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해 봉사했으니 당연? 반복되는 군가산점 부활 시도"…이래서 '위헌'

[세상을 바꾼 법정]⑦1999년 군가산점제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 '위헌'
여성·장애인 차별 판결에도…선거 때면 '부활' 외치는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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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판결은 시대정신이다.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때론 나아 가야할 방향을 담고 있어서다.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압축적으로 성장하면서 여러 차례 격변기를 거쳤다. 이 때문에 1년 전에는 옳다고 믿었던 시대정신이 오늘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과거와 정반대의 판결이 많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건의 판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짚어봤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1.3.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1.3.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제대군인에 대해 여러 가지 사회정책적 지원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다른 집단에게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할 균등한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되는데…"

"가산점제도는 공직수행능력과는 아무런 합리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는 성별 등을 기준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의 사회진출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제대군인지원에관한법률 제8조 제1항 등' 위헌확인 판결문의 일부분이다. 당시 헌재는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면서도, '바로 밑 문단'에 군가산점제도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더 강조했다.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이다.

이전까지 제대군인은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법상 6급 이하와 기능직 공무원 채용시험서 만점의 3~5% 가산점을 부여받았다. 1961년 제정된 군사원호대상자임용법 및 군사원호대상자 고용법이 근거였다.

40년 가까이 이어온 이런 제도를 뒤집은 헌재의 판결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제도를 폐지했다는 큰 의의가 있다. 다만 젠더갈등이 불붙을 때마다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헌재, 군가산점제 "지원 필요하지만…정도 현저히 지나쳐"

지난 1993년 치러진 충청남도 지방공무원 7급 행정직 시험. 이 시험에 응시한 정강용씨는 다른 남성 응시생들과 달리 장애 때문에 합격선에 들고도 군가산점(5점) 차이로 인해 낙방했다. 1991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정씨는 이후 홀로 소장을 작성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비슷한 헌법소원은 1998년 10월에도 있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은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던 여성 대학생과 장애인 등 6명을 청구인으로 헌법소원을 냈다. 당시 IMF로 사회가 힘든 시기 공무원 시험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군가산점제도가 여성과 장애인 등에 차별이라는 지적이 커진 때다.

당시 국가보훈처장은 "군 복무 중에는 학업 또는 생업을 포기해야 하고 취업할 기회와 취업을 준비하는 기회도 상실하게 되는 개인적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런 손실을 최소한도나마 보전해 줌으로써 전역후 빠른 기간내에 일반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일반 사회생활을 한 사람들과의 형평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만 1999년 12월23일 헌재는 "병역법에 따라 군복무를 하는 것은 국민이 마땅히 해야 할 이른바 신성한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 그러한 의무를 이행했다고 해 이를 특별한 희생으로 봐 일일이 보상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제대군인의 사회복귀를 지원한다는 것은 입법정책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매우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공무원 채용시험의 필기시험 과목별 만점의 5% 또는 3% 가산토록하는 것은 제대군인의 취업기회를 특혜적으로 보장하고, 그만큼 제대군인이 아닌 사람의 취업 기회를 박탈·잠식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헌재는 군가산점제도가 '차별' 제도임을 강조했다. 헌재는 "가산점제도에 의한 공직취임권의 제한은 그 방법이 부당하고 그 정도가 현저히 지나쳐 비례성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헌재 위헌 판결에도 끊임없는 군가산제 부활 주장

헌재 판결 이전까지 당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절반을 넘지 못할 때다. 이 비율은 헌재 판결 20년 뒤인 현재에서야 60%까지 올라왔다. 자연스레 공무원 최종합격자의 여성 비율도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헌재 위헌 판결에도 군가산점제도 부활 시도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선거철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에서 특히 활발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5년 주성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3%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007년 고조흥 한나라당 의원이 2% 가산점을 주는 병역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2008년에는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이 2% 가산점 또는 호봉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3% 가산점을 주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군가산점제도 부활을 공약으로 하는 대선후보들도 여럿 있었다.

그때마다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단체들의 반감과 가산점이 필요하다는 남성들의 갈등은 지속됐다. 제대군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는 입장과 여성·장애인에 대한 근본적 차별이라는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제대군인 지원은 입법정책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판단한 헌재의 판결과 달리 군가산점제도를 넘은 다른 방식으로의 지원책에 관한 유의미한 입법 과정은 없었다.

◇21대 국회도 여야 모두 입법 발의…갈등은 '현재 진행형'

국회를 통한 군가산점제도 입법안은 의원 임기 종료와 함께 대부분 폐기됐지만,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또다시 발의되고 있다.

지난 6월20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중기복무 제대군인 및 장기복무 제대군인에 대해 6급 이하 공무원 필기시험시 2% 가산점과, 병역의무이행자에 대해 1% 가산점을 주는 '병역의무이행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 의원은 과거 2012년에도 만점의 3~5%였던 가산 범위를 2% 이내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꾸준히 군가산점 재도입을 강조해왔다.

이번 발의도 최근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긴 국민의힘이 지지기반인 '이대남(20대 남성)'을 공고히 하고, 대통령 공약(병사월급 200만원)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최근 대선은 이른바 '이대남', '이대녀(20대 여성)'로 갈려 특정 정당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장 강하게 드러난 선거기도 하다.

비단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지난해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공기업·공공기관 승진평가시 의무복무자의 군 경력을 반드시 반영하도록 하는 제대군인지원법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면서 위헌 판결받은 군가산점제를 언급하며 개헌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에서 20대 남성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며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방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헌재 판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근본적인 지원책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여전히 단기 표심을 위한 정치권 이슈에 매몰돼 젠더 갈등만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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