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연방정부 배출규제권도 제동…낙태 이어 탈탄소까지 '우향우'(종합)

기후변화 대응 타격 불가피…바이든 "백악관 법무팀에 대응책 모색 지시"
유엔 등 국제기구 우려 목소리…"기후변화 대응은 세계적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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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P=뉴스1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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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은 30일 연방환경보호청(EPA)에 미 전역 석탄·가스화력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규제 권한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탈(脫)탄소 정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연방대법원은 현재 대법원장 및 8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 6명, 진보 3명으로 균형추가 기울어진 상황인데, 최근 반세기간 이어져온 미 전역 낙태합법화 판례를 취소하는 등 잇달아 '우향우' 판결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바마 행정부서 시작한 '탈탄소' 목표 '제동'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연방대법원은 웨스트버지니아 등 공화당 우세주(州)들이 제기한 EPA의 배출가스 규제권 관련 심리 결과 6대 3 다수 의견으로 "EPA는 미국내 소비 전력의 약 20%를 생산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석탄발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것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현명한 해결책일 수는 있지만, 이 사건은 미국의 통치와 법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회는 EPA에 모든 발전소의 배출량을 제한할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며 "EPA는 우선 입법부에서 그런 권한을 구체적으로 위임받아야 할 것"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반대표를 던진 3명의 대법관들은 소수의견으로 "오늘 법원은 의회가 '우리 시대 가장 긴급한 환경 문제'에 대응하도록 EPA에 부여한 권한을 박탈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EPA에 포괄적 탄소 배출 규제권을 부여한 결정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15년 결정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 협정에 따라 세계 기후 목표를 달성한다는 취지였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으로 4년 만에 다시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탈탄소·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는데, 대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보수 일색 대법원, 낙태 합법화 보장한 판례 취소 이어 사사건건 '제동'


낙태권 옹호 단체가 2022년 6월24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내리자 미국 대법원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낙태권 옹호 단체가 2022년 6월24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내리자 미국 대법원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대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데에는 6대 3 보수일색으로 기울어진 이념 지형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직 보수 성향 대법관 중 3명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임명됐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24일에도 '미 전역의 임신 24주내 낙태 합법화'를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1973)' 판례를 취소하고 주(州) 재량으로 낙태를 금지할 길을 열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날 공화당은 대법원의 판결에 환호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법원은 의회의 명확한 승인 없이 EPA가 발표한 불법 규정을 철회했다"며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의회만이 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베트 헤렐 하원의원은 "미국인의 대승리"라며 "EPA는 원래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유독성 오염물질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인데, 정상적인 대기가스를 규제하는 '미친 미션'이 미국인의 생계와 번영을 위협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결정으로 대기오염에 따른 불필요한 사망자가 늘어나고 기후위기가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후대응은 '세계적 노력'인데…美, 후퇴하나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날 판결에 국제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우리의 기후변화와의 싸움에 차질"이라고 비판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기후변화와 같은 자연계의 비상사태는 세계적인 대응을 필요로 한다"며 "단일 국가의 행동이 우리의 기후 목표 도달 여부를 결정짓거나 목표를 깨뜨려선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댄 라쇼프 세계자원연구소 미국지부 소장은 "이번 판결은 EPA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무력화하려는 석탄기업과 공화당 우세주들의 노력을 지지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EPA가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핵심 임무를 달성하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6월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방대법원이 낙태합법화의 길을 연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과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6월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방대법원이 낙태합법화의 길을 연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과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우리의 역량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국민 건강 보호와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나의 합법적 권한을 가차없이 사용할 것"이라며 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변호인단에 대법원의 판결문을 살펴보고 연방법에 따라 앞으로 대응할 길을 모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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