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향의 부동산톡] 둔촌주공 남 일 아니네… 도시 흉물 된 '주택가 철거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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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주택가에 철거현장. 올 4월 다세대주택을 철거한 후에 신축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김노향 기자
#. 지난 4월 철거공사를 끝낸 서울 용산의 한 다세대주택(빌라). 건물 4개를 허문 자리에 각종 폐기물이 방치된 채로 공사장 인부들은 물론 포클레인 등 공사 장비가 3개월째 자취를 감춰버렸다. 건축비 상승으로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한 건축주가 공사를 포기한 것이다. 지난 수년간 땅값이 폭등하자 분양수익을 기대하고 노후주택을 철거해 신축을 시도했다가 이처럼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폐기물 산이 돼버린 도시의 흉물이 늘고 있다.

공사비 증액 문제로 시행사(조합)와 시공사 간 갈등을 지속하다 지난 4월 15일 이후 현재까지 공사가 중단된 서울 최대 재건축사업 '둔촌주공'과 유사한 사태가 주택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사비가 3조원을 넘고 신축가구 수만 1만2000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의 경우 조합원 입주 지연 등 피해가 큰 반면, 소규모 개발은 피해가 제한적이지만 도시 미관 훼손과 폐기물 방치 등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각종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정부가 고시하는 기본형 건축비가 종전 대비 1.53% 인상됐지만 이처럼 시행사가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주택 분양시장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확정 공사비를 받는 시공사 입장에선 공사비 상승이 수익성 증가 요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자잿값 대비 공사비 인상 폭이 작고 협상 자체도 난항을 겪고 있어 분양경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자잿값 '10%' vs 공사비 '1%'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라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는 올 3월 대비 1.53% 오른 ㎡당 185만7000원으로 조정됐다. 지상층 기본형 건축비는 16~25층 60㎡(이하 전용면적)~85㎡ 기준 182만9000원에서 2만8000원 올랐다. 84㎡ 기준 건축비가 235만2000원, 1000가구 기준 23억5200만원 증가하는 셈이다.

하지만 건축 주요 자재인 레미콘과 철근 가격은 올 들어 각각 10.1%, 10.8% 상승해 기본형 건축비 상승률의 6~7배 올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6.0% 상승, 분양가 대비 물가 상승률이 1.5배에서 4배에 달했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아파트 분양가가 1.5~4.0%가량 인상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재건축단지인 A아파트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분양가는 3.3㎡당 현재 2360만원에서 2395만원으로 1.5%(35만원) 오를 전망이다.

다만 이번 제도 개선으로 레미콘·철근·창호·유리·강화 합판 마루·알루미늄 거푸집 등 5개 자재 가격 중 하나가 15% 이상 변동되거나 레미콘과 철근 가격 변동률 합계가 15%를 넘는 경우 주기에 제한없이 비정기 조정이 가능하도록 해 앞으로 공사비 증액 요청이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비가 오르면 시공사의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자잿값 인상분 대비 건축비 인상폭이 미미하고 최근엔 공사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자재 품질을 낮추려는 조합도 늘고 있어 공사를 꺼릴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미지투데이



자금조달 난관


시행사 입장에서도 미분양을 우려해 분양이 움츠러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 계열인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민간아파트 분양 물량은 총 12만3981가구로 계획(23만908가구) 대비 53.6%만 공급됐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에도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이자가 급등하면서 청약 문턱이 높아진 탓이다.

정부는 기본형 건축비 인상뿐 아니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개편해 세입자 주거 이전비, 영업 손실 보상비, 명도 소송비 등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원 이주비 대출이자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고 조합 총회 개최비 등 경비를 총사업비의 0.3% 반영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분양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분양가 산정 문제로 갈등을 빚은 사업장들은 속도가 붙을 수 있겠지만 미분양 리스크를 떠안고 신규 사업에 뛰어들기 힘든 데다 시행사의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 분양시장 1순위 청약경쟁률은 평균 11.1대 1로 전년동기(18.2대 1) 대비 뚝 떨어졌다. 서울도 1순위 청약경쟁률이 124.7대 1에서 29.6대 1로 4분의 1토막 났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미분양 위험이 큰 지방 도시 같은 경우 더욱 분양이 움츠러들 것"이라면서 "분양가가 4% 뛴 것은 제도 개선 이전과 비교해 나아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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