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행' 나오나… '낡은 규제' 금산분리 빗장 푼다

[머니S리포트- '금융 자물쇠' 금산분리 깨진다①] 알뜰폰 팔고 부동산 중개 수수료, 코인 관리하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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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부가 금융산업의 장벽으로 불리는 금산분리법을 완화한다.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고 은행과 보험사들은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가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15% 이내 지분투자 할 수 있는 비금융 자회사에 투자 제한을 완화하고 업종 제한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를 열어줄 방침이다. 과거 기존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나서 금산분리 완화의 부작용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삼성은행' 나오나… '낡은 규제' 금산분리 빗장 푼다
② 금산분리 완화, 복잡한 지배구조 '미래에셋'에 독될까
③ 한화·교보 오너家들, 지분정리 셈법은
④ 거대자본 빅테크, 금융시장 주도하나


정부가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진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 규제하는 '금산분리법'을 손보기로 했다. 1995년 도입한 금산분리법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각각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지한다. 하나의 법률이 아닌 공정거래법,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세분화된 규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8조의 2(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 등) 제2항 5호에 따르면 일반기업으로 이뤄진 지주회사는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은행법 제16조의2(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제한 등)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은행 주식의 4%를 초과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 은행을 지배할 경우 고객의 자산을 빼돌려 자회사를 지원하거나 계열사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가령 산업자본이 증권사, 보험사의 지분을 보유하려면 ▲대주주 및 계열사와의 거래내역 공시 ▲대주주 및 계열사에 대한 금융감독 및 검사 강화 ▲대주주 및 주요 출자자 자격요건(대주주 적격성) ▲보유 자기 계열사 주식 의결권행사 일부 제한 등 조건을 성립해야 한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 기업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소유하는 행위도 제한한다. 금융지주회사법 제6조의3과 37조1에 따르면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고 은행과 보험사는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할 수 없다.



금산분리 완화 시동… 금융사 '투잡' 가능


지난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금융규제 완화정책을 펼치며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9%까지 올렸고 박근혜 정부는 다시 금융규제를 강화하며 금산분리를 복귀(4%)했다. 규제 혁신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는 금산분리를 재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업종 간 경계가 흐릿해지는 상황에서 금산분리와 같은 낡은 규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19일 금융규제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금산분리, 비금융 정보 활용 등 전방위적 규제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먼저 금융위는 비금융업 진출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은행의 건의를 받아들여 업무 범위 확대와 업종 제한없이 자기자본 1% 이내에서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으로 금융업 진출이 자유로운 반면 은행은 금융지주법과 은행법에 따라 비금융회사의 지분 투자, 사업 확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자기자본이 20조원인 시중은행은 2000억원까지 15개 업종에 해당되지 않는 비금융 자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 부동산, 통신 등 생활서비스 업체 등을 인수하는 방법이다.

지난 2019년 4월 KB국민은행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리브엠'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신한은행은 KT와 손잡고 신한은행 앱 '신한 쏠(SOL)'에서 알뜰폰 가입 서비스를 시작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알뜰폰 사업자(MVNO)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 역시 알뜰폰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통신시장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부동산시장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은행권에선 국민은행이 'KB부동산'을 통해 부동산 시세를 제공하는 가운데 규제가 풀리면 은행들이 전국의 영업점과 온라인 앱을 활용해 부동산 감정평가와 투자·개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직접적인 거래를 중개해 수수료도 기대할 수 있다.

암호화폐 투자 광풍을 일으킨 비트코인 수탁업무를 향한 관심도 뜨겁다. 시중은행은 미국, 스위스, 스페인 등 해외에선 대형은행이 암호화폐 발행·수탁·송금 사업을 하고 있어 국내 암호화폐 사업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는 금융위에 상조서비스를, 카드사들은 신용평가(CB)업 인가를 기대하는 눈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규제 혁신의 목표는 방탄소년단(BTS)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의 새로운 장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사업은 국내 금융회사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빅테크' 네이버·쿠팡은행 탄생하나


김 위원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시절 산업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을 하나로 묶어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로 육성하기 위한 금산분리 완화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때문에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는 산업자본의 금융진출 확대 보다 금융자본의 비금융 진출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금산분리 규제 완화로 대기업이 은행에 진출할 가능성은 적다는 얘기다.

과거처럼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등 산업자본의 금융진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으나 국회의 높은 문턱이 걸림돌이다.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체제'를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고 '삼성특혜법'이란 논란이 커지면서 19~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카카오와 토스 등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금산분리 완화 시 금융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네이버의 은행업 진출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는 지난 2019년 말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고 2020년 10월 금융위원회에 전자금융업을 등록했다. 이에 네이버가 영위하는 '금융서비스'는 전자금융거래법이 적용되며 네이버파이낸셜은 시중은행과 협업하며 제한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법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업 등 라이선스 취득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네이버가 대주주 적격성 등을 평가하는 라이선스 취득에 소극적이란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며 "혁신적인 금융에 라이선스 취득이 필요하다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초 금융감독원에 여신전문금융업 등록을 신청한 쿠팡도 금산분리 완화 시 금융업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지난 6월 쿠팡페이의 자회사인 'CFC준비법인' 사명을 '쿠팡파이낸셜'로 바꾸고 할부금융업에 뛰어들었다. 쿠팡 파이낸셜은 쿠팡 플랫폼 내에 입점한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회사의 기능 확대 관점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면서도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빅테크의 은행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 등을 고려해 장기과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산분리 완화 시 온라인 플랫폼이 대출 외에도 예금·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가 가능해져 빅테크표 '금융백화점'이 생길 것"이라며 "섣부른 규제 완화보다 제도적 장치를 완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남의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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