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역사적 고점 때 '서울 아파트값' 얼마나 하락했나

[머니S리포트-고삐 풀린 환율, 경제 악순환 비상등③] 상업용부동산 해외자본 유출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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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장중 1320원을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치솟고 기준금리는 2%대로 올라선 가운데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금융불안을 키우면서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 최고점은 각각 1997년 12월의 1695.00원, 2009년 2월의 1534.00원이었다. 2009년 1분기 전국 아파트 3.3㎡당 실거래가는 ▲1월 710만4900원 ▲2월 661만3200원 ▲3월 637만5600원 등으로 두 달만에 10% 이상 빠졌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슈퍼달러 펀치' 원/달러 환율 1400원 간다
② "IMF 외환위기 악몽 재현?"… 한·미 통화스와프 부활하나
③ 환율 역사적 고점 때 '서울 아파트값' 얼마나 하락했나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선 가운데 역사적 고점이던 시기에 부동산경기 바로미터인 서울 아파트값도 빠른 속도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9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 최고점은 각각 1997년 12월의 1695.00원, 2009년 2월의 1534.00원으로 2010년대 이후엔 이 수치를 넘은 기록이 없다.

이때 집값도 급격히 하락했다. 통계청의 '아파트 매매 실거래 중위가격'을 보면 2009년 1분기 전국 아파트 3.3㎡당 실거래가는 ▲1월 710만4900원 ▲2월 661만3200원 ▲3월 637만5600원 등으로 두 달만에 10% 이상 빠졌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3.3㎡당 실거래가도 ▲1월 1972만7400원 ▲2월 1816만9800원 ▲3월 1802만4600원 등으로 8.6% 넘게 내렸다.

서울시내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값이 5억215만원에서 두 달 새 4억5880만원으로 4000만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당시에 실제 거래 사례를 봐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84㎡ 실거래가는 2008년 2월 11억5000만~12억4500만원에서 1년 후인 2009년 2월 9억7000만~10억9000만원으로 1억~2억원 안팎 떨어졌다.

환율이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한 1997년 12월에는 부동산 실거래가 제도가 도입되기 전으로 통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한국부동산원의 주택매매가격지수를 보면 같은 해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전국 49.2에서 48.9로, 서울 39.9에서 39.7로 각각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부동산원이 표본 주택을 대상으로 매매가격, 매도·매수 문의 수, 가격변동요인 등의 면접조사를 실시해 산정한다.

통상 환율 상승은 원자재가격과 수입물가 상승,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연쇄적으로 부동산경기를 침체시키게 된다. 고환율이 고물가의 원인이 되고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이 경기를 위축시키는 것이다. 주식·채권시장에선 통화 가치가 높은 미국으로 외국인투자자의 자본이 유출되고 부동산의 경우 대출이자 비용이 늘어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고환율이 부동산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지만 최근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증가해 고환율 현상이 지속될 경우 부동산 거래시장조차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끌·빚투 '뇌관'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현상 가운데 부동산경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은 고금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2년 반 동안 각국의 저금리 정책 시행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 내서 투자)가 한도를 넘어섰다.

한국은행 역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부동산가격의 하락뿐 아니라 변동금리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잔액은 275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43.5%를 차지했다. 금리가 1.0%포인트 오르면 변동금리 주담대의 이자비용은 연간 2조7560억원이 늘어난다.

한국의 부동산 자산 편중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부동산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71.8%(통계청)다. 미국(28.1%) 대비 2.5배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저금리 대출로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처분하는 단기 보유자의 매도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과 이자 비용 증가로 이 같은 매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부동산 투자 문제없나


최근 수년간 급증한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도 고환율에 취약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금까지 한국 부동산 거래시장은 주식·채권 대비 글로벌 투자시장과의 동조화가 약한 편으로 분류됐다. 실거주가 목적인 1주택자 비율은 전체 주택 소유자의 72.8%에 달해 부동산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일본·중국·미국 국적 외국인이 제주를 비롯해 부산 해운대, 서울 강남·용산 등에 투자하며 국내 부동산에도 많은 외국 자본이 유입됐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2021년 기준 중국인은 주택 5800채, 이중 아파트 3400채를 보유했다. 미국인은 주택 1000채, 아파트 700채를 갖고 있다. 외국인이 거래한 주택 건수는 전체 거래의 1% 미만이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9년 6000건대에서 2020년 8000건대로 늘어났다.

한국 부동산시장이 글로벌 투자시장의 영향을 더욱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주식·채권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역시 해외투자 시 환차익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상가나 오피스와 같은 상업용부동산 거래시장도 위축돼 임차수요 감소와 공실 증가,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 같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환율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기보다 금리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뤄지지만 환율 자체가 경제 펀더멘털을 나타내는 지표임을 고려할 때 고환율은 실물가치 하락을 의미하고 경제 자체가 불안하다는 신호기 때문에 일종의 투자 상품인 부동산도 리스크가 커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는 중국 교포 등 개인투자일 경우 주거형이 대부분이고 싱가포르투자청 등 해외 법인이나 국부펀드의 상업용부동산 투자는 고환율일 때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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