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고 훔치고'… 중국 산업굴기 뒤엔 한국 피빨기

[머니S리포트 - 한·중 수교 30년의 그림자] ②한국 기술·인력 유출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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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오는 8월24일로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을 맞이한다. 한·중 수교는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양국의 공동이익과 안정적인 관계발전을 목표로 체결됐지만 지난 30년간 중국은 일방적으로 불공정 행위를 일삼기도 했다. 한국기업의 기술을 베끼거나 인력을 유출하는 사례가 빈번했고 미·중 패권 다툼에 낀 한국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 한·중 수교 30주년의 이면을 살피고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설정해야 할지 알아봤다.
/사진=로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툭하면 몽니… 이유 있는 '탈중국'
②'베끼고 훔치고'… 중국 산업굴기 뒤엔 한국 피빨기
③버리자니 아까운 계륵… 중국과의 관계 어떻게?


중국이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기술 자급자족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국 기업에 경고음이 울린다. 중국의 산업굴기 이면엔 한국 기업에 대한 기술·인력 유출 등이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첨단 산업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점차 거세지는 가운데 불공정행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1위 배경엔 한국 기업 '먹튀'


중국이 한국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키운 대표적인 분야는 디스플레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에서 한국은 45.8%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국은 17.6%로 대만(21.3%)에 이은 3위였다.

하지만 중국은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해 2020년 36.7%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한국(36.8%)과의 격차를 0.1%포인트로 줄였다. 지난해엔 중국이 41.5%로 1위에 올라섰고 한국은 33.2%로 왕좌를 내주며 2위로 물러났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중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가별 LCD 패널 점유율에서 중국은 51.8%로 과반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14.9%에 그친다.

중국이 LCD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배경엔 한국 기업 기술 '먹튀'(먹고 튀다의 줄임말)가 있다. 세계 LCD 매출 1위인 중국기업 BOE는 2003년 한국 LCD 업체인 하이디스를 인수했다. 이후 특허기술인 광시야각기술(FFS) 등을 빼낸 뒤 2006년 하이디스를 법정관리 신청하고 직접 LCD를 생산했다.

하이디스는 2008년 대만 이잉크에 매각됐지만 이잉크 역시 하이디스의 특허를 이용해 수백억 원의 로열티만 챙긴 뒤 공장 폐쇄와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디스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은 현재도 자국 기업에 대한 기술개발비, 세금 감면 등 대대적 지원 등을 통해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은 더 이상 LCD 분야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사업을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패널 외에 TV 완제품에서도 한국 기업의 기술을 침해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4월 중국 가전업체 TCL을 상대로 TV 관련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TCL은 LG전자의 표준특허 6가지를 침해한 뒤 LG전자의 라이선스 갱신 요구에 3년 넘게 협상에 불성실한 자세로 임해왔다. LG전자 측은 "2018년 말부터 TCL과 특허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제대로 응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터리·반도체도 중국 주의보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첨단산업분야도 중국의 기술·인력 유출 시도가 잦은 분야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산업고도화 추진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면서 해외 우수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배터리 1위 기업 CATL은 배터리 경쟁이 심화된 2019년 국내 배터리 연구·개발(이하 R&D) 인력에게 기존 대비 3~4배 이상의 연봉 등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한국 인재 영입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도 한국지사를 통해 엔지니어 채용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분야는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가 개발한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빼내 중국 업체 등에 팔아 수백억 원을 받아 챙긴 세메스 전 연구원과 협력업체 대표가 최근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세메스가 보유한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이용해 유사한 장비 14대를 만든 뒤 제작 기술과 장비를 중국에 유출했고 대가로 710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회사를 차린 뒤 퇴사 시 관련 정보를 반납하지 않거나 협력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기술 정보가 담긴 부품 자체를 받는 수법으로 설계도면, 부품 리스트, 약액 배관 정보, 작업표준서, 소프트웨어 등 거의 모든 기술을 빼냈다. 이번 기술 유출이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세메스의 주요 거래처 수주가 10% 감소할 경우 연간 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분야의 기술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기술을 유출해 중국 경쟁사로 넘긴 일당이 잇따라 적발돼 구속된 바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적발한 산업기술 유출 시도는 99건이다. ▲디스플레이 19건 ▲반도체 17건 ▲전기·전자 17건 등 한국의 기술 경쟁력이 높은 분야의 유출이 빈번했고 이 중 34건은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핵심 기술'이었다. 국정원은 국내 기술 유출의 3분의 2가 중국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봤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기술 유출에 대한 감시체계가 느슨한 데다 적발이 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점이 큰 문제"라며 "기술 유출은 심각한 중대범죄라는 인식하에 강력한 감시·감독체계를 마련하고 처벌 강화 등 입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은 더 집요해 질 것"이라며 "기업들도 보안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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