하락하는 등 운임비도 낮아지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을 우려한다. 석유화학 제조원가 중 약 70%를 차지하는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되기 때문에 국제유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톤당 829.13달러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51.54% 올랐고 연초와 비교했을 땐 11.50% 상승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나프타 가격은 같이 움직인다”며 “국제유가 상승이 석유화학업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각 제품 간의 스프레드(원재료와 제품가격 차이)가 더 중요한 요소”라며 “나프타를 이용해 만드는 주요 제품의 수급 상황에 따라 스프레드가 달라지고 피해가 감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김동욱 ase846@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 1부 재계팀 김동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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