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빅스텝, 韓은 베이비스텝… 한국 성장률 '빨간불'

[머니S리포트-한·미 금리 역전시대… 스텝 꼬인 한국 경제ⓛ] 금리 역전되면 원화 약세에 외국인 자본 유출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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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미국의 통화긴축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주요 각국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위해 금리 인상에 돌입하고 있지만 통화기축국인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미친다. 한국은 경제성장률 둔화 전망으로 베이비스텝만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1000조엔에 이르는 국채로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지속해 앞으로도 엔화 약세 압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나는 자본 유출 등이 우려되고 있다. 동시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증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를 유도해 주가 하락을 이끌고 다시 환율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달러 투자의 높은 매력에 달러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고된 대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0%에서 단번에 0.75~1.00%로 뛰면서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줄이고 있다. 미국은 추가 빅스텝을 예고하면서 조만간 한미 금리 역전현상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美는 빅스텝, 韓은 베이비스텝… 한국 성장률 '빨간불'
② 실패한 아베노믹스… 엔화 초약세 일본 경제 붕괴 위기
③ 천장 못찾는 환율 어디까지… 안갯속 하반기 증시
④ "오히려 좋아" 치솟는 환율에 개미는 달러 ETF로 몰렸다
⑤ 대출 환상에 빠진 부동산시장, 금리 인상에 '먹구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고된 대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0%에서 단번에 0.75~1.00%로 뛰면서 한국과의 기준금리(1.5%) 격차는 기존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좁혀졌다. 연준이 빅스텝에 나선 것은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이다.

연준의 빅스텝에도 한국이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은 이달에 이어 올 6월과 7월에도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음 두차례 회의(6~7월 FOMC)에서 0.5%포인트 추가 인상안을 올려놓아야 한다는 게 위원회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7월 미 기준금리는 1.75~2.00%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한국은행이 1.5%인 기준금리를 이달과 7월 각각 0.25%포인트씩 올려도 7월에는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같아진다.

한국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를 우려, 2020년 5월부터 1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0.5%까지 낮췄다가 지난해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가히 위협적이다.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을 감안하면 한은도 미 연준과 같은 보폭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지만 국내 경제성장률이 발목을 잡고 있어 한은의 셈법은 복잡하다.


파월의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 소환


미 연준의 빅스텝은 이미 예고돼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그동안 꾸준히 시장에 빅스텝 신호를 보내온데다 미국 3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치(2%)의 4배가 넘는 8.5%를 기록하는 등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거세게 받아 왔다.

연준은 앞으로 6·7·9·11·12월 등 모두 5차례 남은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정평난 폴 볼커 전 연준 의장까지 언급하며 강한 통화긴축 의지를 드러냈다. 볼커 전 의장은 두자릿수를 지속했던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1979년 취임 당시 11%였던 기준금리를 1981년 6월 20%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내에선 파월 의장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3%까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은 현재 0.75~1.00%인 기준금리를 올 6월 1.50~1.75%에 이어 7월 2.00~2.25%으로 올린 후 12월 마지막 회의에선 2.75~3.00%까지 올릴 것이란 예측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금리는 올해 3%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도 베이비스텝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달 빅스텝을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5월을 포함해 7·8·10·11월 등 5차례 남았지만 0.25%포인트씩 올려도 회의가 없는 6월에는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1.75%로 같아진다. 이어 미 연준이 또다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7월부터는 한국보다 금리가 높은 역전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달러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인만큼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은 한국은행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해 투자 매력도를 가져야 하지만 양국 간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 이탈로 한국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펀더멘탈 양호?… 과거엔 코스피 18% 빠져


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과 관련해 "한국 펀더멘탈(경제기초)이 괜찮은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라며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미 한국은 1999년 이후 약 23년 간 3차례의 한·미 금리 역전을 겪은 바 있다. 최근엔 외국인 자금 이탈을 실제 경험한 만큼 시장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양국 금리 역전이 발생했던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외국인 투자자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한국경기선행지수를 살펴보면 2018년 5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100을 밑돌아 경기 하강 추세를 보였다. 이후 2021년 6월 101.7로 고점을 찍고 올 3월 100.2까지 9개월 연속 100을 향해 내리막을 탄 점은 당시 경기상황과 유사한 모습이다.

실제로 한·미 금리 역전이 됐던 2018년 3월30일부터 2020년 2월 28일 원/달러 환율은 147.5원까지 올라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발생, 코스피는 18.44% 하락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다보니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환차손에 대한 우려를 떠안고 한국 금융시장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순매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미 10조원 셀… 금리 역전 시 자금 이탈 가속화


이같은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에도 한은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경제성장률 요인이 크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을 2.5%로 낮췄다. 이는 미국·영국(3.7%) EU(2.8%) 중국(4.4%) 등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한은이 베이비스텝만을 고수해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금융환경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만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10조원을 팔아치웠는데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유출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선을 위협하는데 금리 역전을 허용하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한·미통화스와프라는 방어막이 없고 한은의 외환보유고 중 현금 비중은 5%에 그쳐 한국은 언제든지 외환위기도 직면할 수 있다"며 "외환위기 징조로 외국인 전체 투자자금의 30%가량을 잡고 있는데 6번째 외환위기를 겪는 아르헨티나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미국 제재를 받는 환율조작국의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모니터링 받고 있는데 지난해 4분기 환율 방어를 위해 69억달러를 순매도했지만 효과가 사실상 없었다"며 "한국은행이 내외금리차를 최소화하는 노력 등 시장 안정화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한은 총재는 펀더멘탈 등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슬기
박슬기 seul6@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박슬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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