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유동성 파티' 끝났다… 회사채·PF 자금경색 신호

[머니S리포트] 건설 자금조달 비상 (1) - 금리 2배 올랐는데… 인기 제로(0) '건설 회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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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부가 부동산 정상화 방안을 통해 건설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후 검찰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특별관리를 지시하며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경기가 급격히 침체된 2010년대 초반 채무 연장이 줄줄이 거절되며 구조조정을 경험한 건설업계는 올 하반기 퇴출 리스트가 본격 등장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PF 금리 상승과 대출 축소는 시행사의 자금경색을 불러오고 미분양 발생 시 사업은 물론 기업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오던 중견건설업체들도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예고됐다. 신용등급 조정은 과거 실적이 반영된 현재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신용평가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건설업체들이 리스크 높은 해외 수주를 중단하고 국내 주택사업에 치중하며 실적이 개선돼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됐지만 올 하반기 신용 하락 위험이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원자재가격 상승 리스크가 지속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금리 인상, 부동산 매수심리 저하 등 부정적 요소가 증가해 본격적인 건설 한파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커진다.
올들어 7월 25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53조4292억원으로 전년동기(72조8323억원) 대비 26.6% 감소한 것으로 2018년(47조8642억원) 이후 4년 만의 가장 적은 규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건설 '유동성 파티' 끝났다… 회사채·PF 자금경색 신호
(2) 시공사 신용 하락→시행사 보증 취소 '연쇄 도산' 경고


#. 경남 통영시 광도면 일대에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통영에코파워는 최근 12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수요 예측을 실시한 결과 단 한 곳의 기관투자자도 참여하지 않았다. 신용등급 'BBB+'에 맞먹는 최고 6.1%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싸늘한 '투심'에 전량 미매각됐다. 통영에코파워는 시공능력평가 9위(2021년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지주회사인 HDC가 최대주주로서 지급보증을 제공한 신용등급 'A+' 회사다. 앞서 이 회사는 최고 연 5.2% 금리로 78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수요 예측에서 1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와 금리를 올린 것이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7월 25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53조4292억원으로 전년동기(72조8323억원) 대비 26.6% 감소한 것으로 2018년(47조8642억원) 이후 4년 만의 가장 적은 규모다.

회사채 발행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건 시장금리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기업이 회사채 발행으로 지급해야 하는 이자율이 상승해 사업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그럼에도 사업을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이자를 높여서라도 회사채 발행이 불가피하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해 자금조달이 쉽지 않게 된 문제가 더욱 크다.

이런 상황에 신용평가업계는 지속되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금리 상승 등 건설경기에 악조건이 늘어나 올 하반기 재무상태가 나빠진 건설업체의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건설 부채비율 '빨간불'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우량 건설업체의 3년 만기 공모 회사채(AA-) 금리는 지난해 7월 1.8%대에서 최근 4.3%대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3년 만기 공모 회사채 BBB+ 금리는 5.4%에서 7.7%로 올랐다. 회사채와 국고채 간 신용도 차이를 보여주는 스프레드(금리 차이) 역시 확대됐다.

지난 7월 8일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신용 스프레드는 0.871%포인트로, 지난해 4월 16일(0.875%)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은 회사채의 위험성이 높아져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고 기업의 자금조달도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 건설업체들이 채무를 연장하지 않고 현금 상환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었다. 7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 건설업체 가운데 금액이 3000억원으로 가장 큰 GS건설은 현금 상환을 단행했다. 같은 달 2000억원 회사채가 만기된 HDC현대산업개발도 현금 상환을 결정했다. 태영건설(1400억원) 포스코건설(1200억원) 등도 회사채 현금 상환을 했다.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를 위해 자금조달에 나서지 않고 부채를 상환하는 것은 신용등급 관리에 나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 무리한 투자와 이자비용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 하반기엔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한신공영, 한양 등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정성훈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기업평가4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해외공사가 줄어 원가 리스크가 축소됐고 분양실적이 우수한 건설업체의 신용등급이 상향 기조를 이뤘으나 하반기엔 건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수익성이 저하돼 재무 변동성이 확대되는 중견 이하 건설업체의 신용등급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능력 10위권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올 하반기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낮다"면서 "다만 중견 이하 중에 영업현금흐름이 나쁘거나 원가율이 급격히 변동된 경우 재무 안정성이 나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신용평가가 이뤄진 시공능력 10위권 이하 건설업체 가운데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곳은 쌍용건설(634.7%)·부영주택(406.6%)·한화건설(404.1%)·태영건설(387.8%)·코오롱글로벌(317.0%)·동성중공업(308.9%)·한라(301.4%)·두산건설(233.0%) 등이다.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올 1분기 코스피 상장사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18.6%로 나타났다. 신용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중견 건설업체 중에도 HJ중공업(452.1%)·한신공영(221.6%)·계룡건설산업(219.2%) 등이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기존 차입금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가 크고 분양 리스크에 취약한 사업지를 보유한 경우 향후 신용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일부 건설업체는 자체사업 자금, PF 우발채무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금융비용 두 배 급증


만약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하향조정되는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금리는 2.0%포인트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신용평가업계는 추정했다. 2000억원을 차입한다고 가정할 때 금융비용이 40억원 이상 늘어난다.

올 상반기 A등급 건설업체 가운데 중대재해 이슈가 있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신용등급이 A+(안정적)에서 A0(부정적) 등급으로 내려갔다. 시공능력 20위 한신공영은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변경됐는데 자체사업의 분양 성과가 부진했던 것이 이유로 분석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신공영은 이익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자체사업의 분양 지연으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3.4%를 기록했다. 자체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업체의 영업이익률이 10~20%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최근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며 지방 분양경기가 저하돼 한신공영이 2021년 12월 분양한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2192가구)의 분양실적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한신공영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20년 5797억원, 2021년 9358억원, 올 1분기 9495억원으로 증가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한신공영의 재무부담 완화에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A0) SK에코플랜트(A-) 한화건설(A-) DL건설(A-) KCC건설(A-) 등도 사업 포트폴리오나 분양공사 비중, 지방 사업지 보유 상황에 따라 경영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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