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고 디지털 유니버설뱅크 육성… 금융권 BTS 나올까

[머니S리포트-민간 주도 성장, 다시 뛰는 대한민국⑥] 빅블러 시대 맞춰 제도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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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이 복합 경제 위기에 처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상황 속에서 나랏빚은 1100조원에 육박하고 무역적자 규모가 심화되는 등 악재가 쌓이고 있다.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긴축통화 기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인 여건도 최악이다. 특히 내년 세계 경제가 경기 하강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란 경고음도 울린다. 경험해보지 못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결국 민간의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활력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에 정부는 정책 방향을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로 잡고 민간 투자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전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로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며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위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으로 나아가고 있는 '팀 코리아'의 발걸음을 따라가 봤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업무 보고 받는 윤석렬 대통령./사진=대통령실 제공
▶기사 게재 순서
①'퍼펙트 스톰' 경고음… 돌파구는 '민간 주도 성장'
②위기극복 팔 걷은 기업들… 한국 도약 이끈다
③기업 끌고 정부 밀고… K-반도체, 공급망 주도권 쥔다
④기업이 여는 '뉴 스페이스'… 민간우주 시대 활짝
⑤"이번엔 K-원전"… 글로벌 시장 '정조준'
⑥규제 풀고 슈퍼앱 기반 디지털 유니버설뱅크 육성
⑦가상자산 활성화… 불법 공매도 제도 손질
⑧'제2 중동 붐' 만들자… 해외건설 투자 급부상
⑨⑨재건축·재개발 새판 짠다
⑩민간 주도 성장, 성공 조건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8월 디지털 유니버설뱅크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산업 디지털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디지털 유니버설뱅크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금융 서비스다.

금융지주 입장에선 금융권을 아우르는 '슈퍼앱'을 구축, 한 계열사의 고객을 전 계열사로 확장할 수 있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 같은 계열사더라도 고객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유니버설뱅크를 구축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번 혁신 방안 추진과 함께 은행·증권·보험 등 분야별 금융기관이 각각의 금융서비스만을 수행하도록 전문화하고 다른 금융업무에의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는 '전업주의' 벽을 허물어 국내 디지털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금산분리 완화 등의 재검토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에서도 세계적 그룹인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깔아준다는 복안이다.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진 '빅블러'(Big-blur) 시대에 맞춰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하는데 규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역동적인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전통 금융사들은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빠르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핀테크에 대응해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금융규제혁신의 첫 번째 과제로 선정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경쟁력 제고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빅블러 시대… "신사업 길 터줘야"


전통 금융사들의 디지털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우선 부수업무 확대가 필수적이다. 현재 금융업법은 금융회사 업무 범위를 고유업무와 부수업무로 구분하고 있다.

부수업무는 고유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은행업감독규정을 통해 고유업무와 연관성이 존재하는 15개 부수업무와 금융위에 신고를 통해 허용된 20개 업무 등 총 35개 업무만 부수적으로 할 수 있다.

이외에 부수업무를 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에서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받아야 한다.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비금융사업에 진출한 대표적 사례로는 신한은행의 음식주문 배달 앱인 '땡겨요'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이 있다.

다만 혁신금융서비스 유효기간은 KB국민은행의 리브엠이 2023년 4월까지, 신한은행의 땡겨요가 2023년 12월까지다. 물론 특례 기간이 만료되면 재연장을 신청할 수 있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제한 때문에 빅블러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은행 부수업무를 고유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업무 외에도 통신업·배달업·가상자산·여행업 등을 포괄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은행이 비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이어가도록 제도적 발판을 마련한다는 게 금융위의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 중 하나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비금융회사에 대한 출자 규제 완화를 논의 중이다. 은행법 제37조에 따르면 은행은 비금융업 회사의 주식을 15%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금융사들이 디지털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IT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출자 가능한 지분이 제한된 만큼 금융당국이 뒤늦게 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미국·일본 등도 은행의 산업자본 주식을 5% 초과해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각각 벤처기업·은행업고도화회사(핀테크 IT회사) 등에 한해선 은행이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핀테크 등 스타트업이 창업 후 IPO(기업공개)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15년인데 금융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수익모델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서로 윈윈하기 위해선 지분 투자 완화 등이 필수적"이라며 "지금과 같이 비즈니스 기간이 짧아진 융합 시대에선 다양한 투자 수단을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여전… "균형 있는 정책 필요"


금융위의 금융산업 디지털 혁신 방안은 전통 금융사들이 핀테크와 '평평한 운동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통 금융사들은 핀테크와 경쟁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특히 카드사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정해 일정 마진을 더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재산정한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4차례에 걸쳐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최저 0.5%까지 떨어진 카드 수수료율은 머지 않아 0%에 이를 것이란 조소까지 나온다.

반면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과 카카오페이가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은 각각 0.5~1.85%, 0.6~2.2%다. 이는 카드사의 최대 4배 이상 수준으로 카드사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볼멘소리를 내는 이유다.

이처럼 수수료율이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카드사의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규제를 받는 반면 핀테크사는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돼 수수료 인하의 압박을 받지 않아서다.

핀테크는 카드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는 반면 카드사의 본업인 지급결제시장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지급결제시장 변화와 카드업의 미래'에 따르면 간편 결제 이용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21조원으로 국내 민간결제 1000조원의 20%를 상회했다.

간편 결제 이용 규모는 2016년 이후 연평균 57% 늘었다. 주목할 점은 간편 결제 시장에서 핀테크 등 전자금융업자가 금액 기준으로 49.7%를 점유해 카드사(27.6%) 등 금융사를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토스 등은 월 최대 30만원에 한해 BNPL(후불결제·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금 없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구매하고 나중에 결제하는 '선구매·후지불' 서비스로 카드업계는 이를 사실상 신용공여에 따른 신용카드 정산 방식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와 신용카드업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도 핀테크에 대해선 수수료율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은 '동일기능 동일규제'에서 벗어난다는 게 카드사들의 항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은 이용자들에게 소비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다양한 맞춤형 카드를 추천해주면서 플랫폼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지만 카드사는 이 같은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다.

핀테크와 달리 카드사에는 자사의 카드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있는 '1사 전속주의'라는 여전법 규제에 묶여 있어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를 받아도 카드사들이 핀테크와 차별화된 플랫폼 서비스를 내놓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5년간 국내 카드업은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건전성이 악화돼 혁신을 위한 투자가 늦춰질 우려가 크다"며 "결제수단으로서 카드는 신뢰성과 안정성, 범용성이 우수한 민큼 카드사들이 종합금융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의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슬기
박슬기 seul6@mt.co.kr

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지식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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