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환담을 가진 뒤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은 정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를 위해 입장하던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 중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유일하게 50여분간 따로 만나며 환담을 나눴다. 정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환대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세계 자동차시장 선구자 도약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단독 환담했다. 이날 환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마지막 날 분주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과 별도로 단독 회동한 만큼 국내외 이목이 집중됐다.
당초 환담 예정시간 10분→ 50분… 美에 100억달러 투자정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은 당초 10여분 정도로 예정됐지만 환담과 언론 영어 스피치, 추가 환담 등으로 이어지면서 총 50분가량으로 진행됐다.

정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환담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투자 배경과 미국에서 추진 중인 미래 신사업 분야의 내용 및 앞으로의 계획 등을 설명했다.

환담 직후 정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야외에 마련된 별도 장소에서 한·미 기자단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도 발표했다.

정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발표 장소로 함께 이동하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방한 당시 정 회장을 만났고 정 회장이 찍은 사진을 보내줘 기뻤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정 회장은 유창한 영어로 바이든 대통령과 나눈 환담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정 회장은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건설에 투입하기로 한 55억달러 외에 2025년까지 현대차그룹이 미래 신사업 분야와 관련 미국에 5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대미 전체 신규 투자는 100억 달러를 넘는 규모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1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산업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미국에 진출한 지 40년이 된 현대차그룹이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서두를 열었다. 이어 "조지아주에 들어설 새로운 전기차 전용 공장은 미국 고객들을 위한 높은 품질의 전기차를 생산해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동차산업의 리더로 도약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5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미국 기업들과 로보틱스, UAM, 자율주행,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투자를 통해 고객들에게 더 높은 편의와 안전을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회장은 이와 함께 "100억달러가 넘는 신규 투자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고 전 세계적 과제인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가진 뒤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은 정 회장에 이어 관련 내용을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이 정 회장과 악수하던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바이든 "美에 대규모 일자리 창출한 현대차에 감사"정 회장은 미국에서의 전기차 생산 계획도 언급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무공해 친환경 차량의 비율을 40~50%까지 높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현지에 투자할 기회를 준 바이든 대통령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으며 현대차그룹의 미국 사업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정 회장에 이어 발표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물론 미래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에 기대감을 표출하며 대규모 투자 결정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현대차그룹이 미래 신산업 50억달러와 전기차 및 배터리셀 공장 55억달러 등 100억달러 이상을 미국 제조 분야에 투자하기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투자를 통해 8000명 이상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며 "이런 투자를 통해 미국 국민과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과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전기차는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기업들에게 다양한 사업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에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충전소들이 전국에 생기면 주변에 다른 사업장들도 생겨나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정 회장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런 투자에 보답하기 위해 절대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한국에서 지난 이틀 동안 한·미의 굳건한 동맹과 경제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가진 뒤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은 정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를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던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과감한 투자로 미래 자동차산업 선도 다짐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미국 내 제품 경쟁력 강화 및 생산설비 향상과 전기차, 수소, 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총 74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및 신사업 관련 해외 현지 투자는 국내 광범위한 연관산업의 성장은 물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해외 투자는 현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수요를 증가시켰으며 그 결과가 국내 생산과 수출 증가, 국내 부품산업의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성장 구조를 형성해 왔다는 평가다

이번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투자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투자가 이뤄지면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생태계에도 긍정 효과를 미치는 '제2의 앨라배마'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현대차·기아는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18일 국내 전기차 분야에 2030년까지 21조원을 투자하고 2030년 한국에서 전기차 144만대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미래 자동차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허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