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유연근무제' 도입 늘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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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유연근무제 도입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이후 국내 기업들이 근로자의 자율적 업무를 보장하는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무제의 새로운 바람이 불지만 상대적으로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유연근로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비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에 하루 최소 근무시간을 없앤 완전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생활가전과 정보통신(IT)·모바일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에만 적용하던 제도를 확대한 것이다. DS 부문 직원들은 그동안 하루 최소 근무시간 4시간을 반드시 채워야 했으나 이제 한 달 기준 총 근무시간만 채우면 된다.

대표 IT 기업 네이버는 직원들이 반기에 한 번씩 재택 근무와 주3일 사무실 출근 중 하나를 선택하는 '커넥티드 워크'를 도입했다. 카카오는 직원이 원하는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고 오후 2~5시 사이에 집중근무하는 올 '체크인 타임'을 운영한다.

대표적인 유연근로제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업무량이 많은 특정 시점에 근로시간을 연장하고 다른 때 근무시간을 줄여 단위기간(2주~6개월) 내 근무시간을 주 평균 40시간으로 맞추는 방식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정산기간(1~3개월) 단위로 총 노동시간을 정하고 노동자가 근무 시작·종료 시각과 1일 노동시간을 선택하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유연근로제는 중·소기업 등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사업체는 ▲5~9인 6.8% ▲10~29인 12.7% ▲30~99인 18.3% ▲100~299인 33.9% ▲300인 이상 44.8%로 집계됐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사업체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비율은 10.7%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생산직 31.3%, 관리직 73.9%로 나타났으며 일본도 48.9%였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활용도 역시 한국은 6.2%에 그쳤다.

노무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유연근로제 활용률이 낮은 이유는 신청과정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연근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측과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가 필요한데 원만한 합의가 쉽지않다.

중·소기업에는 근로자대표가 부재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자가 없다면 합의 주체가 없어 근로제 도입 절차 진행이 불가하다.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조 대표가 대표권을 행사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근로자대표부터 선정해야 한다.

대표자 선정을 마치더라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사용자와 근로자대표는 ▲대상 근로자의 범위 ▲단위기간 ▲근로일과 일별 근로시간 ▲서면합의 유효기간 등을 합의해야 한다. 회사의 취업규칙을 수정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는 경우에도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해야한다. 합의 항목은 ▲대상 근로자의 범위 ▲정산기간 ▲총 근로시간 ▲업무 시작·종료 시각 ▲표준근로시간 등이다.

유연근무제 시행을 위해선 이밖에도 변경된 근로일이 개시되기 전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통보해야 하는 등의 절차도 있다. 도입 조건과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사업체는 유연근로시간제 컨설팅을 통해 노무사와 근로제 도입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비용과 절차상의 이유로 영세 사업체가 유연근로제를 도입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미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근로 현장에서는 탄력·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대상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은 최대 6개월, 선진국에 비해 짧다. 주요국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최대 단위기간을 비교하면 프랑스 3년, 영국 독일 일본 등은 1년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은 1개월로 탄력근무제보다 더 짧다. 이마저도 연구·개발 분야에 한해 단위기간을 3개월로 허용해주고 있기 에 업계에서는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허용되는 특별연장근로 신청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1주 1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것이다. 기업 요청으로 고용부가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한 건수는 ▲2017년 15건 ▲2018년 204건 ▲2019년 908건 ▲2020년 4204건 ▲2021년 6477건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최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서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노동계에서는 연장 근무로 인한 근로자의 건강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기존의 '11시간 연속 휴식' 제도 등을 활용해 근로자의 과로를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11시간 연속 휴식 제도는 하루 근무가 끝나고 다음 날 근무 시작 전까지 연속해서 11시간을 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노동규범과 관행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 구축을 목표로 노동시장 제도·관행·의식을 혁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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