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 폭등에 대형건설기업 실적 곤두박질… 하청업체도 공멸 위기

[머니S리포트] 원자재 파동에 몸살 앓는 건설현장 (3) - 건설현장 '셧다운' 공포 시작됐다… "정부는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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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함께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사상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공공사 현장에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자잿값 상승으로 적잖은 사업장이 멈춰섰고 아파트를 비롯한 민간공사현장 역시 위기를 맞고 있다. 통상 아파트 사업장의 경우 '선분양'으로 인해 이미 분양가격이 확정된 상황에서 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이 불가피해 자칫 도급계약을 맺은 시행사와 건설업체 간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은 조합과 시공업체가 원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폭등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2020년 이후 2년 이상 누적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어서 앞으로 단기간 내 쉽게 해결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실적 악화를 직면하게 됐다.
정부는 시멘트를 비롯한 일부 자재수급 방안을 마련해 공공공사에 투입되는 물량에 대해 계약금액 조정 등을 수용하고 있지만 민간공사 현장에선 '공사 중단'을 선언하는 등 심각한 분위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팔아도, 지어도 남는 게 없다"… 공급·공사 포기하는 자재·건설업체
(2) 둔촌주공은 시작일 뿐… 분양시장 호황의 그늘
(3) 자잿값 폭등에 대형건설기업 실적 곤두박질… 하청업체도 공멸 위기


건설자재 가격 상승 속도가 심상치 않다. 건설현장에선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는 분위기다. 일부 현장에선 작업이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2020년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에도 주택 수요 급증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여왔던 자잿값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폭이 가팔라졌다. 올들어서도 철근과 시멘트 주원료인 고철과 유연탄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고 도로공사 등에 쓰이는 아스콘(아스팔트) 등도 유가 상승으로 인해 급등세에 편승했다. 최근 들어선 인력부족 현상까지 나타나며 인건비마저 치솟고 있다.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시멘트를 비롯한 일부 자재수급 방안을 마련해 공공공사에 투입되는 물량에 대해 계약금액 조정 등을 수용하고 있지만 민간공사 현장에선 '공사 중단'을 선언하는 등 심각한 분위기다. 실제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시공업체들이 시행주체인 조합 측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선 조합과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아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건설업계 체감경기 바닥… 실적도 곤두박질


건자재 파동은 궁극적으론 건설업계의 실적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상당수 건설업체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기준 100)는 전달 대비 16.1포인트 하락한 69.5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심리적 위축으로 지수가 17.9포인트 하락한 이후 2월엔 12.3포인트 반등하며 다소 개선됐지만 3월(1.3포인트 하락)에 이어 4월에도 체감경기가 크게 떨어졌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3~4월엔 공사가 늘어나는 시기로 경기실사지수도 상승하지만 올해는 오히려 하락했다"며 "자잿값 상승으로 인해 하도급업체는 물론 원도급사까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공사를 중단하는 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국내 대형건설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의 경우 1분기 매출이 한 해 전(4조1495억원)보다 0.1% 감소한 4조1453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6% 줄어든 1715억원에 그쳤다. GS건설은 같은 기간 매출이 2조3759억원으로 전년대비(2조141억원) 17.9% 늘었지만 실제 공사비가 투입되는 실행률이 높아지면서 영업이익(1535억원)은 2021년(1766억원)보다 13.0% 줄었다.

올해 중흥그룹에 인수된 대우건설 역시 올 1분기 매출은 전년대비(1조9390억원) 16.0% 증가한 2조2495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5% 감소한 2213억원에 머물렀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DL건설의 실적 부진으로 올 1분기 매출액(1조5147억원)이 전년대비 10.9% 줄었고 영업이익(1257억원)은 37.1%나 급감했다. HDC현산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해 손실비용이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1년 만에 영업이익(680억원)이 42.4% 빠졌다.


인테리어업계도 울상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는 인테리어업계도 피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주택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 자잿값 인상으로 관련 기업들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는 등 고전의 흔적이 역력하다. 한샘의 1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4.9% 줄어든 5260억원에 머물렀으며 영업이익 같은 기간 60.2% 급감한 100억원에 그쳤다. LX하우시스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한 해 전보다 76.4% 줄어든 69억원에 불과했다.

두 회사 모두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했지만 다시 적자를 볼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주요 인테리어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원가 상승이 불가피했던 탓이다. 급기야 업체들은 창호나 마루, 주방세트, 바닥재 등의 제품 가격을 올렸다. 하지만 주택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수요처를 잃었다. 실제 올 1분기 주택매매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이상 급감했다. 서울의 경우 75% 넘게 거래가 줄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는데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등 당분간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게 인테리어업계의 전망이다.



대안은?


종합건설업체와 같은 원도급업체들로부터 하청을 받아 공사를 수행하는 하도급업체, 즉 전문건설업체들은 자잿값과 함께 인건비 인상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며 계약 단가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작업 중단에 들어간 현장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재 등을 운반하는 운송업자들도 단가 인상 요구에 나섰다.

작업이 중단될 경우 예정된 공사기간(공기)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자칫 공기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한 전문업체 관계자는 "자잿값 폭등은 말 그대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며 "물가에 인건비까지 상승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원·하도급업체 간 이해 관계가 첨예한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주는 등 대책이 절실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또 다른 전문업체 관계자는 "원청업체도 자잿값 폭등에 대한 문제를 알고 있지만 막상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꼬여있는 상황에서 관계 당국마저 손을 놓는다면 건설현장이 마비되고 업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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