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지자체 행정에 발목잡힌 '신탁방식 정비사업'

[머니S리포트] 빨간불 켜진 부동산신탁업계(3) - 고금리에 자금조달비용 증가, 지속성장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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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똑똑한 비서이자 안정적인 자금을 내세운 대형 부동산신탁사들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불확실한 행정에 발목이 잡혔다. 토지 소유주로부터 사업권을 위임받아 개발 가치를 높여준다는 약속으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영향력을 키웠지만 정작 협상력에 비해 사업성 면에선 발전이 없다는 불만마저 터져나온다. 토지신탁업계 1·2위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은 2016년 관련법 개정으로 도시정비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조합방식 정비사업은 각종 비리와 불투명한 운영 등으로 문제가 발생해 전문성 있는 신탁사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최근 수년간 두 회사는 영업이익률이 50% 안팎을 기록해 시행사의 3배 수준인 이익을 냈다. 하지만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고금리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신탁사들의 자금조달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속성장에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자산신탁' 본사 사옥 /사진=김노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쉽지 않은 집사일… 고전하는 부동산신탁업체들
(2) 재개발·재건축 수주 1위 '한국토지신탁' 수익성 추락
(3) 불확실한 지자체 행정에 발목잡힌 '신탁방식 정비사업'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은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조합 등 토지 소유주를 대신해 시행을 맡아 사업 전반의 의사결정을 하고 투명한 관리와 빠른 절차로 공사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재까지 신탁사가 시행을 맡아 사업을 추진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고 신탁보수 역시 수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 신탁에 대한 불신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각종 규제에 신탁방식도 힘 못쓰네


신탁사들은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사업 속도가 빠른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2017년 한국자산신탁(이하 '한자신')이 시행자로 재건축사업을 위탁받은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현재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도 안된 상태다. 한자신에 따르면 시범 관리처분계획인가는 앞으로 진행되는 인·허가 과정에서 모든 심의가 1회 만에 통과될 경우 2024년 말에 가능하고 이주·철거·분양·입주까지 각종 절차가 완료되는 시점은 2027년 이후로 예상된다.

신탁업계 한 관계자는 "1971년 준공돼 올해로 51년차를 맞는 시범아파트의 경우 사업 속도가 가장 중요한 만큼 신탁방식을 선택한 것임에도 한자신과 사업 계약을 체결 후 10년이 지나도 입주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라며 "이 같은 사업 지연은 이전 정부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78년 준공된 여의도 광장아파트 역시 한자신이 2018년 사업을 맡았지만 현재 시행자 지정 취소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광장아파트는 25m 여의나루로를 사이에 두고 1·2동과 나머지 동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이 다르게 설계돼 분리 재건축을 추진했다가 사업에서 배제된 1·2동 주민들이 시행자 지정 취소 소송을 진행해 대법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한자신 관계자는 "광장아파트 주민들의 동의로 분리 재건축이 합의된 후 회사가 사업 계약을 맺게 된 것이어서 한자신이 분리 재건축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2심에서 사업 계약을 유지하고 분리 재건축을 인정하는 판결이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자신은 앞서 2020년 2월에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3차(12·13동) 재건축 사업 시행자로 지정됐다가 해당 사업 시행자 지위를 잃었다.

서울시와 정부는 조합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표준 계약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표준 계약서를 고시하면 신탁사가 이를 기본으로 조합과 계약을 맺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탁방식 재건축은 장점이 많음에도 불공정한 계약 때문에 조합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공정한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사진=김노향 기자


높은 수익성에도 반토막난 주가


국내 1세대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사업자) 엠디엠(MDM)이 2010년 인수한 한자신은 신탁사업뿐 아니라 시행사업도 영위해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자신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2019년 51.1% ▲2020년 74.4% ▲2021년 69.6% 등을 기록했고 올해는 금융투자업계 추정 70%가 예상된다. 이 같은 수익성에도 한자신의 주가는 현재 3500원대로 5년 전인 2017년 최고를 찍었던 7965원(7월 28일)에 비해 반토막 이상 급감했다.

디벨로퍼로서 처음으로 대기업 총수 반열에 오른 문주현 MDM 회장은 지난 6월 14일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의 '2022 KODA 비전콘퍼런스'에 참석해 최근 미국발 금리인상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해 "겨울이 오고 있다"고 진단하며 "지난 10년간 봄·여름과 같은 시기는 끝났다. 지금은 공격적으로 사업을 하면 안되고 유동성을 확보해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한자신 최대주주인 시행사 MDM은 지난해 연결 기준 52억원의 매출과 영업손실 152억원을 기록했다. MDM의 지난해 부채는 3559억원이다. 이 같은 상황에 한자신이 MDM의 현금배당 창구로 이용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자신의 연간 현금배당성향은 ▲2019년 25.1% ▲2020년 20.7% ▲2021년 25.1% 등이다. 올해도 22.6%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3년간 배당액은 761억원에 달해 지분 28.4%를 보유한 MDM이 216억원을 배당받았다.

신찬혁 한국자산신탁 경영지원부문 총괄부사장은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이 도입 초기에 있는 만큼 앞으로 많은 제도 개선과 발전이 이뤄져야 하고 그동안 조합의 권익을 침해한 각종 문제로부터 사업주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약정된 신탁보수에 따라 매출이 나는 구조여서 수익성을 임의대로 높일 수 없고 배당의 경우 대주주보다 일반투자자의 지분율이 더 높기 때문에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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