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거에도 지금도 북한에 '통큰 양보' 계획없다"

[머니S리포트-특별대담① 존 닐슨-라이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한·일, '유럽식 화해'로 희망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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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편집자주| 러시아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안정한 국제 정세는 '바이든 리스크'로 더욱 악화됐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사실상 현대차·기아의 모든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바이오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바이오와 에너지로 자국주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도 골칫거리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국회를 찾아 한국의 '칩4' 가입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궁극적으론 '중국 배제'의 성격을 띤 미국 주도의 이들 조치로 한국엔 또 한번 타의적 선택에 따른 위기가 찾아왔다. 미국과 중국, 영국의 시각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을 짚어봤다.
머니S는 지난 25일(한국시각)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아보기 위해 존-닐슨 라이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라이트 교수. /사진=라이트 교수 제공
▶기사 게재 순서
①"美, 과거에도 지금도 북한에 '통큰 양보' 계획없다"
②"한국은 이미 강대국… 미국은 한국의 불만을 해결할 것"
③"美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불공정 무역'의 상징"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은 올 들어서만 17차례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한·일간의 관계 개선도 아직은 요원하다. 일본은 양국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한국 측이 제시해야 한다는 종전 입장 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미 관계도 순탄치 않다. 소위 '바이든 리스크'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한국의 현대차·기아의 모든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했다. 정부는 미 조지아주 현대차 전기차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해당 법 시행의 유예를 요구한다는 입장이지만 미 의회의 법 개정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과의 관계도 복잡하다. 한국이 미국 주도로 일본·타이완 등과 함께 참여한 반도체 협의체 '칩4'에 참여하는 가운데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최근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인 양향자 의원(무소속·광주 서구을)을 찾아 우려를 표했다. 양 의원에 따르면 싱 대사는 이날 면담에서 "한국이 '칩4'에 참석하지 않으면 안되냐"며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교역을 중심으로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입지가 갈수록 좁아드는 한국 입장에선 일본과의 구체적인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존 닐슨-라이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강조했다. 지일파로도 알려진 라이트 교수는 "한일 간의 법리적 다툼 장기화는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양국은 교류를 늘려 상호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연구소와 서울대학교 강연을 위해 방한한 라이트 교수를 지난 9월25일 롯데시티호텔 명동에서 만나 주변국과의 관계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한·일, 법리 해석 차이 간극 메워야"


존-닐슨 라이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머니S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법리 해석에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약식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대통령실 제공)
-일본은 지난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 판결을 문제 삼고 있다.

▶일본의 기시다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 동원 문제가 모두 해결됐음에도 한국이 해당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공식적으로 드러내진 않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에 대한 불만이 많다. 이런 이유로 한·일 관계 해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측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배상'이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를 갚는 것이라면 '보상'은 적법행위로 발생한 손실을 갚는 것 아닌가. 1965년 협정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위한 자금이 포함돼 있을 뿐 배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의 해석은 다르다. 단순 법리 다툼, 즉 보상금 혹은 배상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변수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 매각을 신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진정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닌 진솔한 사과다. 그런 점에서 일본 기업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할 돈을 한국 정부 예산으로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일본 측에 청구하는 방식은 충분하지 않다.

-한국 정부에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강요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기본정신에 어긋나지 않나.

▶확실한 점은 전직 특검 출신이자 오랜 세월 검찰에 몸담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사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민관협의체를 구성, 지난 두 달 동안 네 차례나 해결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양국은 법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양국 간의 대화 단절은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 관점이 다르더라도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민관협의체 외에도 양국 의회의 만남 등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 의지 피력이 고무적인 이유다. 이처럼 양국은 대화를 통해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 유럽은 과거 역사적 갈등에서 화해를 이끌어내고 단합했다. 한·일도 유럽처럼 화해할 수 있다고 본다. 법리 다툼과 별개로 대화 채널을 구축해 정기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북핵 위협 고조 의미"


존-닐슨 라이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머니S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북핵 위기가 고조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25일(한국시각) 서울 중구에 위치한 호텔에서 머니S와 인터뷰하는 라이트 교수(오른쪽). /사진=김태욱 기자
-북한이 올 들어 17번째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크게 놀랍지 않다. 북한은 10월16일 개막하는 20차 중국 공산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7차 핵실험을 감행하지 못한다.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나름의 '입장 표명'을 한 셈이다. 한국에 대한 불만을 표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도 얻었다.

-북한은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호응하지 않는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일 경우 경제적 지원에 돌입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과 일맥상 통하지 않나.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조심스럽다. 다만 북핵의 위협이 고조될수록 한국 내 진보·보수진영의 대북정책은 비슷해질 것이다. 이념과 관계없이 북한에 유화 제스처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국은 대화를 제안하되 국방력도 꾸준히 강화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면서 국방비를 크게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한·미가 최근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재가동한 것과 미국의 핵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한국을 찾은 점은 고무적이다. 한·미 전략자산은 강한 억제전략의 핵심이다.

-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달리 '탑 다운 외교'가 아닌 '바텀 업 외교'를 선호한다. 특히 북한보다 이란과의 핵협정(JCPOA) 복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외교 정책순위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의 관심은 JCPOA 복원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과 타이완 갈등 등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 시절 펼쳐진 북미 정상외교는 한동안 없을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이 불편할 수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무시당한다고 느끼면 도발을 감행할 것이다.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미국이 향후 북한과도 JCPOA를 체결할 가능성이 있는가.

▶희박하다. 북한은 이미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부터 미국이 지나친 요구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은 과거에도, 지금도 북한에 '통 큰 양보'를 할 계획이 없다. 향후 미국과 북한은 군축 합의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을 대폭 해제하는 수준의 JCPOA와 같은 협정이 미국과 북한 사이 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중재국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지금 JCPOA 복원 협상이 가능한 것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적극 중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이 있지만 윤 대통령은 당장 북한과 JCPOA 급의 협약을 체결할 계획은 없는 듯하다.


"칩4, 한국 국익 부합"


존-닐슨 라이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머니S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칩4를 빌미로 한국에 보복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사진은 지난 5월21일(한국시각)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 직후 이동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은 연일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현대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현시점에서 한국이 칩4에 가입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칩4는 반도체 공급망 강화 외에도 대외적으로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참여가 증명하듯 한국은 강대국 반열에 올랐다. 최근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도 좋은 예시다. 이처럼 한국의 국익은 더 이상 역내에 머물지 않는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윤 대통령의 칩4 등 다양한 협의체 참석은 이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중국도 과거 사드 배치 때와는 달리 칩4를 이유로 한국에 보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 중국이 칩4에 느끼는 '불편함'은 과거 사드로 인해 느낀 '불편함'과는 결이 다르다. 물론 칩4에 타이완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우려는 전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한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선 일본 등 11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일본도 안보와 경제협력 등에서 한국을 필요로 한다. 양국은 이처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이다. 한·일 양국이 앞서 언급한 '유럽식 화해'의 길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법적 다툼과 별개로 대화를 이어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김태욱
김태욱 taewook9703@mt.co.kr

김태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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