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책방은 덕질이죠"… 동네서점이 먹고 사는 법

대형서점 줄어도 동네·독립서점은 증가… 그곳에 가면 특별함이 있다
본업 두고 책방 운영·공간 만들어 수익 창출… 스페인 전문 등 개성 넘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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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이 어려움을 겪으며 긴축 운영에 들어간 반면 동네 서점 등 소규모 서점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서점이 살아남는 법은 무엇일까. 사진은 지난 5일 은평구 소재 인문사회학 서적을 판매하는 독립서점의 내부 모습. /사진=이준태 기자
온라인 다각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도서·출판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교보문고·영풍문고·반디앤루니스 등으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대형서점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19년 150개였던 대형서점은 지난해 143개로 줄었다. 더욱이 우리나라 성인 1인당 독서량이 연간 7권에 그칠 정도로 독서인구도 줄고 있다(지난해 통계청 조사).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전국 서점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늘어났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한국서련)가 2년마다 내놓는 '2022 독서편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독립·대형서점을 모두 합한 서점 수는 2528개로 2320개였던 2년 전에 비해 9% 늘어났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한국서련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상점이 속속 개점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가 보편화돼 공공기관이 도서를 구매할 경우 지역서점을 우선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소규모 서점 중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곳이 많다. 소형 서점은 자신만의 색깔로, 동네 서점은 독서모임 등 커뮤니티 역할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 이에 머니S가 지난 5~6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와 마포구 연남동, 중구 충무로 일대의 동네서점과 독립서점을 찾아 그들만의 책방 운영 비법을 들어봤다.


"지속 가능한 적자"… 책방 운영은 '덕질'?


소형 서점은 책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 따라서 본업보다는 부업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 소재 니은서점의 독립출판물. /사진=이준태 기자
기자는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소재 니은서점을 찾았다. 이 서점은 인문사회학 서재를 표방해 책방 자체에 집중한 느낌이 들었다. 사회학자인 책방 주인의 설명을 적은 큐레이션 쪽지를 책마다 붙여놓은 점이 인상 깊었다.

매장이 골목에 있어서인지, 평일 오후여서인지 서점은 한산했다. 직원이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다. 원래 이렇게 손님이 없냐고 묻자 니은서점 직원 A씨(남·30대)는 "지역·독립서점은 책 판매만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유동 인구가 적을수록 더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수익 창출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A씨는 "책을 팔아 흑자를 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우선 책을 읽는 인구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서점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책방은 하나의 '덕질'(자신이 좋아서 하는 행동)의 영역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니은서점은 예전엔 독서모임과 작가 사인회 등을 개최해 고객을 끌어모았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엔 이마저도 열지 못해 수익 발생 구간이 없어졌다. A씨는 다른 서점도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적자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본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 지속 가능한 적자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은서점 주인으로 알려진 이는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다. A씨는 이처럼 다른 책방의 주인도 본업은 따로 있고 서점을 부업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형 서점, 지역사회의 '살롱'… 공간 서비스로 수익 창출 노린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소재 독립서점 '독서관'은 서점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키울 계획이다. 사진은 독서관 앞에 배치된 안내 팻말. /사진=이준태 기자
알라딘·예스24로 대변되는 온라인 전문 서점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서도 책을 파는 시대다.

이에 오프라인 서점의 형태는 변모할 수밖에 없다. 흔히 떠올리는 부산 광복동 책방 거리도 규모를 점차 줄이고 있다. 인지도가 낮은 동네·독립서점 역시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독서관은 다소 이색적이다. 이곳은 책을 판매하기보다 공짜로 빌려준다. 그래서인지 자선단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운영자는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곳은 서점마다 있는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 코너도 없다. 독서관이 선정한 책들과 소규모 독립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을 진열해놓는다. 기자가 머문 짧은 시간에도 시민들이 찾아와 진열된 책을 빌려 가곤 했다.

독서관 운영자 전세환씨(남·29)는 "독서관을 오픈한 지 4개월 정도 됐다"며 "작은 모임을 개최해 회원 수를 모은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일반 도서관처럼 운영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작은 서점들은 장소를 대관해주는 공간 서비스 형태로 운영된다. 전씨는 독서관이라는 테스트 매장을 기초로 회원 수를 늘려 일종의 문화복합공간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 수가 1000명가량 확보되면 본격적으로 도서열람실과 회의실, 카페 등 공간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만의 특색있는 공간… 개성을 뽐내요


독립서점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명소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서울 중구 충무로 소재 '스페인책방'의 내부 모습. /사진=이준태 기자
서점의 책은 하나의 상품이다. 상품을 홍보하고 포장을 예쁘게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서점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될 수도 있다. 다수의 독립서점은 자신만의 개성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서울 충무로 골목 한 켠에서 스페인 관련 서적을 판매하는 '스페인책방'도 그중 하나다. 스페인책방에 들어서면 조명부터 벽을 가득 채운 책과 포스터까지 스페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일부 책을 제외하면 진열된 책은 스페인 여행자를 위한 여행가이드북과 스페인 원어 서적, 스페인어 시험 원서 등으로 구성됐다.

이 책방을 운영하는 B씨(여·30대)는 "책방을 열기 전 직장을 다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한 후 스페인 관련 도서를 구비한 서점을 개점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스페인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4년 전 여행을 계기로 개성 만점의 독립서점을 열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스페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스페인 관련 책을 구비했다는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스페인 문화와 문학에 관심 있는 이들과 여행 준비족들이 책방을 찾고 있다. 이처럼 여행과 문학 등 각각의 관심사가 모이며 이 책방은 명소가 됐다.

많은 이와 스페인 문화를 공유하고픈 노력이 통했을까. B씨는 "스페인 대사관 측에서 책 구매를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며 "스페인 국적의 사람들도 찾는다"고 전했다. 아직 대사관 측과 협업하는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스페인 현지에서 직접 매장을 열거나 스페인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개성 넘치는 독립서점… 책마다 큐레이션·독특한 포장


작은 서점들은 저마다의 특색 있는 포장·큐레이션 등으로 독자에게 한층 더 다가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소재 부쿠서점이 포장한 책. /사진=이준태 기자
독립서점은 책방 고유의 매력을 담아내려 노력한다. 책들을 특별하게 포장해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 6일 찾은 서울 종로구 소재 부쿠서점은 책의 내용을 알려주지 않는 ;비밀 책'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포장지로 감싼 책 속 문장의 일부만 보여줘 구매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특히 책마다 정성스레 적힌 손글씨는 구매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책을 이른바 감성 있는 빈티지한 스타일의 포장지로 감싸 책을 구매하는 이들에게 책방의 독특한 분위기를 집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꾸몄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퍼져나가 젊은 세대에게 가고 싶은 장소로 꼽히고 있다. SNS에서는 "시크릿 책이 신기해서 사봤다" "책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비밀 책은 어떤 작품일지 궁금해서 샀다" 등 호평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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