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부산 이전 17년… 현 주소는

[머니S리포트-"부산 가라고요?" 금융허브 논란 시끌③] 지역발전 기여 vs MZ 기피 요인… 엇갈린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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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새 정부가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차기 산은 회장이 취임하면 관련 법 개정부터 태스크포스(TF) 구성까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안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일각에선 4조원의 경제유발효과와 국가균형발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업무 비효율성과 젊은 직원들의 이탈, 금융 경쟁력 저하 등을 우려하고 있다. 부산이 세계 2위의 환적항으로 동북아 물류 중심기지라는 점에서 산업은행과 금융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한 나라에 서울과 부산 두 개의 금융중심지가 존재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이미 2005년 1월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했다. 17년이 지난 지금 한국거래소의 위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국거래소는 2005년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했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서울 본부. /사진=장동규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산업은행, 부산行 두고 갑론을박… "MZ 떠난다" vs "경제효과 4조원"
② 서울-부산, 한 나라에 금융도시 2개?… 경쟁력은 어디에
③ 한국거래소, 부산 이전 17년… 현 주소는


윤석열 정부가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7년 전 이미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거래소(KRX)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005년 한국증권거래소·한국선물거래소·코스닥증권시장·코스닥위원회가 통합해 출범하면서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했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본부 중 유가증권시장본부·코스닥시장본부·시장감시위원회는 서울에 있고 경영지원본부·파생상품시장본부와 지난해 신설된 청산결제본부는 부산에 위치하고 있다.

부산시는 국가균형발전을 명목으로 2005년부터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29개의 금융기관 본사를 유치했다. 부산시와 지역시민단체 등은 적극적으로 금융기관 유치·이전에 나서고 있다. 소비 증진, 고용 확대 등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와 경쟁 구도에 놓인 대체거래소(ATS) 설립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지난 4월 성명을 발표하고 "대체거래소는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거래소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립이 추진돼야 한다"며 "부산에 본사를 두는 것은 물론이고 시스템·인력 등 실체가 부산에 소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부산 본사의 이전 후 조직과 역할 강화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이뤄진 청산결제본부의 신설은 '부산 본사 2.0 시대'라는 슬로건과 함께 본사의 조직 강화에 방점을 찍은 대표적인 행보다.

본부는 주식이나 파생상품의 매매가 이뤄진 이후의 절차인 '청산' '결제' 업무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선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2005년 출범 이후 새로운 본부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청산결제본부가 처음이다. 중앙청산소(CCP) 역할을 하는 해당 본부 신설로 서울과 부산에 각각 3개의 본부가 균형을 이루며 자리하게 됐다.

손병두 이사장은 해외의 CCP가 뉴욕·런던·도쿄 등 글로벌 금융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이유로 들며 부산의 글로벌 위상 제고를 기대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청산결제본부 설립 1주년을 맞아 앞으로 청산결제본부가 전 세계 5위 안에 드는 CCP로 성장하도록 한다는 계획과 함께 '부산 금융 중심지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24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앞둔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KRX 탁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올 하반기 프로 탁구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탁구팀 창단 역시 지역발전 기여 목적을 바탕으로 추진이 시작됐다는 전언이다. 대한민국의 탁구 메달 획득을 염원하며 정부의 국민체육진흥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힘 쏟고 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의 부산-서울 순환근무 의무사항은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등 취업준비생들 혹은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에게 비선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서울 본부 8년 근무시 부산 본사에서 2년을 근무해야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부산 본사 장기 근무를 원할 시에는 의사를 존중해주고 있다는 것이 재직자들의 전언이다.

순환보직 일환으로 서울 본부에서 부산 본사로 근무지를 옮긴 직원 A씨는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서울이 중심지이다 보니 고객이 서울에 많다. 비행기나 KTX를 타고 한달에 1~2회는 서울로 출장을 간다"며 "다른 문제는 없지만 고향을 떠나 연고가 없는 지역에 오니 적응 기간이 필요했고 모든 것이 낯선 점은 헛헛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전반적으로 근무 여건이 괜찮지만 의무적으로 부산에서 근무해야한다는 점은 인생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큰 장애 요소"라고 아쉬워했다.

부산 근무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점도 꾸준히 언급되는 약점이다. 일례로 경영지원본부는 부산에 소재하고 있지만 본부 내 일부 부서는 원활한 업무 소화와 효율성을 위해 서울 본부를 근무지로 두고 있다. 직무에 따라 부산-서울 출장도 부지기수다. 서울 본부에 재직하고 있는 C씨는 "우리 부서의 경우 저연차 직원들은 본사를 방문할 일이 없지만 팀·부장들은 자주 부산을 오가고 있다"며 "순환보직이기 때문에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부서로 발령 난다면 부산에서 근무를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수지
강수지 joy822@mt.co.kr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시장경제부 증권팀 강수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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