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조선업계..."배 만들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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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호황에도 유동성 제약으로 문제를 겪고 있다. /사진=뉴스1(한국조선해양 제공)
수주 풍년으로 호황을 맞은 것으로 보이는 한국 조선사들이 시름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늘고 있어서다. 수 년간의 실적 악화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인력난도 겹쳐 수주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에 놓였다.

16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4월 누계 수주량은 581만 표준화물선 환산 톤수(CGT)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수주량이 급증했는데 2020년 823만CGT에서 2021년 1744만CGT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 4696만CGT 중 37%를 수주하며 세계 조선업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지만, 원가 상승 등으로 인해 경영실적 개선은 요원하다.

2021년 수주량과 신조선가의 가파른 상승에도 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현대중공업은 8006억, 삼성중공업은 1조1920억, 대우조선해양은 1조7362억이라는 손실을 봤다. 2022년 1분기에도 영업손실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은 상승했지만 영업 이익은 감소했다. /그래픽=최유빈 기자

경영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은 수주 계약 체결 이후 나타난 원가 부담 증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사태 발발로 세계 각국이 돈을 풀면서 야기인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타격,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선박 건조에서 가장 주요한 철강은 2020년 1톤당 60만원에서 2021년 110만원으로 두 배가량 가격이 뛰었다.

선박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후판)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내는 중이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돼 조선업계를 우울하게 만든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6mm이상의 두꺼운 철판인데 선박 건조 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조선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선박건조는 발주와 동시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설계와 자재 준비에 최소 1년 넘는 시간이 소요되고 최종 발주처로 선박을 인도하기 까지에는 여기에 약 2년 정도가 더 필요하다. 어떤 선박을 건조할 것인지, 화물선의 경우 주요 수송 대상은 무엇인지, 선박이 운항할 구역은 어떤 곳인지, 선박의 크기와 속력을 얼마인지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설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 원재료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 발주처와 선박가격을 재협상할 수 있지만 원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당시 원자재값 동향 등을 고려해 적정한 가격으로 수주 계약을 체결했으나 선박 설계와 건조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진 물가 상승 영향으로 적자를 봤다"고 전했다. 상선의 건조 기간은 종류에 따라 상이하지만 통상 1~2년이다. 선박 중 가장 선가가 높은 LNG운반선은 가스를 액화상태로 유지시키 위해 200℃ 이상의 온도격차를 견디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건조에 약 3년이 소요된다.

배를 건조할수록 부채가 증가하는 조선업 특성 탓에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수주 계약 후 착수금을 받으면 재무상태표에 이를 계약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에 기업의 부채 비율이 증가한다. 한국 주요 조선사들의 2021년 계약부채 규모는 전년과 비교해 평균 65% 늘었다. 현대중공업은 1조 4091조에서 2조6077억로 85% 증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43%(2조4588억), 68%(2조0940억) 씩 늘었다.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과 확정부채 추이가 유사하다. /그래픽=최유빈 기자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거액의 선가와 장기간의 건조기간을 이유로 대출에 소극적이며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또한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인력난이 심각한 상태지만 인재 유치를 위해 임금을 올려주고 싶어도 돈이 없다"며 "조선사가 선박 수주를 늘릴 수 있도록 선박금융을 비롯한 정부와 금융권의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불황기에 진행된 인력 감축 결과로 인해 조선업 현장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조사에 따르면 2014년과 2021년 국내 조선소 인력은 20만3000명에서 9만2000명으로 7년 새 54% 급감했다. 대학에서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한 학생들마저도 조선업계 취업을 꺼린다. 2021년 조선해양공학 졸업생 930명 중 조선업에 자리를 잡은 인력은 202명에 그쳤다. 수주 호황 등으로 올해 9월부터 조선사에 필요한 인력(협력사 제외)은 4만7000명에 달하지만 현재 3만8000명 뿐이어서 당장 90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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