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 닫는 은행에 갈 곳 잃은 고령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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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돈만 만지는 곳 같아도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어떨 땐 동네 모임 장소가 되기도 하고 혼자 사는 노인들한테는 세상이랑 소통하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고요. 요즘 점포가 줄고 있는데 은행의 역할이 사라질까 우려됩니다"

최근 만난 금융단체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의 잇단 점포 축소 현상을 우려하며 한 말이다. 은행들이 점포 운영 효율성과 디지털 전환을 이유로 오프라인 점포수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급격한 점포 폐쇄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디지털 금융 확산의 그림자는 고령층에게 유독 짙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활성화되자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있다. 대신 앞다퉈 온라인으로 눈을 돌려 디지털 금융에 열을 올린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에 매년 수백 개의 시중은행 점포가 사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점포수(지점·출장소 포함)는 2019년 3525곳, 2020년 3303곳, 지난해 3079곳으로 줄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 점포수는 앞자리 숫자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전히 디지털 금융은 고령층에게 '그림의 떡'이라는 점이다. 수십 년 동안 은행을 방문해 서비스를 이용하던 이들에게 디지털 금융은 낯설 수밖에 없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20세 이상 성인 35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평균 65.4%는 최근 한 달 이내 모바일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89.7%, 20대는 86.9%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반면 60대 응답자 중엔 39.6%, 70대 이상은 15.4%에 그쳤다.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디지털 금융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점포, 또 여전히 높기만 한 디지털 금융 문턱에 고령층 고객은 거리가 멀더라도 다른 은행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은행들이다. 급격한 디지털화로 고령층의 불편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부랴부랴 할머니·할아버지 고객 돌보기에 나섰다. 디지털 기기, 앱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위한 금융교육을 진행하거나 편의점 제휴 점포 혹은 한 지붕 아래 공동지점을 세우는 등 줄어든 점포에 따른 불편해소에 나서는 식이다. 하나은행은 CU, 신한은행은 GS25와 손잡고 편의점 내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지방은행 중 처음으로 DGB대구은행이 세븐일레븐 내 점포를 설치했다.

정부도 디지털 금융의 그림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금융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대면교육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금융 격차를 좁히기 위해 모든 사람이 금융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단 계획이다.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숙명이자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디지털 패권전쟁에만 몰두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이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고령층을 위한 금융서비스가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이들에 대한 배려 없인 금융권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치는 '포용 금융', '모두를 위한 금융'은 속 빈 구호에 그칠 뿐이다.


 

강한빛
강한빛 onelight92@mt.co.kr

머니S 강한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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