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침묵을 유지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메시지가 과감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실책'을 겨냥한 듯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며 여론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메시지에 발맞춰 국정감사 국면에서 민주당의 대여 공세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민생 현안'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정부·여당과의 차별화 전략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며 "의(義)를 위한다면 마땅히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같은날 트위터 계정에도 "할수만 있다면 담벼락에 고함이라도 치라고 하셨던 김대중 선생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했다"며 비슷한 취지의 메시지를 던졌다.

'주권자의 행동하는 양심'은 그간 이 대표가 수차례 강조해왔던 것이지만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의 귀국날 이같은 메시지가 나왔다는 점에서 '외교 실책'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당 고위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사장에서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은 너무 과했다"며 "미 의회를 비하하고,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한 건데, (대통령실이) 또 그걸 아니라고 감추려고 하는 건 정의롭지 않다"고 이 대표 메시지의 취지를 설명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가 5개월이 채 안 됐는데 공정·상식과 멀고, 의로움과 멀고, 불의의 모습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라고 했다.

정부·여당 관련 현안에 발언을 자제해 오던 이 대표가 지지층과 국민에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은 최근들어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인 지난 20~22일 실시한 국정운영 지지도 조사 결과 윤 대통령 지지율이 전주(33%)보다 하락한 28%로 집계됐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도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순방은 총체적 무능을 그대로 보여줬다. 순방 외교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고, 임오경 대변인도 순방 결과에 대해 "0점도 부족해 '마이너스' 점수였다"고 혹평했다.

다만 이 대표는 민생에 집중한다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민생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대안 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의 최우선 과제로 민생을 꼽는 여론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같은 이 대표의 전략은 오는 28일 예정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설의 키워드 또한 '민생·경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경제 무능을 겨냥하면서 제1야당 대표로서 국정 전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유능함을 강조해 정부·여당과 확실하게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의 연설은 (정부·여당에게) 한 수 가르쳐 주는 연설이 될 것"이라며 "난항을 겪는 윤 정부를 향해 국정 운영과 관련한 조언을 해주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