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잡음 많은 '공공재개발 1호' 흑석2구역… 입찰까지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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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사거리에서 찍은 모습. 상가건물들이 밀집해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 대행하는 '공공재개발 1호'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이 시공사 입찰 전 건설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내 시공능력평가(시평) 상위 10대 대형건설업체 여러곳이 흑석2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못해 불법 홍보마저 서슴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재개발 조합 성격인 '흑석2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이하 주민대표회의)는 불법 홍보로 2회 경고를 받은 대우건설의 입찰자격을 제한할지 찬반 투표를 진행, 이 과정에도 법적 허점이 드러났다. 찬반 비율이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주민대표회의 의사결정권을 놓고 법 해석의 차이가 발생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처음 도입한 공공재개발 사업이다 보니 민간 정비사업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5월 24일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에서 만난 70대 주민 A씨는 "이 골목은 낮에도 지나가기 싫어 큰길로 가는 사람이 많다"며 "집인지 창고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라고 말했다. A씨를 마주친 골목은 주택가가 밀집한 곳으로 1층짜리 낡은 건물에 현관문과 창살이 붙어 있는 집, 갈대발로 이중문을 설치한 집도 눈에 띄었다.

골목을 조금만 지나면 사람 2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길로 여관이 모여있고 판자촌도 있었다. 낮인데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흑석2구역의 중심지로 볼 수 있는 사거리는 4층짜리 건물부터 8층정도 돼 보이는 건물까지 상가들이 밀집해 있었다. 대형 상가는 없고 식당, 카페, 술집 등이 있었고 인근에는 중앙대와 중앙대 병원이 있다.

좁은 골목 안에 허름한 건물들이 보인다. /사진=신유진 기자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은 흑석동 99의3번지 일대 4만5229㎡를 개발해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연면적 비율) 599.9%를 적용, 지하 7층~지상 49층, 총 1216가구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흑석동은 한강변을 끼고 강남과 여의도 등 도심과 접근성이 좋아 공공재개발 사업 가운데도 사업성이 좋은 대어로 꼽힌다.

인기를 반영하듯 흑석2구역은 시공사 선정 전부터 잡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4월 주민대표회의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 결과 업계 1위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국토교통부 고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단독 응찰은 유찰을 원칙으로 하되 2회 유찰 시 수의계약으로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다.

앞서 업계 5위 대우건설도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듯 했으나 주민대표회의와 갈등을 계기로 1회 입찰에 참여를 포기했다. 주민대표회의는 대우건설에 대해 불법 홍보를 이유로 2회 경고를 내렸다. 주민대표회의는 불법 홍보 등으로 3회 이상 경고를 받는 업체에 대해 입찰자격을 박탈키로 했다. 당시 대우건설은 2회, 삼성물산·GS건설·롯데건설이 각각 경고 1회를 받은 상태였다.

입찰에 참여한 후 3회 이상 경고를 받으면 입찰보증금 150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대우건설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 4월 19일 마감된 1차 입찰에서 불참을 선언했다. 이어 대우건설은 두 차례 경고 외에 1차 입찰 전날이던 4월 18일에 불법 홍보 등 제보 2건이 추가 접수돼 주민대표회의로부터 소명을 요청받았다. 대우건설은 주민들에게 "특정 시공사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집행부의 편중 때문에 입찰 후 리스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고 판단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골목 사이로 주택들이 보인다.(왼쪽) 갈대발을 설치한 집이 보인다.(오른쪽) /사진=신유진 기자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진식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입찰을 포기한 대우건설에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건설업체이 경쟁입찰을 하기를 원한다"며 "대우건설이 포기하지 않고 입찰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두 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업체들도 활발히 참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수의계약의 경우 경쟁입찰 대비 협상력의 우위를 점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6시 '제6차 주민대표회의'가 개최돼 대우건설의 입찰 참가자격 박탈 안건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주민대표회의는 대우건설의 입찰 참여 의사와 상관없이 참가자격을 박탈하지 여부를 놓고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12명, 반대 12명으로 부결됐다.

이날 투표에는 주민대표회의 위원장과 부위원장, 감사, 총무 등이 참석했다. ([단독] 공공재개발 1호 흑석2구역, 25일 대우건설 입찰자격 박탈 여부 투표 실시 참고) 이날 현장에서는 주민대표회의 감사 3명에게 의결권을 부여한 것을 두고 상호 의견 충돌도 발생했다. ([단독] 흑석2구역, 대우건설 입찰제한 찬반 투표서 '감사 의결권' 논쟁… 서울시, 공공재개발 규정 재검토)

민간 정비사업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조합 표준정관'에 따라 감사의 의결권이 제한되는데, 흑석2구역은 공공재개발 사업으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SH가 규정한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운영규정'에 따라 사업을 진행한다는 이유다.

해당 운영 규정에는 '감사는 감사직무와 관련된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위원·임원은 본인의 처분 등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감사직무의 범위에 대한 해석 차이가 생기면서 주민대표회의 내부에서는 감사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쪽과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

감사 의결권과 관련 논란이 발생하자 국토부는 공공재개발의 경우 법적으로 규정된 것이 없고 자율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SH 측도 민간 조합과 다르기에 주민대표회의가 진행한 운영규정이 표준이고 이를 따르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서울시는 문제가 지속될 경우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유진
신유진 yujinS@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신유진 기자입니다. 유익한 기사를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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