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미래 한국 5년을 이끌 윤석열호가 닻을 올렸다. 새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극심한 좌우 대립을 봉합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비전통 안보 위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지정학 리스크 극복 및 미·중 대결 속에서 '국가 이익'에 기반한 좌표 설정도 시급하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전술 유도무기' 발사를 계속해 한반도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새 정부 대외정책의 핵심은 당당한 외교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일단 한·미동맹을 특정 군사적 위협에만 대처했던 형태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 등 가치를 공유하는 포괄적 가치동맹으로 강화해 아태지역과 글로벌 질서의 미래 비전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대북정책도 수정해 북한과의 평화 체제 구축보다는 비핵화를 우선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중국에 대해선 '당당한 외교'와 상호존중에 기반한 한·중 관계를 구현을 밝혔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한 '실질적'인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다. 또한 군사 안보 이상으로 중요성이 급격히 대두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따른 '경제 안보'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추진 방향은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국제관계를 재단한 지난 정부의 외교를 '비정상적 외교'로 인식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유일 동맹국인 미국과의 동맹 재건과 대중 외교에서 나타난 소위 '저자세 외교'를 극복하는 '정상적 외교'로의 복귀와 함께 새롭게 대두된 경제 안보 등을 둘러싸고 미·중 사이에서의 새로운 좌표 설정을 하겠다는 윤석열식 외교 선언이기도 하다. 여기에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중국은 한·미 동맹의 재건을 위협 요소로 인식해 한·미 동맹이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을 강화시켜 중국에 실질적 위협이 될 것임을 우려한다. 특히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민주주의·인권 등 보편적 가치 수호 전선에서도 한국이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출 것을 걱정하고 있어 전략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미·중 갈등의 본질 파악과 더불어 중국의 전략적 자산인 북한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의도 파악도 중요하다. 미·중 갈등의 지속과 심화는 어느 한쪽을 선택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중국은 북한과 북핵을 별개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경제 안보와 관련해서도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일방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한·중 경제 관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활용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에 대해 우리 정부의 분명한 입장 설명과 소통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당연히 한국은 미·중 선택의 프레임을 벗어나는 새로운 공간 창출이 필요하다. 미국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미국의 전위대라는 인식을 줄 필요는 없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고 치열한 협상을 통해 국익을 증진시키는 국제활동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 시대에 우리도 정확한 자기 진단을 통해 언제까지나 고래 싸움의 새우라는 자조에 빠져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