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의 도전⑭]73년만에 형사사법체계 '대변화'…곳곳에 '빈틈'

검수완박 업무지침·보완 위한 하위법령 제정해야
상대적으로 경찰권 강화…권한 분산·통제 필요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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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갈 제20대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가 5월 10일 마침내 출항했다. <뉴스1>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이번 정부가 처한 나라 안팎의 현실을 '도전 요인'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하게 조명해 보려고 한다. 정치적으로는 '여소야대'가 윤석열 정부의 성패를 가를 가장 핵심적인 위협으로 부상했고, 경제적으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경제'가 정책적 선택지를 옥죄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청년층 젠더 갈등의 폭발을 비롯한 '갈등의 일상화' 시대가 펼쳐져 있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 행보에 서방세계가 맞서는 '신냉전' 격랑이 한창이다. 항해 시작부터 험난한 삼각파도와 암초를 상대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사회·경제·국제 등 다방면에서 고개를 내미는 도전들 앞에서 성공적인 응전을 펼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게양대에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2.3.1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게양대에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2.3.1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73년 만에 바뀌는 형사사사법체계를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관련 법안이 충분한 토론 없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곳곳에 '빈틈'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커진 경찰 권한을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공화국이 경찰공화국으로 색깔만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고 오히려 법적 보호를 더 받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검수완박으로 수사권 뺏긴 檢·격무 시달리는 警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9월10일부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검찰의 수사개시 대상은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축소된다.(선거범죄 수사는 올해 12월까지 가능)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는 6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줄었는데 검수완박으로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마저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다른 수사기관이 도맡게 된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경찰이 또다시 업무를 대거 넘겨받게 되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로서는 인력·예산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개정안에 따라 '부패·경제 범죄 등'에 포함되지 않는 사건의 경우 검찰의 직접수사는 고소인의 이의신청이 있거나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서만 가능하다.

이마저도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이 표현은 법률용어로 적절하지 않아 그 해석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범인을 수사해 기소하더라도 이후 재판 과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될 수 있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환경범죄나 공익 관련 범죄와 같이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아동·장애인 등과 같이 피해자가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시민사회단체나 공익적 대리인이 제기하는 고발 사건도 이의신청마저 막혀버린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망을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는 나쁜 놈들을 경찰·검찰이 한 번씩 총 두 번 확인하는 것에서 경찰의 한 번 확인으로 끝나는 것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7회 국회 임시회 제1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5.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7회 국회 임시회 제1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5.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곳곳에 형사사법 공백, 하위법령 정비 시급

전문가들은 우선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으로 인한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검찰과 경찰이 구체적인 업무지침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법안 자체가 여러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선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선 지침이 급선무라는 설명이다.

다만 개정안은 수사범위를 '부패·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명시, 대통령령을 통해 검찰의 수사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역시 한계는 분명하다. 모호한 부분을 모두 대통령령 제정으로 보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무부가 상당 부분에서는 판례를 쌓아가는 방법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보는 이유다.

검찰이 송치를 요구해 받은 사건에 대해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는 규정과 관련해서는 실무상의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를 근거로 피고인 측은 재판에서 수사 내지 공소 제기 절차가 위법하다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수완박 법안 시행 초기에 좋은 판례를 쌓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수사 대부분을 책임지게 될 경찰과 여전히 영장청구권을 쥐고 있는 검찰 간의 협업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한 현직 검사는 "나라의 형사사법시스템은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하는데 지금 법률상에는 미비한 부분들이 있다"며 "미비점은 기관 간 협의 등으로 보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윤 정부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검찰의 독자적 예산편성권 확보'·'검경 책임수사제 확립'(송치 전 경찰의 자율적 수사, 송치 후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등 검찰 독립성 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나 검찰의 예산편성권 확보는 법안 개정 사안이니만큼 당분간 이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검경 책임수사제 확립과 관련해서는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찰의 비대화 우려…'자치경찰·수사경찰' 독립성 강화해야

검수완박으로 국내 수사의 대부분을 경찰에 의존하다 보니 '경찰의 비대화'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검찰의 경찰 통제가 약해진 만큼 경찰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또다른 현직 검사는 "검수완박으로 경찰의 수사권이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에 대한 외부 통제가 약화하는 것이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검경수사권으로 경찰의 권한이 확대되면서 경찰은 '국가경찰-수사경찰-자치경찰' 구조로 권력 분산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중 '자치경찰'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경찰의 일부 기능이 자치경찰로 재편됐지만 여전히 소속은 중앙정부에 있다.

'수사경찰' 수장에 대한 인사권부터 국가경찰이 쥔 모양새다. 수사경찰의 수장인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청장이 추천하면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추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사개특위에서 경찰에 대한 통제 방안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한국형 FBI) 설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수청이 설치되면 상대적으로 경찰에 쏠린 수사권이 분산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중수청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전철을 밟지 않고 빠르게 안착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윤 정부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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