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도, 지어도 남는 게 없다"… 공급·공사 포기하는 자재·건설업체

[머니S리포트] 원자재 파동에 몸살 앓는 건설현장 (1) - 톤당 일반철근 지난해 4월 70만원→11월 120만원 '71.4%'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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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함께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사상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공공사 현장에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자잿값 상승으로 적잖은 사업장이 멈춰섰고 아파트를 비롯한 민간공사현장 역시 위기를 맞고 있다. 통상 아파트 사업장의 경우 '선분양'으로 인해 이미 분양가격이 확정된 상황에서 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이 불가피해 자칫 도급계약을 맺은 시행사와 건설업체 간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은 조합과 시공업체가 원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폭등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2020년 이후 2년 이상 누적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어서 앞으로 단기간 내 쉽게 해결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실적 악화를 직면하게 됐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이후 각국의 저금리 정책과 자산거품으로 인한 각종 물가, 연료 운송비용 등이 오르는 상황에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건설자재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팔아도, 지어도 남는 게 없다"… 공급·공사 포기하는 자재·건설업체
(2) 둔촌주공은 시작일 뿐… 분양시장 호황의 그늘
(3) 자잿값 폭등에 대형건설기업 실적 곤두박질… 하청업체도 공멸 위기


#. 지난 4월 진행된 조달청의 관수(관급) 철근 269만5700톤(t) 구매계약 입찰이 철강업체들의 불참으로 유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년 마다 실시되는 관수 철근 구매 입찰은 전체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철강업체들이 입찰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건설 자재비 상승 때문이다. 생산을 해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업체들이 공급 자체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건설공사 주요 자재인 철근과 시멘트를 포함해 사실상 모든 자재의 가격 폭등이 발생하며 건설업계는 자재비 상승분의 공사비 반영, 공사 중단 시 공사기간(공기) 연장 등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개입과 부담금·부가세 한시 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이후 각국의 저금리 정책과 자산거품으로 인한 각종 물가, 연료 운송비용 등이 오르는 상황에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건설자재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내 분양경기 호황과 글로벌 인프라 투자 증가로 자재 수요가 급증한 것 역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급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적자 공사가 이어지자 정부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공사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계약금액 증액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공사비 증가가 분양가 상승, 즉 소비자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국내 주택시장의 경우엔 분양을 연기하는 상황마저 발생해 올 1분기 건설투자는 전년동기대비 5.3% 감소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건설물가 상승,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대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 주요 자재인 시멘트 가격은 2020년 연평균 톤당 6만700원에서 지난해 6만2000원으로 올랐다가 올 3월 8만6000원, 4월 9만800원 등으로 2년4개월여 만에 49.6% 급등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는 기준가격으로 실제 거래가격은 계약자 간 협상을 통해 결정되며 최근 8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철근 역시 지난해 4월 톤당 70만원에서 11월 120만원으로 71.4% 폭등했다가 최근 100만원 선으로 안정됐다.

한국은행이 올 3월 발표한 '건설투자 회복 제약의 요인: 건설자재 가격 급등의 원인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간자재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28.5% 올랐다. 중간자재 가격 상승률은 ▲2020년 4분기 0.3% ▲2021년 1분기 6.1% ▲2분기 17.1% ▲3분기 24.8% 등으로 확대됐다. 건설자재 가운데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가격이 뛴 품목 수는 2020년 말 8.9%에서 올 초 63.4%로 급증했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건설물가 상승은 2020년 하반기부터 진행됐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이 한국은행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건설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8.5%를 기록했고 13년 만인 지난해 9월 15.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생산자 물가지수는 각각 12.3%, 9.6%였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강력한 경제 활성화 조치를 시행해 주요 전략으로 인프라 투자가 늘어났고 건설자재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자재 생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의 시행으로 건설자재 영역은 상대적으로 각종 규제가 강화돼 생산 중단이나 생산성 감소를 겪고 있어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물류가 증가했지만 주요 항구가 폐쇄돼 건설자재의 적시 공급에도 차질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자재 폭등 1~2년 더 간다


이 같은 상황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기름을 부어 건설자재 가격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 3월 1일 공동주택(아파트)의 기본형건축비를 지난해 9월 대비 2.64% 올렸다. 기본형건축비는 국토부가 해마다 3월과 9월에 물가변동에 따라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급격한 물가변동이 발생하는 경우 추가로 조정할 수 있다. 국토부는 오는 6월 1일 기본형건축비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밝힌 상태다.

계약 조건 등에 따라 리스크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공공보다 민간의 피해가 더 크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민간공사의 경우 총액계약을 체결한 공사에서 자재비 폭등과 공급 차질이 큰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자재비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선 손실 위험을 막기 위해 입찰 참여 자체를 자제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에도 건설 수요가 감소하는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쯤엔 자재 가격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급격히 악화됐지만 1년 만인 2009년 물가안정이 이뤄졌다"며 "현재 나타난 건설자재 가격 상승은 건설부문 수요가 줄면 다시 안정화될 수 있기 때문에 1~2년 후에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스컬레이션 확대 적용 필요


공급 문제가 아닌 단지 가격의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건설계약 전문가인 최민수 C&E기술사사무소 소장은 "경유와 요소수 등 건설자재 이동을 위한 비용도 증가해 전체적으로 물가상승 자체의 문제이지 물량의 문제는 없다"면서 "건설업체들은 입찰 시 물가변동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계약서상 특약으로 명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8년 공공공사의 특정 자재비가 급등한 경우 가격 상승분의 에스컬레이션(물가변동에 따른 계약변경)을 인정하는 '단품 슬라이딩' 제도를 도입했다. 순공사원가의 1% 이상인 자재 가격이 계약 후 90일 경과해 15% 이상 상승한 경우 대상이 된다. 총 공사비가 100억원이고 철근 자재비가 5억원인 공사에서 철근 가격이 30% 상승하면 1억5000만원을 증액할 수 있다. 민간 건설공사도 표준도급계약서에서 계약금액의 1%를 초과하는 자재 가격이 15% 이상 증감된 경우 단품 슬라이딩을 규정하고 있으나 계약자 간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어 권고에 가깝다.

최 소장은 "물가변동이 있는 경우 공사 초기에 반영함으로써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업체는 소급 적용이 어려워 단품 슬라이딩을 포기하고 물가상승이 더 확대돼 총액 에스컬레이션이 가능한 시점을 기다리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민간공사는 총액계약이 일반적이어서 계약 기간 동안 물가 변동이나 단품 슬라이딩 조항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는 공사 초기에 투입되는 자재비의 인상 폭과 상관없이 추후 공사총액 재조정 과정에 추가로 3% 이상 인상 여부를 판정하는 요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단품 슬라이딩으로 조정된 자재비는 공사총액 조정 시 제외되는데 이를 포함해 인상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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