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지연에 화물대리점 '갈팡질팡' 직원들 '불안'

[머니S리포트-'빅딜 표류' 韓대형항공사 향방은②] 'EU만 있나' 기업결합 심사 복병 中·美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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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항공업계 메가딜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과정이 험난하다. 미국과 중국이 두 항공사 결합 심사 승인 조건으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항공 노선 독점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은 상황에서 새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인다.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가 화물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다시 숨 쉬는 아시아나항공… 합병 필요성 '물음표'
②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지연에 화물대리점 '갈팡질팡' 직원들 '불안'
③통합 LCC 출범하면 박 터지는 싸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여행사와 화물 대리점 등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대한항공 화물칸 공간이나 항공권을 더 구매해 예비 대형항공사 주인에 줄을 서는 곳들이 늘면서 항공시장에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해외 기업 결합 심사가 해를 넘길 수 있고 외국 정부들의 불승인으로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예비 통합항공사 주인에 줄 서기


항공화물 운송은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이 화주들의 물량을 의뢰받고 이를 다시 항공사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화물 대리점은 가격과 노선 스케줄을 따져 조건이 유리한 항공사를 선정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낸 이후 일부 화물 대리점이 아시아나와의 관계를 끊고 대항항공과의 계약에 집중하는 경향이 논란이다.

화물 대리점 관계자는 "성수기에 화물칸 공간을 확보하려면 비수기에도 항공사와 물량 계약을 이어가야 한다"며 "결국 하나의 회사가 된다고 볼 때 대한항공 화물칸 공간을 먼저 팔아줘야 나중에 차별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국제 항공화물 운송물량의 60~70%를 장악하고 있는데 양사가 통합되면 대한항공이 대부분 물량을 독점하게 된다. 이에 대한항공 위주로 사업 구조를 갖추는 게 앞으로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일부 여행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여행사는 항공 좌석을 대량 구매해 패키지 상품을 구성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데 최근 대한항공 항공권을 중심으로 한 상품 제작에 집중하는 곳들이 잇따르고 있다.

갈피를 못하는 곳들도 많다. 해외 기업 결합 승인 여부를 지켜보고 어느 항공사에 줄을 설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혼란이 가중되는 건 항공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 직원들은 수년째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아시아나 전체 인력의 50% 이상은 현재 순환휴직을 하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같은 업종 기업에 통합될 경우 복직 보다는 감원 대상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객기 가동시간은 월평균 134시간으로 화물기(월평균 403시간)의 3분의 1 수준이다. 여객기는 승객 50명당 최소 1명의 승무원이 배치되는데 국제선 운항 재개가 더뎌 유휴인력 규모가 커졌고 1인 평균 연봉도 2019년 6500만원에서 지난해 4901만4000원으로 줄었다.

항공사는 경영·전략, 여객, 화물, 정비, 운항, 케빈 등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쳐지면 중복 인력은 800~1000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나 직원은 "다수의 동기들이 이미 이직을 했다"면서 "인력을 감축해야 할 상황이 오면 다양한 방법으로 직원을 그만두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국 우선주의에 까다로워진 해외심사


/그래픽=이강준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가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애초부터 큰 난관으로 꼽혔던 유럽연합(EU) 외에도 미국, 중국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법무부는 양사의 경쟁제한성 우려가 크다고 보고 합병 심의 수준을 '간편'에서 '심화'로 상향했다. 미국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도 같은 이유로 양사의 합병에 이의를 제기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아시아나가 소속된 항공 동맹 스타얼라이언스에 속해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들 항공사와 반대편인 스카이팀에 미국 델타항공과 함께 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양사의 합병으로 아시아나가 동맹에서 빠지면 미주 노선뿐 아니라 중국, 동남아 경유 노선 등에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아시아나항공 한·미 노선 공급석은 주 2만4000석으로 유나이티드항공 공급석(3000석)보다 월등히 많다.

중국 심사도 걸림돌이다. 중국 시장총국의 결합심사는 270일 동안 이뤄진다. 최종 결론이 나지 않으면 심사신고가 철회되고 재신고부터 절차가 다시 진행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진행한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했다가 재신고한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산 점유율이 65~100%에 이르는 부산-칭다오, 인천-장자제, 인천-시안, 인천-선전, 부산-베이징 등 노선을 중점적으로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윤철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은 자국 항공사에 유리한 조치를 좀 더 많이 넣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제한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U는 경쟁제한성을 제거하기 위해 경쟁 항공사들에게 운수권·슬롯을 나눠 줘야 기업결합을 승인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캐나다 1위 항공사 에어캐나다와 스페인 1위 항공그룹 IAG는 끝내 EU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에어트랜샛, 에어유로파 인수를 각각 포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에어캐나다는 EU의 시정조치에 적극적인 설득 대신 스스로 합병 취소를 선택했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 사례는 에어캐나다·트랜젯 사례와 비교할 때 인수거래 배경, 노선 및 시장상황, 회사 현황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아시아나 사례를 에어캐나다·트랜젯 사례와 달리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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